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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 여덟 가지 테마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앙투안 콩파뇽 외 지음, 길혜연 옮김 / 책세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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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한 일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려면 중병이 들거나 한쪽 다리가 부러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

 

 - 본문 中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도전해봤을 프루스트의 소설들. 그러나 끝없이 이어지는 삽입구와 한 번의 쉼까지 길게 이어지는 문장들은 이내 아직 도전자로서의 역량이 부족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한다. 나 역시 충분한 시간 이상의 조건이 충족된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누구보다 강한 의지와 애정이 더 수반되어야 했음은 명백했다. 그렇기에 무려 8명의 프루스트의 전문가들이 제시한 이 친절한 풀이서는 더 없이 반가웠다.

 

 

 

 

 

 

쟁쟁한 이력과 학식을 갖춘 학자들이 각자의 테마를 가지고 프루스트의 소설과 삶, 그리고 그들의 프루스트에 대한 애정까지 이야기해나간다. 그들의 일화, 프루스트의 소설들, 관련 사진들까지 풍부한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단 몇 장만으로 판단했던 프루스트에 대해 다시금 감탄하게 만든다. 아직 읽지 못한 문장들을 마주할때면, 그의 소설에 다시 도전해야하는 이유를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프루스트가 책을 집필한 방식인데, 새롭게 이야기가 만들어질 공간과 여유를 두고, 계속해서 단편들을 더해간다. 한 장의 노트가 추가되고 마침내 3000쪽에 이르기까지, 어렴풋이나마 그가 작업한 방식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작가는 건축가와 다르지 않다고 표현한 이들의 말이 금새 수긍된다. 매일 쌓인 새 원고들이 결국은 하나의 호흡으로 읽힌다는 것이 참 멋진 일이구나, 하고 미소짓게 될 것이다.

 

 

 

 

 

감히 단언하자면, 올해 읽었던 어떤 책보다도 강렬했다.

마음에 드는 글귀나 문장이 있으면 상단 모서리를 접어 표시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을 읽다가 손을 멈췄다. 48p를 읽을 무렵 거의 매 페이지에 이러한 표시가 있음을 알아차렸기에, 나는 결국 여타 프루스트의 독자들처럼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를 마침과 동시에 첫 페이지를 다시 열어야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강렬한 여름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읽었다면 분명 인생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을 것이라.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벗삼아 긴 호흡으로 읽어나가는 그의 소설 일부, 나와 같은 존경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들려주는 프루스트의 이야기. 쉬이 이미지가 그려지는 작은 이상이다.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내가 내년 여름에도 프루스트를 읽고 있을 거란 예상때문일까? 모두가 위대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을 마음깊이 이해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책장을 넘길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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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알파 : 리더를 깨우는 리더
대니엘 할런 지음, 김미란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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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에서 흔히 '엘리트'라 불리는 계층에게는 또 다른 이름이 있는데, 이를 '알파'라고 한다. 강력한 영향력과 타고난 지위, 리더쉽과 부 등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물질 혹은 정신적 자산이 풍부한 이를 가리킨다.

산업이 발전할수록 부의 극빈화가 심각해지는 현상 속에서, 이러한 알파들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반감을 일으키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생각과 현상에 반하여,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뉴알파'이다. 기존의 올드알파라고 지칭되는 이들과 달리 뉴알파는 성공과 영향력 등의 기본적인 요소를 가짐과 동시에 타인에게 영감을 부여하고 긍정적인 사회현상과 발전을 일으킨다. 달리 생각하면 옛이야기의 영웅과도 같은 존재로도 여겨지는 것과 비슷한 이미지다.

 

  

 

 

 

TED 강연 혹은 타 연설로 인지도가 있는 대니엘 할런의 [뉴알파]는 이 시대의 탁원한 리더에 대한 이해와 개인의 리더십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북이다. 단순한 정보전달의 책 이상의, 그녀가 제시한 프로그램에 맞춰 나 자신의 발전을 기록하고 실천하는 워크북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공동체와 상호협력을 강조하는 뉴알파적 리더십에 대해 [오리지널]의 저자 애덤 그랜트, [관리자를 위한 지도 지침서]의 저자 앤 뢰어 등 다양한 인사들의 호평이 쏟아진 책이다. 이들 역시 선한 형태의 새로운 리더십 분야에 영향력이 있는 이들이 많은데, 같은 이상향을 추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방향을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다.

