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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마르셀 로젠바흐 & 홀거 슈타르크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평점 :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만 하더라도 당연히 '위키리스크(Risk)'인줄 알았다. 인터넷 서점을 찾아보니 '위키리스트(List)'라고 써놓은 곳도 있더라. '위키리크스'란 말이 발음도 그렇고, 좀 어려운 말이긴 해.ㅋㅋ 사전 찾아보니 리크스(Leaks)는 '약한 부위'라는 뜻이다.
당연히 위키피디아를 흉내낸 사이트라고 생각했더니, 첫장에 위키피디아와 헛갈려해서 짜증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도 아니었구나. 헐~
'위키리크스'는 세계의 중요한 비밀들을 폭로하는 사이트다. 이라크 전쟁에서 '부수적 살인'(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을 학살한 사건)에 관한 폭로가 터져나오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독일 쪽의 젊은이들이 만들었고, 이 사이트를 대표하는 인물 줄리언 어산지는 성폭행인가 뭔가로 지명수배 되어 있다가 최근에 잡혔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들은 적이 있다.
도대체 거기가 뭐하는 사이트인지, 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지 알고 싶어 이 책을 빌렸다. 알고보니 '위키리크스'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은 2권이 있었고, 내가 읽은 이 책은 줄리안 어산지와 함께 이 사이트를 만들었던 사람이 썼고, 다른 책은 이 사이트와 긴밀한 관계에 있던 독일 '슈피겔'지의 기자들이 썼다.
여튼, 그렇게 보게된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출판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읽는 내내 다니엘 슈미트(본명은 더 길고 어렵지만, 대외적으로 이 이름으로 통했다고 한다)의 얼굴에 <소셜 네트워크>의 마크 주커버그 역할을 했던 제시 아이젠버그 얼굴이 떠올랐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위해 더 좋은 일을 하자며 의기투합한 두 친구. 그러나 폭로의 수위가 높아가면서 창립자의 독선은 점점 커지고, 프로그래머인 다른 친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이트의 안전과 제보자들의 비밀 보장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결국 폭로에만 목매는 창립자와 갈라서는 모든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20대 열혈청년들에게 가능한 이야기다.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 반, 이미 <소셜 네트워크>가 나온 마당에 아류작이 되겠다는 생각 반.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비밀들의 의미 보다 그들 사이의 다툼과 반목을 더 재미있어 하면서 읽었다. ^^
만약 우리나라 청년들이 이런 사이트를 만들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누군가 한명 폭로자료를 올리고, 그것이 화제가 된다. 그러면 몇시간 만에 신상털기를 통해 그 자료 제보자가 어디 사는 누구인지 밝혀지고, 하루만에 그는 회사에서 짤릴 거고, 나와서 대국민사과 성명이라도 발표해야 될테고, 사이트는 잠정 폐쇄에 들어가고....그런 쓸데없는 상상을 해봤다. 3일만에 공중파 TV 프로그램하나가 아작나는 사태를 보니, 우리나라에서 '위키리크스'는 무리데쓰.
위키리크스나 오픈리크스에 한번 들어가보고 싶지만, 언어의 장벽이 너무 높다. 책에도 나와있다. 영어 위주의 폭로 자료밖에 못올린다며, 우리는 한국어 모른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