AI에게 보기 좋게 낚였다.  '평균모멘텀스코어'에 대해 추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눈치 빠른 AI 녀석이 관련 도서라며 이 책을 슬그머니 추천해 주었다. "오호, 대가의 꿀팁이 숨겨져 있나?" 싶어 도서관에 달려가 빌렸건만, 웬걸. 책을 아무리 뒤져도 평균모멘텀스코어의 '평' 자도 안 보였다. 완벽한 AI의 배신이었다. 두고보자 제미니...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으로, 기대치도 않았던 괜찮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인 문병로 교수는 여의도 출신 타짜가 아니라, 무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라고 한다. 즉, 이 책은 촉이나 감이 아니라 수학적 통계와 알고리즘 최적화로 주식시장을 분석한 너드의 연구 결과물이다. 저자는 투자를 철저한 '수학적 확률 게임'으로 정의하며, 화끈한 대박 대신 "크게 잃지 않는 장기 복리 마법"을 주창한다.

방대한 한국 주식시장 데이터를 통해 저PBR, 저PCR 같은 가치 지표가 실제로 써먹을 만 한지 숫자로 증명하는 반면, "골든크로스면 풀매수 가즈아!"를 외치던 차트 분석가에겐 팩트폭력을 날린다. 복잡한 거시경제 예측이나 인문학적 직관이 부족한 나로서는, 숫자로 명쾌하게 이야기하는 이 책의 까칠한 스타일이 훨씬 마음에 든다. 1장 제목부터가 자그만치 "확률의 게임, 수치로 계량해 보지 않고는 가지 말라"이다. 화끈한데?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남의 나라 미국 시장이 아닌,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국산 주식(K-증시)' 데이터로 백테스트를 했다는 점이다. 저PBR, 저PER 같은 전통 가치투자가 한국 땅에서 과연 통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엄청난 페이지를 할애한다. "국장에 삼전 말고 살 게 있나?"를 외치던 동학개미들이라면 정신이 번쩍 들 데이터들이다.

다만, 내 개인 투자 스타일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 가치지표 분석 후반부는 흐린 눈으로 대충 넘겼다. 저자는 분석 과정에서 데이터 업데이트 때문에 수많은 재작업이 있었다고 담담히 회고하는데, 문득 그 과정에서 영혼까지 갈려 나갔을 대학원생들의 슬픈 실루엣이 보여 잠시 눈물을 훔쳤다. 아마 연구실에선 이런 대화가 일상이었으리라.


대학원생: 교수님! 시키신 30년 치 PBR 10분위별 수익률 패턴 분석 코딩 끝냈습니다! 퇴근해도 되겠습니까?
교수: 어, 수고했네. 그런데 주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PBR 0.2 이하인 애들은 노이즈 같아. 걔들만 싹 빼고 월요일 아침까지 다시 돌려놓게나. 오늘이 금요일이니 시간은 충분하겠지?
대학원생: (내 주말)...

4장 차트 패턴 분석 파트의 결론도 아주 심플하고 뼈 때린다. "차트 분석은 지나치게 주관적인 영역이니, 거기 목숨 걸고 전 재산 태우지 마라."

내 기준으로 이 책의 진주는 1장과 5장이다. 저자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는 단어는 '기하평균'이다. 주린이들은 흔히 단리 개념인 '산술평균'으로 주식 계좌를 굴리다 깡통을 차지만, 진짜 자산이 복리로 늘어나는 마법을 부리려면 '기하평균'을 뇌에 박아넣어야 한다는 것. 이 개념은 뒤이어 나오는 섀넌의 도깨비나 켈리의 공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책을 덮으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두 가지다. 첫째, 그 유명한 '켈리 베팅'을 복잡한 수식 없이 룰렛 게임으로 이해시켜 준 저자의 미친 설명력. 둘째, 이건 아마 저자가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샤프지수의 분자엔 기하평균이 아닌 산술평균이 들어간다는 깨달음이다. 조금만 머리를 굴려보면 당연한 거였다. 분자에 기하평균을 넣어버리면 변동성 드래그(Volatility Drag) 때문에 분자에서 한 번 까이고, 분모에서 표준편차로 나누며 또 한 번 까이니 위험을 이중으로 독박 씌우는 꼴이다. 어쩐지 내가 직접 백테스트 돌릴 때마다 샤프지수가 바닥을 기어 다니더라니, 범인은 내 수식 오류였다. 

