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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정신의 확산 ㅣ 바다로 간 달팽이 15
박영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평점 :
제목 : 못된 정신의 확산
지은이:
저자 박영란. 브라운 운동이라는 게 있다. 물에 떠 있는 꽃가루들이 서로 부딪칠 때 내는 아스라한 종소리 같은 것이다. 미립자들의 운동이나 냄새가 확산될 때 울리는 그 소리는 아직 두개골이 열려 있고 중이가 말랑말랑할 때만 들을 수 있다. 어른이 된 후에도 그 소리를 들으려면 영혼을 열어야 한다. 오랜 시간 끝에 처음 들린 소리를 받아 쓴 작품이『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였다. 연이어 단편집 『라구나 이야기 외전』 과 장편 『영우한테 잘해 줘』 를 냈다. 그 후 출간한 장편 『서울역』 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받았다. 청소년을 위한 테마소설집 『안드로메다 소녀』에 단편 「수지」를 실었다.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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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고등학교 1학년인 여학생인 주인공 나는 덩치가 아주 크고 중학교2학년때 태권도와 특공무술로 남자아이들 다섯명과 대등한 싸움을 벌인 후로는 왕따 아닌 왕따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자를 좋아한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의 집 옆에 원룸을 얻어 혼자 생활을 하고 있죠.
이 상황을 조라는 여자 불량그룹의 리더 여자아이가 파고 듭니다. 그리고 조는 주인공 나를 미나와 H와의 싸움에 이용합니다. 주인공 나는 알면서도 조의 이상한 매력에 끌려 점점 상황에 휩쓸려 들어가지만 결국 타락한 조는 별거아닌 존재가 되버리고 주인공 나는 다시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게됩니다.
P52
계단을 올라가면서 누구라도 좀 내다보았으면 싶었다. '학생 떠들면 안 돼', '학생들 몰려다니면 못써' 같은 잔소리를 해 댈 아줌마라도 나와 주길 바랐지만 어느 문도 열리지 않았다.
-요즘은 말 한마디 잘못하면 맞아 죽던지 다행히 힘으로 제압에 성공한 후에는 폭행죄로 경찰서에 잡혀 가던지 결과가 뻔하니 어른으로써 말 한마디 하기를 사회 시스템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왜 이런 법을 고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하지만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파란바지의 의인은 트라우마와 경제고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P63-64
그렇다면 나애게는 저 애들에 대항해 끝까지 싸우거나 , 저 애들이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맞아 주면서 싹싹 비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싸워 보는 쪽을 선택했다. 나중을 생각해서였다. 지금 만일 저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맞아 주면서 비는 쪽을 택한다면, 저 아이들은 나를 상대로 흥미를 잃을 때까지 이런 식의 장난을 계속하려고 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주기 살기'로 맞서 싸운다면 이기지는 못하겠지만, 저 아이들을 힘들게 할 수는 있다. 어쩌면 공포를 느끼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이들은 재미로 시작한 일치고는 너무 버겁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 구절은 우리 아이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부분입니다. 제 아이가 가해자도 피해자도 방관자도 될 수 있으니 이 부분을 꼭 기억해두라고 하고 싶네요.
P106
그런 것을 다 알면서도 조가 내 원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 신가다 애들과 싸우는 것을 도와주었고, 지속적으로 좋아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조를 좋아한다 해도 이제는 그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가 내 원룸에 몰래 들어왔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다. 조가 내 인생을 함부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폭행이라도 당한 것처럼 통증을 느꼈다. 더 이상 조와 관계를 지속해서는 안 되었다.
-주인공인 나는 왜 조에게 매력을 느끼는 걸까요? 조의 편에 서고 싶은 걸까요? 그리고 주인공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 너는 상당히 소중한 사람이란다. 전 우주에 너는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고 네가 태어났을 때 부모님뿐만 아니라 많은 친척들이 진심으로 기뻐했단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너를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잊지마렴."
P169
그런 일을 왜 해요?
누군가 질문했다.
확장해야지만 유지되는 게 이 세계니까.
선생님이 답했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데도 계속 확장해야만 하나요?
또 누군가 질문했다.
한 번 증식을 시작한 못된 정신은 여간해서 멈추지 못하지.
못된 정신이요?
한 번 시작되면 모든 것을 다 파괴해 버리는 정신이지.
그런 정신을 멈추게 하려면요?
순간 선생님이.
탁.
하고 보드판을 손바닥으로 쳤다. 모두 정신이 번쩍 깨어 보드판에 집중했다.