 

 

 

 

"일과 삶에서 실패를 경험했든 못했든 성공하자면 더 많은 위험과 마주해야 하고, 더 잦은 실패를 경험할 수 밖에 업슨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인생이다. 누군가는 이 불편한 진실 앞에서 성장할 기회를, 위험 감수의 몫을 멈춰버린다. 하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당신은 실패를 벗 삼아야 하며, 다양한 상황에서 무엇이 통하고 무엇이 통하지 않는지를 이해하는 도구로 실패를 활용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 본문 中

 

 

 

책의 진행은  탁월한 사람-탁월한 리더- 탁월한 그룹이 되는 법이라는 큰 테마로 순차적으로 확대되며, 이는 결국 뉴알파로써의 대의가 그룹과 사회에 초점이 맞춰져있음을 암시한다. 개인으로서의 성공만을 강조했던 것이 '올드알파'적인 시선이었다면, 뉴알파는 개인의 성공에서 시작해 작게는 자신의 그룹안에서의 성공을, 그 후에는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에서의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의 함양을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 자기계발서의 가장 큰 오류 중 하나인 두루뭉실하고 피상적인 이상론적 남발과 언어사용이 이 책에서는 그 특성이 조금은 적게 보인다는 것이 장점이다. 완전히 이 한계를 벗어난 모습은 아니었지만, 꽤나 실천적인 프로그램북으로써 이 책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의 삶에서의 판단과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실질적인 보조툴로서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례와 명언들은 미래에 대한 기분좋은 다짐과 변화에 자극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리더의 자질은 시대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화한다. 이미 자동화가 근본이 되는 4차 산업에서 개인의 능력은 한계를 마주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개인이 조직과 네트워크로 확대되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생존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뉴알파로서의 발전은 결코 독단적인 능력배양과 고독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건강과 대인관계 등 개인의 삶의 질과 같은 문제에 더욱 가치를 두기 때문에, 뉴알파로서의 변화를 꽤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큰 의미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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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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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네온사인을 연상시키는 책 표지는 금방이라도 음악을 들려줄 것 같은 기대감을 품게 한다.
웃기기 위해 연재한 글들의 모음이라는 박상의 이 음악에세이는 그가 가진 문체와 개성을 고스란히 나타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상에서, 또는 여행지에서 의도적으로 듣고, 우연히 듣게 된 음악들로 그의 삶이 함축되어 있는 이 에세이는 내게도 인생의 순간순간을 나타낼 음악이 있는지 묻는 듯 하다.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음악이 흐르는 일상을 공유한 그의 이야기를 함께했다. 





그 시절이 내 생애 단 하나의 핵심적인 순간으로 아름다웠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느낌이었다. 가슴의 압통이 점점 커졌다. 지나간 시간의 아름다움을 잊을 수 없는 가슴이 아팠다. 베로나의 '푸르게 빛나던' 가을 햇살이 그것을 쿡 찔러버린 것이었다. 

- 026 p 

 

 



음악을 듣는 그 순간, 어떠한 것이든 현상과 환경은 존재한다. 그것이 음악을 듣는 귀와 연계되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그 음악이 당시의 추억을 회상하는 매개가 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렇기에 소장하고 있는 음악 한 곡, 한 곡에는 내 이생의 순간들이 담겨있다. 이 노래를 들었을 때의 나의 감정, 나를 둘러싼 환경 등을 느끼고, 다른 곡에서는 또 다른 과거를 만난다. 가볍게 넘겨보는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나 자신은 내 인생의 축약본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그렇기에 이 음악들은 내게 너무나 소중하고, 또 비밀스러운 그것이었다. 타인이 듣는 음악들을 공유받는다는 것은 타인의 인생을 공유받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작가의 수많은 음악들을 통해 또 그가 써내려왔던 글을 통해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그를 주변의 그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 기분이 들었다. 



