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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 천일야화 ㅣ 현대지성 클래식 8
작자 미상 지음, 르네 불 그림,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7월
평점 :
고대 중동지방에서 전해내려온 구전 이야기를 집대성한 아라비안 나이트 - 천일야화는 어린시절 디즈니의 알라딘 만화로 더욱 유명했던 이야기이고, 할리우드에서 많은 내용들이 이미 영화화되어 매우 익숙한 이야기들이다.
아라비안 나이트야말로,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배신, 부와 권력에 대한 심오한 고찰, 현대인과 동일한 고민들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상상 문학의 정수라 할 수 있겠다.
일반적인 동화들이 그렇듯이 권선징악에 왕자와 공주 이야기로만 기억되던 아라비안 나이트를 원래 이야기에 더욱 가깝게 옮긴 작가의 관점은 어린 시절 추억과 고대 중동 지방의 사람 냄새 사이에서 균형잡힌 시각으로 현대의 독자에게 다가온다.
보다 현실적이고 선과 악이 불분명하며 각자의 캐릭터가 자신의 부 또는 생존을 위해서 행동하는 것을 보면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수준은 아니다.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알라딘의 경우에도, 게으르고 바람직한 인물은 아니며 우연한 기회에 부와 권력을 잡게 되고, 위협이 되는 적을 망설임없이 처단하는 인물이다.
역사 속에서 권력을 잡은 인물에 대한 미화와 같은 기조로 주인공 역할의 인물들은 항상 행복하게 잘 살면서 끝나는 점이 아라비안 나이트가 단순한 신화 수준이 아니라 역사와 맞물려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분명히 오락성이 높은 이야기지만 그 내면에는 결과적으로는 선한자가 아닌 이긴 자의 이야기이다.
과거 중동 사람들의 가치관이 현대에서도 매우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보편적인 공감대가 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한 액자식 구성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또다른 이야기가, 그 이야기속의 화자가 또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등 다중 액자식 구조라 하겠다.
하지만 그 것이 복잡하게 다가오지는 않으며, 어떤 공통된 주제를 계속해서 읽는 이에게, 또는 듣는 이에게 이야기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파도처럼 겹겹이 밀려오는 이야기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고대 중동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중간 중간 포함된 일러스트도 매우 잘 그러져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동경의 대상이 된 이야기가 실제로는 무시무시하고 잔인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오는 것은 세상을 어느정도 겪고 난 어른의 관점에서 오는 현실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