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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 싶다 - 부채사회 해방선언
구리하라 야스시 지음, 서영인 옮김 / 서유재 / 2016년 9월
평점 :
제목 :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 싶다]
지은이:
저자 구리하라 야스시(栗原康)는 1979년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도호쿠예술공과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다. 전공은 아나키즘 연구. 저서로 『G8회의 체제란 무엇인가(G8サミットとはなにか)』, 『오스기 사카에?영원의 아나키즘(大杉???永遠なアナキズム)』, 『현대폭력론(現代暴力論)』, 『마을에 불을 질러, 백치가 되라?이토노에 평전(村に火をつけ,白痴になれ?伊藤野枝?)』 등이 있으며 국내에 번역 소개된 책으로 『학생에게 임금을』이 있다. 좌우명은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 싶다’, 좋아하는 음식은 맥주, 취미는 드라마 감상과 시낭송이다.
역자 서영인은 문학평론가, 근대문학 연구자, 대학 시간강사, 심지어 번역가. 평론집 『충돌하는 차이들의 심층』, 『타인을 읽는 슬픔』, 『문학의 불안』, 연구서 『식민주의와 타자성의 위치』를 썼고 『학생에게 임금을』을 번역했다. 학교 다닐 때 ‘머리는 좋으나 주위가 산만함이라고 적힌 성적표를 종종 받았다. 그 후로도 일관성 있게 주위가 산만하다. 할 일이 많을 때 소설이나 드라마로 도피하는 성향이 있으며 맛있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맥주맛에 민감하다. 딱 한 번 풀코스를 뛴 적이 있는 짝퉁 마라토너이지만 중년의 운동으로는 너무 격렬하여 은퇴를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전각(篆刻)을 혼자 연습하고 있다.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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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p9
배짱이는 개미의 집으로 갔습니다.
똑똑, 똑똑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개미가 문을 열었습니다.
"개미님, 개미님, 배가 고파요. 먹을 것 좀 주세요."
그러자 개미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몰라. 놀 땐 좋았지? 자업자득이야, 자업자득!"
퍽! 우적우적. 꿀꺽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베짱이가 한입에 개미를 삼켜 버린 겁니다. 안된일이지만 풍족하게 먹고 자고 했던 개미가 참을 수 없이 먹음직스러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후 베짱이를 뒤따라 온 벌과 나비도 개미의 집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나 어쨌다나
-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이솝우화[개미와 베짱이]를 페러디한 이야기라는군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이야기를 비꼬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뭔가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우리 사는 현실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가 편하게 택배를 수령하고 새벽에 야식을 배달받아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최저임금을 받고 새벽에 치킨을 튀기고 그걸 배달하는 분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합니다.최저임금으로는 사실상 4인 가족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열심히 일하지만 먹기가 힘든 거지요.
p31
부흥때문에 자금난이 왔다고 하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비세가 올랐다. 정부는 돈이 다 떨어졌다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증세밖에 답이 없다는 거짓말이나 하고 있다. 인간은 세금 때문에 노예가 된다.
파국
- 담배값이 두배 오른 우리나라랑 비슷하네요. 누진 전기세금 때문에 고민하면서 버티다가 아이들이 땀띠 때문에 고생하는 걸 보고 될대로 되라하는 심정으로 에어컨을 가동시키던 한달전이 기억이 납니다. 그때 고위공직자 분들이 회의를 하시는 모습을 텔레비젼으로 봤습니다. 너무 더워서 계란 후라이도 할까 말까 고민하는데 그 분들 입고 계신 옷이 상당히 두꺼워 보여서 서글펐습니다.
p42-43
마침 오도리 공원에서 종군위안부 관련 집회가 있어서 거기에 합류해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가서 보니 추최 측보다 그들을 에워싸고 야유를 보내는 무리들이 더 많았다. 재특회라고 하는 파시스트 집단이었다. 한마디밖에 모르는 바보처럼 오로지 '바퀴벌레', '바퀴벌레' 라는 말만 외치고 있었다. 그들 딴에는 재일 조선인들을 모욕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었겠지만 나는 좀 우스웠다.
