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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프라하 ㅣ 도시 산책 시리즈
최유안 지음, 최다니엘 사진 / 소전서가 / 2024년 9월
평점 :
#2026년4월11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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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도시는 누군가의 이름과 운명적으로 연결된다. 프라하가 바로 그렇다. 카프카에게 이 도시는 안식처인 동시에 그를 평생 놓아주지 않았던 '발톱 달린 어머니'였다. 밤에는 불멸의 문장을 썼지만, 낮에는 보험공사의 법률가로 살아야 했던 남자. 작품 속에 박제되었던 그를, 이제 그가 매일 오갔던 프라하의 거리 위에서 살아있는 숨결로 마주한다.
이 책은 프라하라는 공간의 결을 따라가며 그 길 위에 깃든 카프카의 생애를 수집하는 여행기다. 저자는 그의 삶을 N접러 카프카, 애인들, 가족, 친구, 그리고 작업실들, 다섯 가지 테마로 세밀하게 나누어 보여준다. 단순히 연대기를 훑는 것이 아니라, 카프카라는 복잡한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가장 다정한 지도를 건네받는 기분이다.
특히 100년 전의 기록물과 현재의 풍경 사진, 그리고 단편 소설을 교차시킨 연출이 탁월하다. 카프카와 프라하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독특한 구성은 독자가 텍스트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프라하의 골목을 걷는 듯한 입체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덕분에 그의 삶이 어떻게 문장으로 치열하게 변모했는지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책을 덮고 나니 인간 프란츠 카프카를 향한 연민과 이해가 동시에 밀려온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성』조차 이제는 그가 헤맸던 삶의 궤적을 떠올리며 기꺼이 펼쳐보고 싶은 작품이 되었다. 이 여정을 마치고 나면, 낯설었던 프라하의 골목들은 어느덧 카프카의 고독과 열정이 숨 쉬는 친숙한 산책길로 다시 태어난다.
《미시마의 도쿄》를 지나 《카프카의 프라하》에 닿았다. 이제는 버지니아 울프의 뒤를 따라 《울프의 런던》(출간예정)을 걷고 싶다. 작가의 생애로 도시를 재해석하는 이 도시 산책 시리즈가 오래도록 이어져, 더 많은 문학의 지도를 품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