이런 행동이 필요할 거다. 이렇게 탁, 끊어 낼 줄 아는 행동이 없으면 이 못된 정신은 우리 모두 파멸에 이를 때까지 확장되다가 완전히 파괴시킨 뒤에야 사라지겠지. 폐허만 남기고 말이다.
- 현재의 배금주의 시스템이 수정되기 전에는 우리가 사는 세계는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확장을 멈추지 못할 것입니다.
아담스미스의 나라 영국은 관세로 힘없는 인도를 착취하고 파괴했으며, 세계대전으로 유럽이 거의 반거지 상태가 되는 기회를 교활하게 이용한 미국은 1800년대 초부터 1920년대까지 고율의 관세를 물렸습니다. 미국과 유럽사이에 놓인 바다를 생각할때 유사이래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국가가 아닐까? 게다가 제가 알기로는 독일의 관세 동맹을 추진했던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미국에 가서 보호무역주의를 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의 최대 주장자는 세계의 경찰국가인 미국입니다.
미국에 대해 잠깐 일부의견을 말하자면 미국의 석학인 노암 촘스키의 [희망을 묻다. 전망에 답하다]라는 책의 제2장에서는 라틴 아메리카와 미국의 대외정책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예외주의에 대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초월적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 현재의 여느 강대국과는 다르다는 논리입니다. 미국은 2차세계대전 전에는 경제력은 우월했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세계를 쥐락 펴락 할정도는 못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후에는 미국은 세계를 쥐락 펴락 하게되고 자신이 산유국임에도 석유 에너지 확보에 혈안이 됩니다. 미국은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국방비는 어마어마한 양을 소비합니다. 2008년 현재 전세계 군사비 지출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며 2위인 중국의 8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오바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대 대통령중 최대의 국방비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맹목적으로 미국을 따라하기 보다는 우리 모두 파멸에 이르기 전에 우리 대한민국이 조금은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193-194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말이 없고 , 힘도 없고, 싸움을 겁내니까 무시하는 건 아니고요?
아저씨가 계속 내 눈을 건너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엔 말이지. 싸움을 겁낸다는 건 죽도록 원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지. 다시 말해 이래도 좋고, 저래도 큰 불만 없고, 그런 정신이면.... 죽도록 원하는 쪽이 이기게 되어 있어.
착한 정신이 이기는 게 아니고요?
나는 생각지 못한 말을 불쑥 뱉었다.
어떤 게 착한 정신인지 분별해 내는 건 쉽지 않아. 세상은 그리 단순하게 굴러가는 게 아니니.
그래도 못된 건 못된 거 아닌가요? 못된 일은 명백하게 알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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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정신은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지. 모두 꼼짝 못하게 말이지. 그래서 그 편에 서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되지. 말하자면 이기는 편에 서고 싶다는 욕망. 그게 이 세계의 모순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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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에서도 못된 정신이 확장될 때가 있고, 착한 정신이 확장될 때가 있는 것처럼.... 그게 인류고, 그게 인간이지.
- 많은 사람이 캡사이신을 맞고 닭장차에 실려가는 어머니들을 보며 안타까와 하지만 저부터도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 뒤로 숨어버립니다. 부끄럽습니다.
p224
조가 속한 세계 역시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 애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여전히 자기들끼리 몰려다니고 때때로 분란을 일으키지만. 이제 그 애들은 시시할 따름이다.
사거리에서 조와 마주칠 때도 있다. 우리는 서로 모른 체 지나간다. 완전히 낮선 사람보다 더 낮선 사람들처럼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어떤 밤이 되면 나는 조를 생각한다. 그때 내가 생각하는 조는 지난 기억이다. 나는 그 시기를 건너온 것이다.
- 책은 현실과 달리 주인공이 혼돈의 시간을 잘 넘겼고 조는 몰락했습니다. 우리 사는 현실도 책처럼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감상:
작가 사진을 보니 여자분이신데 책의 느낌이 전반적으로 하드 보일드해서 작가에 대한 궁금점에 박영란씨를 찾아봤는데 정보를 찾을 수가 없네요.
책은 선과 악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악의 치명적인 매력으로 인해 선이 후퇴했다가 서로 겨루지만 결국에는 선이 승리한다는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세월호 사건에 대하는 일부 사람들의 행위가 생각났습니다.
또 청소년 폭력문제가 제가 자라던 시절과는 양상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좀 더 잔인해지고 어른들의 흉내를 더 정교하게 복사해내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