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레이 달리오의 올 시즌스 포트폴리오(All Seasons Portfolio)를 언급한 걸로 유명한 토니 로빈스의 《머니》를 읽은 적이 있다. 책 자체는 투자의 기본 원칙을 꽤 잘 설명한 책이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저자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동기부여 전문가'라는 직업 자체가 나에겐 꽤 강한 선입관을 불러온다. 무대를 뛰어다니며 "할 수 있다!"를 외치는 미국식 대형 세미나 특유의 분위기나, "당신은 준비되었는가? 이제 시작해 보자!" 같은 과하게 열정적인 문체를 읽고 있으면 정적인 글을 선호하는 나 같은 사람은 닭살이 돋을 지경이다. 자칫 잘못하면 내용보다 분위기로 밀어붙이는 속 빈 정신론처럼 보이기 딱 좋은 스타일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이 어디까지나 내 취향 문제이고 색안경이라는 것도 안다(그리고보니 책표지의 사진만 봐도 어딘가 수상해보인다!). 하지만 사람 취향이야 뭐, 주식시장만큼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번에 읽은 《흔들리지 않는 돈의 법칙》 역시 그런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저자의 문체는 시끄럽고, 페이지 밖으로 튀어나와 어깨를 흔들며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를 외칠 것 같은 에너지가 넘친다. 다만 의외였던 점은, 그런 분위기와 별개로 책의 핵심 내용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보수적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투자판에 흔한 '인생 역전 비법'보다는,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한 방어 원칙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먼저 시장의 폭락은 특별한 재앙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폭락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쫄지 않는 태도라고 강조한다(Don't Panic!). 그러면서 시장의 충격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돈을 잃지 마라. 투자에서 수익과 손실은 대칭이 아니다. 계좌가 50% 반토막 나면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100%를 벌어야 한다. 문제는 숫자만이 아니다. 실제로는 수익률보다 멘탈이 먼저 박살난다. 많은 사람들이 손실 이후 무리한 복구 매매를 반복하다 더 깊은 구덩이로 들어간다.

둘째, 비대칭적인 위험/보상 구조를 추구하라. 큰 위험을 감수해서 작은 수익을 얻는 게임은 오래 버틸수록 불리하다. 반대로 손실은 제한하면서 수익 가능성은 크게 열어두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투자도 확률 게임이고, 확률 게임에서는 한 번의 대박보다 반복 가능한 구조가 훨씬 중요하다.

셋째는 세금이다. 사람들은 수익률 계산에는 집착하면서도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돈은 의외로 무심하게 넘긴다. 하지만 복리는 작은 차이가 오랜 시간 누적되며 엄청난 격차를 만든다. 합법적인 절세 구조를 활용하느냐의 여부도 결국 장기 수익률의 일부다.

마지막은 분산투자다. 자산군의 분산뿐 아니라 지역과 시간의 분산까지 포함된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면, 한 방향에 모든 걸 거는 대신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사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시장을 예측해서 돈을 잃는다기보다, 확신에 취해서 돈을 잃는다.

 책은 단순히 투자 기술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결국 투자자의 심리 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인지하고, 내가 정말 시장을 능가할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폭락장에서는 평소 장기투자를 외치던 사람도 갑자기 세계 경제 전문가가 되고,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워런 버핏이 된다. 그래서 시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관리하기 위한 체크리스트와 원칙이 필요하다.

 다른 투자 대가들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주 새롭거나 혁신적인 내용은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이런 류의 책을 계속 읽는다. 비슷한 원칙이라도 여러 사람이 각자의 관점으로 반복해서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매일같이 쏟아지는 시장의 소음을 조금씩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이론을 알고 있더라도 실제 시장 속에서 중심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상승장에서는 탐욕이, 하락장에서는 공포가 사람을 흔든다. 버핏이 말한 것처럼 투자는 IQ 160인 사람이 IQ 130인 사람을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일단 평범한 지능을 갖췄다면,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을 투자에서 곤경에 빠뜨리는 충동들을 통제할 수 있는 기질이다.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원칙이라도 반복해서 읽고, 계속 상기하며, 내 투자 심리를 재정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자의 호들갑스러운 문체는 여전히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덕분에 내 투자 원칙과 기본기를 다시 점검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새로운 비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평범한 원칙들을 시장 속에서 끝까지 지켜내는 능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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