저자가 강조하는 내용을 나름대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투자는 직관이나 운빨이 아니다. 계량 가능한 확률 게임이다.
  2. 변동성 시궁창인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안 잃는 것'이 대박 치는 것보다 100배 중요하다.
  3. 안 잃으려면 자금 관리와 분산투자로 내 계좌의 널뛰기(변동성)를 묶어놔야 한다.
  4. 네 안의 탐욕과 공포를 믿지 말고, 검증된 원칙대로 매매하는 로봇(시스템)이 되자.

솔직히 침대 머리맡에 두고 가볍게 읽을 만한 만화책 수준은 아니다. 수식이 쏟아지진 않지만 확률통계 까막눈이라면 읽다가 뇌 정지가 오거나 책을 던져버릴 수도 있다. "3개월 만에 10억 버는 차트 기법" 같은 자극적인 비법 약장수를 기대했다면 아주 크게 실망할 책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제 값을 한다. 주식시장에 가득 낀 환상을 처참하게 부수고, 자산운용이라는 냉혹한 전장의 본질을 직시하게 해주는 진짜 '맵고 칼칼한' 주식 교과서다. 

제미니야, 비록 낚았지만 좋은 책 추천해 줘서 고맙다. 이런 실수는 봐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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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레이 달리오의 올 시즌스 포트폴리오(All Seasons Portfolio)를 언급한 걸로 유명한 토니 로빈스의 《머니》를 읽은 적이 있다. 책 자체는 투자의 기본 원칙을 꽤 잘 설명한 책이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저자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동기부여 전문가'라는 직업 자체가 나에겐 꽤 강한 선입관을 불러온다. 무대를 뛰어다니며 "할 수 있다!"를 외치는 미국식 대형 세미나 특유의 분위기나, "당신은 준비되었는가? 이제 시작해 보자!" 같은 과하게 열정적인 문체를 읽고 있으면 정적인 글을 선호하는 나 같은 사람은 닭살이 돋을 지경이다. 자칫 잘못하면 내용보다 분위기로 밀어붙이는 속 빈 정신론처럼 보이기 딱 좋은 스타일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이 어디까지나 내 취향 문제이고 색안경이라는 것도 안다(그리고보니 책표지의 사진만 봐도 어딘가 수상해보인다!). 하지만 사람 취향이야 뭐, 주식시장만큼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번에 읽은 《흔들리지 않는 돈의 법칙》 역시 그런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저자의 문체는 시끄럽고, 페이지 밖으로 튀어나와 어깨를 흔들며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를 외칠 것 같은 에너지가 넘친다. 다만 의외였던 점은, 그런 분위기와 별개로 책의 핵심 내용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보수적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투자판에 흔한 '인생 역전 비법'보다는,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한 방어 원칙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먼저 시장의 폭락은 특별한 재앙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폭락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쫄지 않는 태도라고 강조한다(Don't Panic!). 그러면서 시장의 충격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돈을 잃지 마라. 투자에서 수익과 손실은 대칭이 아니다. 계좌가 50% 반토막 나면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100%를 벌어야 한다. 문제는 숫자만이 아니다. 실제로는 수익률보다 멘탈이 먼저 박살난다. 많은 사람들이 손실 이후 무리한 복구 매매를 반복하다 더 깊은 구덩이로 들어간다.

