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공감
안은영 지음 / 해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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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와서 돌이켜보니 이 책을 읽던 일주일동안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에서 살았지 싶다. 낮엔 해가 떠있다는 위로를 하며 쉴새없이 티브이를 시청하고, 집안일을 하고, 운동을 했다. '이제 여유롭게 내 할일 시작' 하는 시간은 늘 어두워서야 오곤했는데, 그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이 책을 읽어야지 였다.

 

*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없다고 말하며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의 조언으로 조금 더 시야를 넓혀가거나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애매한 후자 타입이다.

 

누구에게도 전화할 수 없었다는 건 핑계야. ..(중략).. '당신을 성가시게 해서 내가 상처 받고 싶지 않다'라는 아픈 단념 같은 거야.(103쪽)

는 작가의 말이 뇌 속까지 사무쳤다.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말을 예전부터 믿어 의심치 않아오던 내 생각이 무의식중에 뼛속까지 반영된 셈이다. 나보다 10년은 더 살았을 작가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정말 힘든데 옆에 있어줄 믿을 만한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나는 나 중심이기 때문에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걸.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만, 사랑을 짙어질수록 오만해진다. 왜? 이기적이기 때문에. 내가 그 사람들에게 애정받고 있는 걸 너무도 당연시 생각하기에 강한 자극이 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져, 외로울 땐 마치 기댈 누군가는 없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렇게 하다보면 믿고 있던 인연의 실도 끊어져 나간다. 뿐만 아니라 현실도 함께 휘청거린다.

모든 실수엔 협의가 가능해. 그리고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협의일수록 실수 발생 빈도는 현저히 줄게 돼 있단다.(84쪽)

작가의 이 말이 참 많은 위로가 됐다. 내가 했던 실수란 늪에 깊숙이 빠지지 말고, 그 실수에 대해서 협상을 하고 중간지점을 찾아서 만회할 수 있는 다음번을 만들라고 말한다. 정말 내 사람이라면 이런 나를 외면할리 없다면서.

 

지후선배나, 신우형은 절대 해줄 수 없는 말들을 '은영언니'가 해주는 시간. 언니가 없는 나에겐 참 값진 말들이었다. 스스로를 자기검열하며 타인보다 내가 중요하다는 말은 눈물 젖은 빵을 먹는 기분이었다. 특히나

결국 시선의 문제다. 타인의 시선의 향방을 살피면서 내 행보를 점칠 줄 아는 센스는 사회생활에서 꼭 필요해.(62쪽)

라고 말해주는 대목은 (내 지금 상황이 졸업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은찬이 최한결에게 선물했던 힘이 불끈불끈 우유보다 더 많은 힘이 불끈 솟아나게 하는 부분이었다. 이성간에 맘 편히 할 수 없는 대화를 동성끼린 가능하다. 애석하지만 남자분들은 공감이 안가는 부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조차 여자공감 이니까. 한참 어린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는 남자라면 한번 읽어보길 권유(그렇다고 읽고나서 이대로 여자친구에게 조언을 하진 마라, 이 책을 권하는 게 그녀와의 관계 형성에 더 적절할 듯)한다.

 

"걱정마, 누구보다 내가 먼저 너를 이해할게"라는 표지의 말처럼 그녀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을 이해해주고 다독여주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책 중간 자신이 말한 좋은 언니가 되려거든 만만해지라는 말을 실천해 보이듯이.

낙서장을 보면 나는 나만의 판단력으로 살아가길 원한다는 글귀를 찾을 수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원하는 바를 조금 수정하기로 맘먹었다. 들을 수 있다면 들으면서 내가 나가는 길을 개척하자고. 해줄 사람이 있는데 굳이 마다할 필요는 무엇? 마지막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한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기로 하자.

