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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이 보고서 - 비루한 청춘의 웃기고 눈물 나는 관찰 일기, 제4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당선작 ㅣ 한우리 청소년 문학 5
최고나 지음 / 한우리문학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 옆집 아이 보고서 비루한 청춘의 웃기고 눈물 나는 관찰 일기
지은이:
저자 최고나는 특별한 시에서 태어났고 여전히 그 언저리를 배회 중이다. 늘 떠날 궁리를 하며 지금도 떠날 구실을 찾고 있다. 현재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수학 중이다. 좀 더 둥근 세상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둥글게 둥글게 산다.
출처: 교보문고
http://book.naver.com/product/go.nhn?bid=9472591&cpName=kyobo&url=http%3A%2F%2Fwww.kyobobook.co.kr%2Fcooper%2Fredirect_over.jsp%3FLINK%3DNVB%26next_url%3Dhttp%3A%2F%2Fwww.kyobobook.co.kr%2Fproduct%2FdetailViewKor.laf%3FmallGb%3DKOR%26ejkGb%3DKOR%26linkClass%3D%26barcode%3D9791156550174
내용:
징계를 받고 퇴학위기에 처한 18살 고등학생 무민이에게 선생님은 학교 등교를 거부하는 옆집 순희를 등교하게 하면 징계를 철회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무민은 순희 어머니의 동의하에 순희네 집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순희를 다시 등교하게 고군분투하는 36일간의 순희 관찰일지입니다. 어두운 설정의 이야기지만 재미를 잃지 않고 공감을 주는 이야기입니다.무민이네 아파트는 강북구 번동의 허름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p13
샛별 아파트에 작은 해가 봉긋 솟는다. 블라인드에 가려 빛이 들지 않는 건 아마 501호 한 곳뿐일 것이다. 동네 주민들이 문밖에서 소리를 질렀다. 옆집 아인 열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벨을 누르거나 말거나 그보다 더 크게 텔레비젼 볼륨을 높였다.
"501호! 당장 문 열라고! 당장 이 문 안 열어!"
문 너머 들려오는 난잡한 소음에 나는 귀를 틀어막았다.
502호, 애석하게도 우리 가족은 며칠 전 이곳으로 이사했다.
p22
"진짜 너 내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어?"
빡세가 나를 향해 가늘게 눈을 치켜 세웠다.
안 된다. 절대 못한다. 죽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엄연히 세상엔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하는 법이다. 빡세가 요구한 건 내가 할 수 없는 범주에 속했다. 그건 비단 나만이 아니다. 이곳 준빈들 역시 할 수 없는 일이다. 엄마가 중책을 맡고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내가 무슨 수로 남들 다 기피하는 옆집 여자애를 학교에 끌고 나와야 한다는 건지.
"디데이 33일. 순희가 학교를 제적당하기 전까지 네가 데리고 나오면 퇴학 철회, 아니면 퇴학은 그대로 진행된다."
-무민이는 이리하여 등교 거부하는 순희의 등교와 자신의 퇴학처분 철회를 위해 이야기 속으로 뛰어듭니다.
p58
진술서
작성자 : 지순희
옆집 아이가 우리 집에 계속 찾아왔습니다. 급하게 할 말이 있다며 끈덕지게 나를 졸랐습니다.....
.....그 아이가 새벽에 배달되는 내 우유를 훔쳐 먹었습니다. 그 아이가 내가 주문한 포도즙 택배 박스를 몰래 열었습니다. 그 아이가 우리 집 앞에 노상방뇨를 했습니다. 다른 건 모두 참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원망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다 큰 녀석의 오줌을 닦는 건 정말이지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으면서 무민이가 부리는 진상을 상상을 하니 얼굴에 미소가 번지네요. 엉뚱한 무민이.
p95
순희의 팔목에 붕대를 돌돌 말았다. 팔목은 여러 형태의 상처로 조각조각 찟겨 있다. 덤덤한 순희보다 내가 더 아픈 사람 같았다. 호호 불며 꼼꼼하게 녀석의 손목을 치료하는데 속으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녀석이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어떻게 알았어?"
다행히 카메라 설치는 들키지 않았다. 그것이 걸리면 우리의 모든 계획도 끝장날 것이다.
"감시하는 거야?"
깡마른 녀석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시린 바람의 겨울 파도처럼 녀석의 말은 송곳같이 내 의식을 찔렀다.
"감이야, 감 내가 얘기 안 했나? 집안 대대로 신기가 조즘 있어. 내림 받을까 생각 중 인데."
못 믿는 눈치기에 확실한 믿음을 보여줘야만 했다. 눈을 감고 순희의 맥을 짚었다. 순릐의 손가락 끝을 구부렸다 펼쳤다. 엄마가 자주 다니는 총각보살의 요상한 주문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될 떄다.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단어들을 뱉었다. 기괴한 주문을 외우고 전신을 바르르 떨었다. 내 진지한 모습에 순희가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웃더니 "나 안 무서워?" 라고 물었다.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것일까?
"무서워."
-아!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으면 그 어린 조그만 순희는 자살을 시도했을까요? 그 슬픔의 무게가 짐작도 되지 않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대목인데 작가님이 독자들 너무 힘들어 하지 말라고 웃긴 장면도 넣어주시는 배려를 해주시는군요.
p148
말라비틀어진 장미의 잎처럼 아줌마의 뒷모습은 고약하기 그지없었다. 이깟 학교 이사장이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저렇게 절절매는 것인지. 겉으론 코웃음 쳤지만 속이 질척거렸다. 우리 사이에 권력이란 건 쌈질이나 성적 정도인데 어른의 권력은 내가 아는 것보다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힘은 습자지에 스민 먹물처럼 은밀하지만 깊숙이 학교 안에 퍼져 있었다.
-육식동물의 피비린내를 싸구려 향수로 감출 수는 없겠지요. 어른들의 더러운 악행을 아이들에게 전염시키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감상:
본문 150쪽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어른을 능가하는 청소년의 악행들, 과연 언제까지 용서만이 능사인가" 순희는 자기 부모를 그대로 닮은 양껌에게 상처를 받습니다. 양껌의 행동은 교정되어야 하지만 못난 양껌의 부모와 주위 어른들은 양껌보다는 순희를 비난합니다.
희로뽕을 상습 투여하는 사위를 감싸는 장인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어른인 제가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이야기 속의 순희는 무민이와 빡세를 만나지만 현실의 순희에게는 과연 무민이와 빡세가 있을까 싶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더 하고 싶은말이 많지만 글 주변머리가 일천하여 작가의 말로 대신합니다.
작가의 말
처음 시작은 잊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글을 쓰는동안 많이 아팠고 , 많이 울고 ,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잊히기를 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큰 상처는 기억만으로도 고통스러운 법이니까요. 그래서 몇 년간 이 글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엄청난 사건이 터졌습니다. 수심 아래 가라앉으면서도 기다리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기다린 꽃 같은 아이들, 그래서 다시 글을 꺼냈습니다.
세상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처받고 고통받는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그들의 손을 붙잡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괜찮아 , 그건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보탬
더불어 기억하겠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읽기 위해, 만들기 위해 고생하신 수많은 분들의 노고를.
2015년 6월 여름밤
최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