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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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6월13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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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판소리를 인상 깊게 접한 건 영화 『서편제』를 통해서였다.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소리, 절절한 감정, 그리고 그 소리를 품은 사람들의 삶. 판소리는 하나의 인생처럼 느껴졌다. 최근엔 드라마 『정년이』를 보며, 무대 위에서 쏟아내는 열정,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소리를 놓지 않는 인물들의 모습은 판소리라는 예술에 다시금 귀를 기울이게 했다. 그래서 《방구석 판소리》를 만났을 때, 반가웠다.




책은 본문에 들어가기 전, 초심자를 위한 '판소리 용어 해설'을 먼저 짚어준다. 이후 다섯 개의 파트를 통해 판소리, 타령, 향가, 고전시가, 고전소설까지 폭넓게 다룬다. 심청가, 춘향가, 적벽가 같은 정통 판소리는 물론, 옹고집타령, 서동요, 하여가, 금방울전 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등장한다. 각 작품은 저자의 풍부한 배경설명과 함께 펼쳐지고, 작품의 대표곡은 QR코드를 통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낯선 판소리가 하나의 서사로 다가오고, 이야기는 생생한 소리로 되살아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판소리가 단순히 노랫말을 읊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이야기를 품은 서사 장르라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적벽가』는 영웅의 기개부터 패배의 허무함까지, 감정의 굴곡이 치밀하게 그려진다. 그 안에서 인물들의 감정이 고조되고, 장단과 소리가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책을 읽으며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판소리는 노래이자 이야기이며, 감정이고 삶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저자는 판소리를 음악과 감정의 결을 따라 느끼는 하나의 체험으로 독자에게 바라 보게 한다. 듣는 방법보다는 느끼는 방식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시선은 특별하다. 삶의 희로애락이 소리에 담길 때, 그건 더 이상 낯선 전통이 아니라, 내 마음의 감정선을 따라 울리는 하나의 이야기다. 덕분에 판소리에 대한 문턱을 낮춰준다. 음악을 잘 알지 않아도, 국악을 접해본 적 없어도 괜찮다. 이 책은 듣는 귀보다, 그 소리를 느끼는 마음을 천천히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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