둘째, 비대칭적인 위험/보상 구조를 추구하라. 큰 위험을 감수해서 작은 수익을 얻는 게임은 오래 버틸수록 불리하다. 반대로 손실은 제한하면서 수익 가능성은 크게 열어두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투자도 확률 게임이고, 확률 게임에서는 한 번의 대박보다 반복 가능한 구조가 훨씬 중요하다.

셋째는 세금이다. 사람들은 수익률 계산에는 집착하면서도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돈은 의외로 무심하게 넘긴다. 하지만 복리는 작은 차이가 오랜 시간 누적되며 엄청난 격차를 만든다. 합법적인 절세 구조를 활용하느냐의 여부도 결국 장기 수익률의 일부다.

마지막은 분산투자다. 자산군의 분산뿐 아니라 지역과 시간의 분산까지 포함된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면, 한 방향에 모든 걸 거는 대신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사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시장을 예측해서 돈을 잃는다기보다, 확신에 취해서 돈을 잃는다.

 책은 단순히 투자 기술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결국 투자자의 심리 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인지하고, 내가 정말 시장을 능가할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폭락장에서는 평소 장기투자를 외치던 사람도 갑자기 세계 경제 전문가가 되고,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워런 버핏이 된다. 그래서 시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관리하기 위한 체크리스트와 원칙이 필요하다.

 다른 투자 대가들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주 새롭거나 혁신적인 내용은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이런 류의 책을 계속 읽는다. 비슷한 원칙이라도 여러 사람이 각자의 관점으로 반복해서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매일같이 쏟아지는 시장의 소음을 조금씩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이론을 알고 있더라도 실제 시장 속에서 중심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상승장에서는 탐욕이, 하락장에서는 공포가 사람을 흔든다. 버핏이 말한 것처럼 투자는 IQ 160인 사람이 IQ 130인 사람을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일단 평범한 지능을 갖췄다면,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을 투자에서 곤경에 빠뜨리는 충동들을 통제할 수 있는 기질이다.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원칙이라도 반복해서 읽고, 계속 상기하며, 내 투자 심리를 재정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자의 호들갑스러운 문체는 여전히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덕분에 내 투자 원칙과 기본기를 다시 점검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새로운 비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평범한 원칙들을 시장 속에서 끝까지 지켜내는 능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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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모으는 것 못지않게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의 전작인 《돈의 심리학》은 몇 번이나 재독했을 만큼 높게 평가하는 책이다. 비유하자면 투자 분야의 '도덕 교과서'랄까. 투자자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어, 주기적으로 읽으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이번에 읽은 《돈의 방정식》은 원제(The Art of Spending Money)에 걸맞게 돈을 모으는 방법이 아닌, '의미 있게 돈을 쓰는 기술'을 이야기한다. 돈은 모으기가 어렵지 쓰는 데 무슨 기술이 필요하냐며 의아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또 당첨자나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가 된 스포츠 스타들이 몇 년 만에 파산했다는 이야기는 흔히 들려온다. 막대한 부를 거머쥔 이들이 왜 그토록 빠르게 몰락하는 걸까?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해 깊이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의 핵심 주장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곳에 소비하라."

남들의 시선 대신, 내면의 기준을 따르는 삶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잣대에는 '내면적 기준'과 '외면적 기준'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스스로 얼마나 만족하는지 측정하는 기준이고, 후자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평가하는 기준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타인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삶의 중심을 외면적 기준에 두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인생이 고달파진다.

물론 좋은 물건이 가진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단, 물건의 가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효용성'을 위한 소비인가, 아니면 남들에게 내 위치를 과시하기 위한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기 위한 소비인가의 차이다. 남들의 시선을 좇지 않고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내가 가장 잘하는 일과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책에서는 남들의 겉모습과 내 내면을 비교하며 타인의 소비 기준을 맹목적으로 쫓는 현대인의 태도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저자는 "누군가는 당신보다 먼저 부자가 되기 마련이다. 그 자체는 비극이 아니다. 남이 자기보다 더 빨리 돈을 번다는 사실을 신경 쓰는 것이 비극이다"라고 일침을 가한다. 