솔직함과 정직의 차이를 알고는 있니?..(중략)..말하자면 솔직함은 털어놓지 않고는 못 배기는 순간의 마음이고, 정직함은 자신의 감정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세야. ..(중략).. 정직한 사람과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의 인격은 천양지차야. 정직한 사람은 '솔직'과 '정직'을 강조하지 않아.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그 순간의 '사실'만을 강조하지. 그러니 그다음 상황에선 과거의 솔직함이 그들에겐 무의미해.(25쪽)

아마도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 중에는 이 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을 듯하다. 모르면?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니 도움이 되도록 우리 함께 이 책을 다시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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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랑의 실험 - 독일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알렉산더 클루게 외 지음, 임홍배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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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부터였다. 세계문학전집을 기필코 몽땅, 싸그리, 모조리 독파해버리고 말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것이. 출판사를 정해서 전집을 읽고 있노라면 다른 출판사에서 야심차게 새로운 전집을 내밀었다. 그럴 때마다 끈기가 부족한 내탓도 했지만, 여러 출판사가 힘을 모아 하나의 전집만 만들 것이지 경쟁적으로 이곳저곳에서 출판해대는 상황탓도 꽤많이 했었다. 여전히 전집은 출판되고 있다. 새로운 작품의 추가라던가, 다른 출판사에서 범했던 오류를 견고하게 수정하여 '우리것은 질이 다릅니다'라는 문구를 내세워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면을 살펴보았을 때 경쟁적으로 책이 나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책을 많이 읽도록 유도하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기에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지금은 그것을 '탓'하지 않는다. 나 또한 많은 새 책들의 출간을 기다리는 독자 중 하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아직도 전집을 독파하지 못했다.



이 책이 내 눈에 띈 것은, 어쩌면 2010년 새로운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져보라는 신의 계획된 음모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창비에서 나온 문학 전지은 총9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글에서는 독일편-어느 사랑의 실험 이라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이번에 창비에서 낸 이 세계전집은 국내에 익히 알려져 있는 작가들의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목차를 살펴보니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들이 포함되어 있었다(앞에서 말했다시피, 전집을 읽지 못한 관계로 작가는 알지만, 작품을 잘 알지 못한다).

독일문학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문체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문학이라는 것이 어느 나라건 그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건 어쩔수가 없는 현실반영이다. 18~19세기 독일은 계급의 구분이 확실했다. 그래서인지 단편들 면면이 따져보면 계급이 철절히 분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우리나라 소설이 아닌 다른나라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기본적은 역사 배경에 대한 검색을 필요로 한다).



독일의 문학을 읽으면서 관심이 갔던 작가는 단연 프란츠 카프카다. 단편 변신의 앞쪽을 살짝 맛본 나로서 다른 단편은 어떤지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정확히 인간으로 진화가 계속되고 있는 원숭이의 학술회 대본형식을 취하고 있는 소설이었다. 사람이 아닌, 사람이 되가는 원숭이의 이야기는 묘한 기분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거대한 틀에서 자신이 신분상승을 하고 있다는 걸 누군가 교육시키지 않아도 인간생활을 알아가면서 그게 맞는 것이라 느끼는 듯한 원숭이의 이야기는 불완전한 인간의 삶에 대해서 어떤 누구보다 가장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력을 보면 참 배부르게 잘살았던 프란츠 카프카에게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건, 꽤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 외에도 16개의 단편이 더 있다. 쭉쭉 읽다가 알렉산더 클루게의 '어느 사랑의 실험'까지 읽은 분들이 있다면 이 문장을 음미해보자.

