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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러브 - 사랑스런 로맨스
신연식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연애는 피곤한거야. 솔로가 최고야!" 연애를 해본 사람들은 이렇게 대응한다. "피곤할진 몰라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연애를 해보고 나면 혼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쓸쓸한 일인지 알게 돼." 흡연자가 비흡연자에게 담배를 펴보지 않으면 왜 끊을 수 없는지 이유를 알게될거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젊고, 늙고를 떠나서 사람이라면 분명 저 네개중 두개씩은 맞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을거다. 예를들면 비흡연자 솔로남이거나 흡연자 품절녀.
나는 비흡연자 임자있는 여자다. 담배를 무지 싫어하지만, 내남자를 무지 사랑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기에 이 책에 더욱 매력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혹시, 애인이 없는 상태였어도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을 것같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랑하는지 무지무지 궁금해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가면서 남의 눈을 신경쓰지 않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타인의 눈을 신경쓰게 되고, 그러다보니 저절로 따지는 게 많아지고 치장도구도 확대되어 간다. 어떤 사람은 강박관념이 너무 심해져서 주변 사람들에게 너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사랑을 하는 것 같다는 말까지 들을 걸보면, 현대는 사랑이란 걸 하기 어렵게 변해가는 것 같다. 그 와중에도 띠동갑을 넘어선 20살, 30살 차이의 나이를 극복하며 사랑을 꾸려가는 이들이 있다. 어느 티브이 채널에서 간혹가다 볼 수 있는, 희귀하지만 순수한 사랑 말이다.
영화로 먼저 사람들에게 선보인 이 책은 50대에 접어든 형만의 이야기다. 친구 기혁이 죽게 되면서 딸을 맡게 되는데 자신의 생각보다 큰 기혁의 딸 남은에게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마음의 흔들림과 애틋함을 느끼게 된다. 누가봐도 이상해보이는 커플이지만 그들은 다른 커플들이 겪는 생각과 행동에 대한 차이를 똑같이 겪으며 아파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의 눈은 그리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사랑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남은은 형만에게서 따뜻한 배려와 관심을 받으며 사랑을 키워갈 뿐이다.
친구의 딸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형만은 조금 더 당당하게 사랑을 했을지도 모른다. 너무 늦었다고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남은이가 늦게 태어나서 지금 사랑하게 된 것 뿐이라고 자신을 다독인다. 그런 그들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나이가 너무 달라 느끼는 좌절감. 함께 변하고 싶어하는 남은, 이미 자신의 생활에 안주하고 있는 형만.
"우리 다시 만나요."라는 말로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그들은 정말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을까?
혼자이던 삶에 익숙했던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출현으로 인해서 혼자라는 게 낯설어졌다. 이 책을 읽다말고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나눴었다. 과연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인지, 오래갈 수 있을런지에 대해서. 나나 남자친구 모두다 회의적이었다. 나이차이가 너무 나는 것부터가 서로를 방해하는 큰 장애물이 될거라고. 나이가 어린 여자는 아직 많은 세월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남자는 늘 그것을 배려해주려다 보면 언젠가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혹시 내가 너무 글로만 읽어서 극단적인 부분, 나이만 놓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에- 영화는 어떻게 그려졌을지를 확인하기 위해 페어러브 예고편을 찾아서 봤다. 안성기와 이하나의 호흡. 평소에 매우 좋아하던 배우들이었는데, 그 둘이 만약 실제로 사랑한다고 하면 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예고편을 보고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러고 보니,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는 이런 일이 허다했을 텐데. 양반집네 재취자리로 시집가는 젊은 처자와, 일찍이 혼기가 꽉찬 여인네와 결혼하는 도령. 옛날부터 만들어놓은 이 일들이 현대에 와서 일어났다고 해서, 우리가 정말 비난할 자격이 있는걸까. 조상 보기 부끄러워진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드라마 '로망스'가 나왔을 때도 선생과 제자가 사랑한다는 소재 자체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다며 파장이 참 컸었다. 어떻게 높으신 선생님과 그 제자가 결혼할 수 있냐며.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사랑하고, 고난을 함께 이겨냈다면 결혼하는 세상일진데 안돼는 일이 무엇이며, 이상할 게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다.
최대한 중립적으로 이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싶다.
결말이 뻔한 러브스토리였지만, The Fair Love,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공평한 사랑이라면 제3자까지 나서서 그 사람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금은 일단 자신들의 문제에 빠져서 충분히 힘들테니, 그안에서만 허우적 거릴 수 있도록 냅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같다.
사랑을 다만 상상할 뿐이고, 결말은 언제나 예측이 어렵다. 사귄다, 헤어진다로 쉽게 이등분할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