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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건넨 말들 - 신과 인간, 사막과 문명으로 이어지는 중동 인문 기행
백정순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년 10월
평점 :
#2025년11월9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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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동시에 멀다. 분쟁과 석유, 종교 갈등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 너머의 삶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궁금했다. 저자가 직접 중동 여러 나라를 보고 느낀 이야기라면, 교과서적 설명이 아닌, 그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중동이 건넨 말들》은 이름 그대로, 우리가 그동안 듣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기행과 사유의 균형이다. 저자는 아랍에미리트에서 4년간 근무하며 중동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덕분에 현장의 생생함을 전하며,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문명과 신앙, 시간과 인간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사유한다.
페르세폴리스의 유적 앞에서 느낀 역사적 무게, 예루살렘의 종교적 긴장 속에서 찾은 인간의 본성, 오만의 바다에서 마주한 고요함 등은 모두 풍경이 사유가 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사진은 글이 전하는 사유와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이 책이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은 결국 다른 문화 속에서도 인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사막의 침묵과 시장의 소란 속에서, 인간이 삶을 이어가는 방식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포착한다. 신을 부르는 언어는 달라도, 사랑과 평화를 향한 열망은 똑같다. 중동이라는 낯선 이름을 벗기면, 그곳엔 우리와 닮은 삶의 온도가 있다.
나에게 이 책은 세상의 낯선 풍경을 대할 때, 두려움보다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중동의 역사와 문화, 종교를 탐구한 책이지만, 결국은 인간과 세계, 그리고 이해의 이야기였다. 나는 이 책을, 타인의 땅을 빌려 인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인문기행서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