이 실험은 불행이 일정한 도를 넘으면 더이상 사랑을 작동시킬 수 없다는 걸 말해주는 것일까?(295쪽)

독일문학을 읽으면서 느끼건데, 딱딱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지만 세상을 약간 어렵지않은 곳으로-정있는 세상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작가들의 의지가 들려오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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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러브 - 사랑스런 로맨스
신연식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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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연애는 피곤한거야. 솔로가 최고야!" 연애를 해본 사람들은 이렇게 대응한다. "피곤할진 몰라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연애를 해보고 나면 혼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쓸쓸한 일인지 알게 돼." 흡연자가 비흡연자에게 담배를 펴보지 않으면 왜 끊을 수 없는지 이유를 알게될거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젊고, 늙고를 떠나서 사람이라면 분명 저 네개중 두개씩은 맞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을거다. 예를들면 비흡연자 솔로남이거나 흡연자 품절녀.

나는 비흡연자 임자있는 여자다. 담배를 무지 싫어하지만, 내남자를 무지 사랑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기에 이 책에 더욱 매력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혹시, 애인이 없는 상태였어도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을 것같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랑하는지 무지무지 궁금해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가면서 남의 눈을 신경쓰지 않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타인의 눈을 신경쓰게 되고, 그러다보니 저절로 따지는 게 많아지고 치장도구도 확대되어 간다. 어떤 사람은 강박관념이 너무 심해져서 주변 사람들에게 너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사랑을 하는 것 같다는 말까지 들을 걸보면, 현대는 사랑이란 걸 하기 어렵게 변해가는 것 같다. 그 와중에도 띠동갑을 넘어선 20살, 30살 차이의 나이를 극복하며 사랑을 꾸려가는 이들이 있다. 어느 티브이 채널에서 간혹가다 볼 수 있는, 희귀하지만 순수한 사랑 말이다.

 

영화로 먼저 사람들에게 선보인 이 책은 50대에 접어든 형만의 이야기다. 친구 기혁이 죽게 되면서 딸을 맡게 되는데 자신의 생각보다 큰 기혁의 딸 남은에게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마음의 흔들림과 애틋함을 느끼게 된다. 누가봐도 이상해보이는 커플이지만 그들은 다른 커플들이 겪는 생각과 행동에 대한 차이를 똑같이 겪으며 아파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의 눈은 그리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사랑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남은은 형만에게서 따뜻한 배려와 관심을 받으며 사랑을 키워갈 뿐이다.

친구의 딸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형만은 조금 더 당당하게 사랑을 했을지도 모른다. 너무 늦었다고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남은이가 늦게 태어나서 지금 사랑하게 된 것 뿐이라고 자신을 다독인다. 그런 그들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나이가 너무 달라 느끼는 좌절감. 함께 변하고 싶어하는 남은, 이미 자신의 생활에 안주하고 있는 형만.

"우리 다시 만나요."라는 말로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그들은 정말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을까?

 

혼자이던 삶에 익숙했던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출현으로 인해서 혼자라는 게 낯설어졌다. 이 책을 읽다말고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나눴었다. 과연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인지, 오래갈 수 있을런지에 대해서. 나나 남자친구 모두다 회의적이었다. 나이차이가 너무 나는 것부터가 서로를 방해하는 큰 장애물이 될거라고. 나이가 어린 여자는 아직 많은 세월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남자는 늘 그것을 배려해주려다 보면 언젠가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혹시 내가 너무 글로만 읽어서 극단적인 부분, 나이만 놓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에- 영화는 어떻게 그려졌을지를 확인하기 위해 페어러브 예고편을 찾아서 봤다. 안성기와 이하나의 호흡. 평소에 매우 좋아하던 배우들이었는데, 그 둘이 만약 실제로 사랑한다고 하면 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예고편을 보고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러고 보니,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는 이런 일이 허다했을 텐데. 양반집네 재취자리로 시집가는 젊은 처자와, 일찍이 혼기가 꽉찬 여인네와 결혼하는 도령. 옛날부터 만들어놓은 이 일들이 현대에 와서 일어났다고 해서, 우리가 정말 비난할 자격이 있는걸까. 조상 보기 부끄러워진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드라마 '로망스'가 나왔을 때도 선생과 제자가 사랑한다는 소재 자체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다며 파장이 참 컸었다. 어떻게 높으신 선생님과 그 제자가 결혼할 수 있냐며.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사랑하고, 고난을 함께 이겨냈다면 결혼하는 세상일진데 안돼는 일이 무엇이며, 이상할 게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다.