실제로 나는 자동차나 시계, 보석, 값비싼 술 같은 물질적인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여기저기 찌그러진 20년 된 자동차는 여전히 씽씽 잘 굴러가고, 손목시계는 무게감만 느껴져 아예 차지 않는다. 내 눈에는 다이아몬드나 큐빅이나 똑같아 보일 뿐이다. 대신 나는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 새로운 경험을 쌓는 일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 곳에 쓰는 돈은 거의 아깝지 않다. 남들의 시선이 아닌, 내가 진짜 행복해지는 곳에 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가 아니라, 내가 쌓아 올린 가치를 자랑하라

책에서는 소비를 자랑하기보다 자신이 스스로 쌓아 올린 가치를 자랑하라고 말한다. 나에게 대입해 보면 오랫동안 연습해 온 피아노 연주, 치열하게 해 온 공부, 그리고 차곡차곡 누적된 가족 여행의 사진들이 이에 해당한다. 흔히 사람들은 명품을 가진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그들은 명품 그 자체를 바라볼 뿐이다. 내가 무엇을 샀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왔는지가 진짜 나의 가치를 증명해 준다. 

인생의 가장 훌륭한 조언은 바로 "미래에 후회할 일을 줄이라"는 것이다. 오늘을 충분히 즐기면서 동시에 미래에 투자하는 가장 최고의 방법은 바로 '좋은 추억'을 쌓는 것이다. 단, 좋은 추억을 만드는 데 꼭 큰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언젠가 아이와 함께 해외 호캉스를 떠나 비싸고 좋은 곳을 잔뜩 데려갔던 지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중에 아이에게 가장 좋았던 순간을 물어보니, 그저 호텔 물놀이장에서 놀았던 게 제일 재미있었다고 답했단다. 결국 무작정 아끼기만 하는 자린고비도, 대책 없이 쓰기만 하는 욜로(YOLO)도 정답은 아니다. 미래의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내 곁의 소중한 이들과 소박하지만 확실한 추억을 나누는 것. 그것이 진짜 인생을 잘 저축하는 방법이다. 

적당한 결핍과 지우기(소거법)가 주는 행복

좋은 삶이란 필요한 것을 모두 누리고, 원하는 것은 '일부만' 소유하는 삶이다. 갖고 싶은 것을 손가락 하나로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떤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예로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돈을 주고 최고급 장비를 바로 사버리면(현질), 그 장비를 얻기 위해 과정을 즐기며 느끼던 재미와 기대감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결핍이 있어야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마침내 얻었을 때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단순한 삶이야말로 사치를 가장 값지게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매일 단조롭고 단순한 삶을 살다가, 어쩌다 한 번씩 마주하는 사치와 일탈은 엄청난 짜릿함을 선물한다. 학창 시절이나 직장 생활을 할 때, 어쩌다 한 번씩 치는 '땡땡이'가 눈물이 핑 돌 만큼 짜릿했던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사치와 일탈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삶은 아무런 자극도, 감흥도 주지 못한다.

 내가 대학 전공을 고를 때의 경험이 떠오른다. 당시 어떤 전공을 고를지 고민하다가, 역으로 내가 선택했을 때 후회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부터 제외하기로 했다. 수학과 물리는 내 머리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고, 생명공학이나 화학은 암기량이 너무 많다고 해서 탈락시켰다. 산업공학이나 산업디자인은 문과적인 느낌이 들어 또 제외했다. 그러고 나니 결국 몇 개 남지 않았고 선택은 훨씬 쉬워졌다. 안 될 것들을 지우면 진짜 정답이 보이는 소거법의 원리는 인생도, 소비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것이 제로(0)인 삶, 이미 부유한 사람

지금 불행하다면 돈이 더 많아진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요인은 손에 꼽힐 만큼 유한하지만,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은 끝이 없을 정도로 무한하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직장 상사, 연인과의 다툼, 아이의 말썽은 물론이고, 손가락에 박힌 작은 가시 하나조차도 우리를 단숨에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돈이 많아지면 무조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돈은 물질적 편리함을 줄 뿐, 일상의 무수한 불행까지 막아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진짜 행복은 통장 잔고를 채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불행들을 담담하게 다스리는 마음에 있다. 

