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평점 :
#2025년6월6일
#스물두번째레인
#카롤리네발
#다산책방
#소설 #장편소설 #독일소설 #성장소설
#추천
📍출간 즉시 독일 슈피겔 베스트셀러 1위
📍독일 누적 80만 부 이상 판매
📍1,000개 독립서점이 가장 사랑한 책
📍울라-한 작가상, 그리멜스하우젠 후원상 수상.
📍올가을 영화 개봉 확정
✨️ 고요한 물결 속, 한 소녀의 결심
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틸다는 10살 여동생 이다와 술에 의존하는 엄마와 함께 산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너무 일찍 그녀의 삶을 덮어버린 탓에, 자신의 시간을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 그런 틸다에게 유일하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곳은 수영장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스물두 번씩 레인을 돈다. 왜 스물두 번이었을까. 어쩌면 책임과 자유 사이에서 무너지지 않으려, 스스로에게 그어둔 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틸다에게 베를린 박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다른 도시에서, 자신을 위한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 그러나 그 선택은 곧 가족을 떠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틸다가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시간을 따라가며, 선뜻 용기 낼 수 없는 마음의 결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 조용한 힘, 이다
이 소설에서 나를 가장 울컥하게 만든 인물은 사실 틸다보다 이다였다. 조용히 그림을 그리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아이. 처음엔 보호받아야 할 어린 동생처럼 보였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이다에게서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움과 단단함이 느껴져 마음이 아려왔다.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자신의 몫을 묵묵히 감당하겠다는 태도, 그 모습은 결국 틸다가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언니 바보야? 지원해야지."(167쪽)
이다의 그 한마디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기특했고, 기특해서 더 아팠다. 다가가 꼭 안아주고 싶었다. 어린 이다의 말이 가진 무게가, 깊이 울려왔다.
✨️ 닿을 듯 말 듯, 삶의 속도
《스물두 번째 레인》은 결국 수영장에서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다. 마치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인식했듯, 틸다 역시 이다를 통해 자신의 책임과 자유, 그리고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거창한 사건 없이도, 틸다가 수영장에서 자신을 다독이고, 이다가 조용히 내놓는 한 마디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현실과 꿈, 가족과 책임 사이에서 망설이는 틸다의 속도가, 그래서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 열린 결말, 그러나 단단한 여운
소설은 틸다와 이다가 빵을 먹는 평범한 일상의 장면에서 끝난다. 결심은 했지만, 그 이후의 삶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이 열린 결말은 오히려 더 많은 응원을 불러온다. 삶은 결심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평범한 일상의 마무리 속에서 우리는 간절히 믿고 싶어진다. 틸다와 이다가 이제는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그림을 그리고 계산을 하면서."(110쪽)
그들이 만든 이야기처럼, 두 사람의 삶에도 현실이 되기를.
✨️ 덧
곧 영화로도 틸다와 이다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원작의 여운을 어떻게 살려낼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기대가 크다. 부디 영화에서는 그들이 선택한 바다에서 행복하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