최대한 중립적으로 이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싶다.

결말이 뻔한 러브스토리였지만, The Fair Love,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공평한 사랑이라면 제3자까지 나서서 그 사람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금은 일단 자신들의 문제에 빠져서 충분히 힘들테니, 그안에서만 허우적 거릴 수 있도록 냅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같다.

사랑을 다만 상상할 뿐이고, 결말은 언제나 예측이 어렵다. 사귄다, 헤어진다로 쉽게 이등분할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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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돈 관리 -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고득성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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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이라면 누구나 풍족하고 여유롭게 세상을 살 권리가 있다. 권리에다가 하나 더 바랄 수 있다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보고 죽을 수 있는 축복까지 원하기도 한다. 이렇듯 숨기고 싶은 욕심들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서로 다른 이유에서 돈을 원하고 걱정한다. 옛말에 돈을 너무 밝히면 심성이 못되고, 삐뚤어지며, 가난을 면치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너무'라는 말대신 어느정도라는 말을 넣어 옛말을 개정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현대시대에는 돈이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되었다. 돈에 노예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 욕심을 가져야만 꾸준히 노력하고 진보하여 쟁취할 수 있는 수단.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돈을 모으기는 하지만 정확한 방법과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젊은이들은 드물다. 저금하면 되겠지, 아껴쓰면 되겠지 하는 게 내 나이 또래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나 또한 그런 젊은 사람 중 하나였다. 요새는 이율이 다 비슷비슷해 통장 하나 만들어 꾸준히 저축하면 뭔가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막연하게 돈을 모으고 있었다. 이 책의 지은이 고득성님께서 일찍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안타까워 했을까. 아마도 그런 마음을 미리 예측해보고 이 책을 만든 거겠지. 이 책은 제목대로 돈 관리하는 방법을 마법처럼 알게 된다. 전문가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무지한 사람과 비교하면 제태크의 고수로 비칠 정도의 수준은 될 수 있다.

5대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상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지은이의 말처럼 이 책도 크게 5가지로 자산을 분류해놓고 자산 특성에 맞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자상하게 설명해두었다. 예비자산, 집자산, 보장자산, 은퇴자산, 투자자산.

어쩌면 나는 이 책을 다소 빨리 만났나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수입이 꾸준히 들어오는 25세 이상을 겨낭하여 만든 책이지 싶었다. 혹시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덮는다면, 당신은 분명 돈 관리를 하는데 있어서 이 책을 읽은 사람에게는 패배할 수도 있다. 투자가의 생생한 증언들이 올바른 길로 안내해주는 지침서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내 이야기를 덧붙여보자면, 학생이기에 나는 아직 무언가를 돈관리를 책 내용대로 실행에 옮길수는 없지만 용돈과 아르바이트를 통한 수입을 내 수입이다 생각하며 '은퇴자산'을 계획중이다.



즉, 수입이 끊기는 은퇴 이후에 매월 일정 금액의 소득원을 만드는 방안 모색을 중심으로 은퇴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91쪽)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취직처를 구할 때까지는 '수입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단돈 얼마라도 모아둬야 그 후의 일을 도모할 수 있다. 20대를 넘기고 중반을 훌쩍 넘기면 더이상 부모에게 의지할수만은 없는 노릇이기에 책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책이 나에게 맞게끔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꼼꼼히 밑줄긋고, 메모해가며 읽었다.