부를 측정하는 최고의 방법은 '가진 것'에서 '원하는 것'을 빼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졌어도 원하는 게 그보다 크다면 늘 가난할 수밖에 없고, 가진 게 적어도 원하는 게 없다면 이미 다 가진 것과 다름없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의 소중함을 먼저 발견하고 원하는 마음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마음으로 충분히 부유해질 수 있다. 행복한 부자는 더 많이 채우는 사람이 아니라, 덜 바랄 줄 아는 사람이다.

 문득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지금 내가 원하는 건 뭘까?"신기하게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당장 가지고 싶은 물건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하는 것'이 제로(0)에 가까운 나는, 이미 충분히 부유한 사람인 셈이다. 

이 책은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부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준다. 다만, 구체적인 주식 투자법이나 자산 배분 같은 실전 가이드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내용이 다소 고리타분하거나 철학적으로만 느껴질 수 있다는 아쉬움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로 가득한 재테크 책들 사이에서, '지속 가능한 부의 태도'를 정립하고 싶은 이에게는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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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경제지표 - 실전 투자가 강해지는
치과아저씨(팀 연세덴트)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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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스타일은 가치투자, 성장투자, 매크로투자, 모멘텀 투자, 기술적 투자, 퀀트 투자 등 여러가지가 있고 사람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진지하게 투자에 접근하는 투자자라면 투자 방식에 상관없이 세계 경제의 흐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경제뉴스를 보면 환율이 어떻게 변했고, 금리가 언제 내릴 전망이고, 물가와 고용지수가 예상보다 다르게 나왔고 등등 매일 새로운 뉴스가 발표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 소식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반면, 어떤 사람은 이 정보들을 조합해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예상하기도 한다. 나는 아직 못하지만.

이 책에선 그렇게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금리, 물과, 환율, 경기, 고용 등 경제지표들의 의미와 관련된 사회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특히 검색 한번이면 바로 찾아볼 수 있는 지표의 정의는 기본이고 이 지표들이 실제 투자자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사례들을 이용해 제시하는 내용이 유용하다.
그러면서도 경제학 이론에 매몰되지 않고 가능한 한 실전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물론 '쉽게'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말일 뿐, 사실 쉽다고 말하긴 어렵다. 거시경제에 대한 지식이 제법 있는 사람이라면 경제지표들을 모아서 한번에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지만, 경제지식이 부족한 초보라면 사실상 한번 읽고 이해하긴 어려워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에 꽂아두고 몇번 반복해서 읽다 보면 뉴스의 행간을 이해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나? 나는 읽으면 이해는 되는데 돌아서면 까먹고 활용하진 못하는 수준이라 역시나 N회 재독이 필요할 듯 하다.

경제지표에 대한 개론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자고로 공부는 개론으로 전반적인 개념을 파악하고 나서 필요하면 좁은 영역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로 이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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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경 004 - 2016.봄
SF&판타지 도서관 기획 / 42(도서출판)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2016-35.
전반부의 단편들은 상당히 재미있지만 후반부의 특집기사들 중 일부는 기사라고 하기 좀 부족한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추천할만한 sf동화는 새로운 느낌. 저런 동화가 있었구나 하면서 사고 싶은 욕구가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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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기 2016-11-14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견 감사합니다. 다음 번 5호에는 더욱 충실한 특집 기사를 준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