-이런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저자는 일본 사회에서 특이한 부류로 취급을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랑 비교되는게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하면 종북으로 취급받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p60
애초에 인간은 돼지였다. 어느 아나키스트에 의하면 '집'은 '돼지'를 둘러싼 '집'으로 읽어야 한다고 한다. 가정이란 돼지우리 같은 것이며, 인간은 결혼을 하면 스스로를 돼지우리에 가두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교환 가능한 가축이 되어 버린다고 했다. 쓸모 있는 돼지가 될지 쓸모없는 돼지가 될지에 골몰하는 .
-이 부분은 좀 심합니다.
p91
도쿄 교외는 방치되었다. 주택단지는 폐허화되고 지은 지 20년,30년이 된 집은 단1엔의 가치도 없는 집이 되었다. 사이타마, 치바,가나가와의 집은 게다가 역에서 멀기까지 하면 아마도 돈을 준다고 해도 살 사람이 없을 것이다.
거기에 지금은 방사능 문제까지 더해졌다.
- 시간차이를 두고 우리나라는 일본의 사회문제를 비슷하게 답습한다는데 걱정입니다.
p124
'대역사건'은 1910년 고토쿠 슈스이와그 동료들이 천황을 폭탄으로 죽이려 했다고 해서 체포된 사건이다. 스물네 명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졌고 그중 열두 명이 처형되고 나머지 열두 명은 무기지역에 처해졌다. 대단한 것은 이 사건이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는 점이다. 당시 고토쿠는 엄청나게 유명한 사회주의자로 조금이라도 학식 있는 사람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 였다. 메이지 정부는 그런 그를 죽이고 싶어서 사건을 조작했다.
- 2016년9월23일 뉴스타파라의 기사에서 지난 1979년 수사기관의 고문과 가혹행위에 의해 남한 내 고정간첩이라는 멍에를 쓴 이른바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던 일가족 9명이 재심 끝에 37년 만에 완전히 누명을 벗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대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혐의로 기소된 일가족 9명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p223
자본주의 국가의 역사적 성질은 경제적 하부구조가 정치적 상부구조와 분리된다는 데 있다. 생산과정이 자본의 생산과정으로 둔갑해서 생산과정에서의 착취-피착취라는 계급지배의 기본구조가 상품경제과정에 덮혀 버린다. 상품경제질서(=상품매매질서, 시민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자동적으로 생산과정에서의 착취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하는 교묘한 제도가 자본주의이다. 상품경제사뢰(=시민사회)에서는 그래서 자본가도 노동자도 대등(몰걔급적)한 상품매매자로 나타난다. 계급적 분노와 모욕을 당하는 자, 그렇지 않은 자,부유한자, 가난한 자로서의 감성이 부르주아적 감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백돼지들은 기를 쓰고 시민질서를 유지하고 , 부르주아국가는 법치국가이 옷을 입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말한 사정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자본주의 제도에 있어서 '불량노동자'는 이중의 의미에서 추방(격리)된다. 그 하나는 불량한 노동상품이라는 이유로 생산과정에서 추방되는 것이며 또 하나는 질서의 교란자라는 이윯 시민사회에서 추방되는 것이다.
- 저자가 인용한 후나모토 슈이지라는 사람의 [잠자코 길에서 죽어라]1985. 53p에 나오는 이야기라네요.
p242
"형, 얼른 이리로 와서 줄 서요."
"저는 괜찮아요. 손을 베어서 아무 도움도 못 되었는데."
"여기는 그런 놈들도 같이 먹는 곳이야."
"내가 말야, 저 스타이트리를 만들었다구. 대단하지?"
"이야, 굉장해요. 나 같은 건 오늘 보시다시피 아무 도움도 안 되는데."
"에헤헤, 괜찮아, 와 준 것만으로도 좋은 걸."
쓸모없는 자들의 만찬, 혹은 , 쓸데없는 일들의 축복.
나는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 싶다]의 사상이 이렇게 요약된다고 생각한다.
와세다 대학원생쯤 되면 어려서부터 공부잘하는 학생으로 꽤 인정받으면서 살았을 것이다. 논문을 쓰고 강의를 하며 세상의 이치를 찾아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이라고 , 혹은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산야에서는 그의 경력이나 지식이 별로 쓸데가 없다
-옮긴이의 말입니다
감상
책은 가독성은 좋은 편인데 책장을 덮고나서 묘하게 우울해지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