덕분에 좋은 통장도 많이 알게 되었고(2월달에 통장을 개설하여 자산 만들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보험은 어떤 걸 알아야 좋은 가입을 할 수 있는지, 나 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한 보장자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보다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돈 모으는 이야기만 했다 해서 이 책이 들어오는 돈에 대해서만 말하는 건 아니다. 나가는 돈에 대해서도 짚어준다. 복리예금으로 인한 자산불리기 외에도, 복리채무로 인한 빚의 덫에 걸리지 말라는 충고도 포함되어 있다.

재테크에 관련된 책을 읽기는 처음이라 첫 챕터는 너무 지루했다. 뭐든 기본을 아는 게 중요하다는 말만 아니었어도 어쩌면 나는 이 책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에서야 고백하는건데, 나는 그 때 포기하지 않기를 잘한 것 같다. 덕분에 지금 내 옆에 있는 남자친구에게도 좋은 자산관리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레벨이 되었다. 더불어, 다음 재테크 독서를 위한 밑거름이 되어준 것 같아서 이 책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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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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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부터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고찰까지. 이 책은 나에게 책을 진정 책으로 대하고 있었는가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책을 읽으매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돌이켜보았다. 글을 쓰는 게 업인지라 글은 내가 마주서야할 필연적인 존재였다. 그 존재를 똑바로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힘을 길렀어야 했건만 지금까지 너무 안일한 상태에 안주했다는 생각에 온몸에 힘이 빠졌다.
기억을 오래 남겨두기 위하여 시작한 감상문이었건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진심으로 책이 읽고 싶어졌다. 온힘을 다해 책을 읽고 나를 위한-동시에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을 위한 감상문을 적어보고 싶어졌다. 읽는 것과 쓰는 것 모두에 힘을 쏟고 싶어졌다. 일단은 이 책에 나온, 내가 읽지 못한 책들부터 천천히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저자가 말한, 고구마뿌리처럼 줄줄이 딸려나오는 책들을 읽기엔 나는 아직 재미를 원한다.

9개의 챕터로 나뉘어진 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책들에 대한 감상문을 실었다. 모든 책들이 내게 비수같이 꽂혀왔지만 특히나 내 아래·위 세대의 각성을 위해 당장 필요해보이는 부분은 인문·사회학 편이었다. 이 부분은 나 자신이 작아지게 만들었다. 세상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 나와는 상관없음을 외치며 방관한 세상이 파국에 치닫고 있음을 깨달을 수밖에 없는 순간은 머리끝부터 소름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쇼프로에 나온 가수 타이거 JK의 좋은 일에 쓸 수 있도록 인기가 생겼으면 한다는 고민이 생각났다. 대중 앞에서 큰 소리로 외칠 수 있는 힘만이 이 지구를 움직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그는 일찍부터 알았던 것이다.

일본 작가들은 만연체의 풍요로운 이야기보다 단문으로 풀어나가는 기술을 선호한다는 것을 새삼 발견했다. 어찌된 일인지 내가 읽은 몇 권 안 되는 일본 소설이 대게 짧은 문장과 발랄한 문체, 그리고 간단한 마무리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언어습관을 보면 건조한 느낌을 받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나 《면장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87쪽)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내가 관심있게 본 부분은 국내와 국외문학 편. 저자는 책에 대해 스스로 익힌 지식과 올바른 독서습관으로 체득한 감상을 타인도 자신이 느낀만큼 느끼도록 적은 글이라는 걸 여실히 증명해냈다. 자고로 읽는 사람은 읽은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 책에서처럼 자신이 읽은 내용에 대한 감상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정도의 정리는 되어야 ‘머릿속에 좀 넣긴 했구나’하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텐데. 나는 늘 말주변이 없다는 핑계로 읽은 것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활자들을 경험하고 얻는다. 나는 어제까지 살아왔지만 오늘 이 책을 얻었다. 이제 잊지 않고 기억하며 한 단계 도약을 원했던 그 시간을 이어가며 살아야 한다.
지금, 내 앞에 쌓여있는 책들부터 제대로 대면하며 이 책을 통해 얻은 것들을 써먹을 시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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