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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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부터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고찰까지. 이 책은 나에게 책을 진정 책으로 대하고 있었는가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책을 읽으매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돌이켜보았다. 글을 쓰는 게 업인지라 글은 내가 마주서야할 필연적인 존재였다. 그 존재를 똑바로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힘을 길렀어야 했건만 지금까지 너무 안일한 상태에 안주했다는 생각에 온몸에 힘이 빠졌다.
기억을 오래 남겨두기 위하여 시작한 감상문이었건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진심으로 책이 읽고 싶어졌다. 온힘을 다해 책을 읽고 나를 위한-동시에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을 위한 감상문을 적어보고 싶어졌다. 읽는 것과 쓰는 것 모두에 힘을 쏟고 싶어졌다. 일단은 이 책에 나온, 내가 읽지 못한 책들부터 천천히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저자가 말한, 고구마뿌리처럼 줄줄이 딸려나오는 책들을 읽기엔 나는 아직 재미를 원한다.

9개의 챕터로 나뉘어진 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책들에 대한 감상문을 실었다. 모든 책들이 내게 비수같이 꽂혀왔지만 특히나 내 아래·위 세대의 각성을 위해 당장 필요해보이는 부분은 인문·사회학 편이었다. 이 부분은 나 자신이 작아지게 만들었다. 세상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 나와는 상관없음을 외치며 방관한 세상이 파국에 치닫고 있음을 깨달을 수밖에 없는 순간은 머리끝부터 소름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쇼프로에 나온 가수 타이거 JK의 좋은 일에 쓸 수 있도록 인기가 생겼으면 한다는 고민이 생각났다. 대중 앞에서 큰 소리로 외칠 수 있는 힘만이 이 지구를 움직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그는 일찍부터 알았던 것이다.

일본 작가들은 만연체의 풍요로운 이야기보다 단문으로 풀어나가는 기술을 선호한다는 것을 새삼 발견했다. 어찌된 일인지 내가 읽은 몇 권 안 되는 일본 소설이 대게 짧은 문장과 발랄한 문체, 그리고 간단한 마무리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언어습관을 보면 건조한 느낌을 받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나 《면장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87쪽)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내가 관심있게 본 부분은 국내와 국외문학 편. 저자는 책에 대해 스스로 익힌 지식과 올바른 독서습관으로 체득한 감상을 타인도 자신이 느낀만큼 느끼도록 적은 글이라는 걸 여실히 증명해냈다. 자고로 읽는 사람은 읽은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 책에서처럼 자신이 읽은 내용에 대한 감상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정도의 정리는 되어야 ‘머릿속에 좀 넣긴 했구나’하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텐데. 나는 늘 말주변이 없다는 핑계로 읽은 것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활자들을 경험하고 얻는다. 나는 어제까지 살아왔지만 오늘 이 책을 얻었다. 이제 잊지 않고 기억하며 한 단계 도약을 원했던 그 시간을 이어가며 살아야 한다.
지금, 내 앞에 쌓여있는 책들부터 제대로 대면하며 이 책을 통해 얻은 것들을 써먹을 시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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