 

 




 팝송, 국내음악, 펑크, 아리아 등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플레이리스트는 그의 다채로운 경험과 인생을 말해주는 듯 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CD를 활자로 전달받은 이 책은 음악인들에게 적지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만큼 환상적인 경험이 또 있을런지. 가볍지만 유쾌한 그의 문체는 긴장없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의 트랙들을 모두 읽은 뒤, 역시나 드는 생각은 나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적어보는 것이었다. 그가 그러했듯, 내게도 음악은 언제나 삶의 일부였고, 순간순간을 장식하는 배경이었다. 과연 음악으로 표현될 나의 인생은 어떤 선율일지. 가을의 도착을 기다리면서 소중히 간직해온 인생을 한 곡씩 마주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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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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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그것은 전혀 손쓸 수 없는 어떤 일에 대해 쓰는 거창한 단어일뿐이었다. 삶이 당신에게 "그래서"라고 말했을때, 당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을 운명이라 불렀다. 그래서,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로 불리게 되는것이 그의 운명이었다."



 러시아의 천재 작곡가로 익숙한 쇼스타코비치의 생애를 다룬 "시대의 소음"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저자 줄리언 반스의 신작이다.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쇼스타코비치라는 익숙하지만 낯선 작곡가에 대한 순수한 기대감에서였고, 그 순수함이 무지함이었음을 인식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표현은 또한 음악을 들을 줄 모르는 이들이 그의 교향곡에서 자기네가 듣고 싶은 것을 듣게 해주었다. 그들은 종결부의 끽끽거리는 아이러니를, 승리의 조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승리 그 자체만을, 소비에트 음악, 소비에트 음악학, 스탈린 체제의 태양 아래에서 살아가는 삶을 향한 충성스러운 지지만을 들었다."



단순히 인터넷에서 짧게 들은 그의 음악들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해왔던 나는, 그에게 얼마나 큰 모독을 준 것일까.


'누구나 다 아는 천재적인 작곡가라는 수식어때문에, 그의 작품은 무조건적으로 광활하고 의미있는 서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이것은 대단한 것이다.'
내가 그동안 음악을, 작품을 대했던 태도였다. 이 짧은 문단이 내게 안긴 충격의 여파는 상당했다. 나는 온전히 작품을 이해해본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그렇다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어느정도의 범위에서 완성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특히나, 쇼스타코비치의 시대적 상황을 처음 접하고, 작품들의 탄생배경을, 탄생비화를 알게 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한 신념이 깨져버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무엇이 뒤틀려있는가, 무엇이 숨겨져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그런 안목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이것이 그의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들 중 하나였다. 거기 서서 그들이 오기를 기댜리는 것은 용감한 행동일까 비겁한 행동일까? 아니면 둘 다 아닌- 그저 합리적인 행동인가? 그는 답을 찾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 독재시절, 수많은 걸림돌에 발끝을 채이고 또 채인다. 자유의지가 작품을 차별화시키는 힘인 예술가에게 일직선적인 찬양과 사상은 독으로 작용했다. 권력층의 몸짓 하나에 목이 잘리는 작곡가들을 스쳐지나가면서, 쇼스타코비치는 살아남았다. 그렇기에 그가 이리도 자조적이고 자기혐오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마치 일본의 문학가 다자이 오사무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들은 현 시대의 맹목적인 흐름을 쫓는 데 급급한 이들에게도 강렬한 자극으로 다가왔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면 죽음 너머에는? 그는 침묵의 잔을 들어 건배를 하고 싶었다. '이보다는 더 나아지지 않기를 바라며!' 죽음이 모피를 두른 굴욕과 함께 핢으로부터 안식처럼 온다 해도, 상황이 덜 복잡해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3부로 구성된 책은 그가 겪은 가장 굴욕적으로 살아남은 순간들의 이야기들이다. 줄리언 반스의 예측할 수 없는 서술들의 나열은 운명이라는 시국에 흔들리는 쇼스타코비치의 내면에 더 가까워질 수 있게 한다.
살아남은 작곡가, 쇼스타코비치. 그의 삶이 남긴 궤적은 단순한 걸작들의 향연이 아니다. 시대의 소음에 짓눌린 예술가, 사건들의 무참함은 쇼스타코비치는 물론, 격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다시 돌아보고 온전히 이해하는 것에 대해 자문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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