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의 기분 - 먹그림 이야기
필몽 지음 / 디자인깔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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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5월26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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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의 기분》이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붓에게도 기분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붓과 먹이 만나 어떤 그림이 탄생했을지 궁금해진다. 화려한 색조에 익숙한 눈에는 다소 밋밋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단색의 먹이 만들어내는 깊이는 오히려 잔잔한 여운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먹그림을 시작하는 준비 과정과 도구 이야기부터, 일상 속 평범함을 관찰하며 기록하는 시간을 담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을 먹그림으로 표현하며, 조용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장면들이 하나의 여백처럼 펼쳐진다. 저자의 글과 함께 먹과 붓으로만 전하는 이야기들이 보는 이의 마음에 잔잔히 스며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작가가 먹으로 고흐의 ‘해바라기’, 에곤 실레의 ‘자화상’, 그리고 마티스의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을 다시 그려냈다는 점이다. 익숙한 명작들이 먹이라는 단색의 재료로 재해석되며 전혀 다른 감정의 결을 만들어낸다. 색채로 강하게 각인되어 있던 작품들이 먹의 농담과 번짐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와 깊이를 드러낸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먹이라는 단순한 재료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답고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먹그림의 매력이 더욱 깊이 와닿았다.




먹그림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비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색을 덜어낸 대신, 여백과 농담의 조화로 고요함과 긴 여운을 담아낸다. 화려한 색감 없이도 이렇게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번져가는 먹의 결은 자연스러운 흐름을 받아들이게 하고, 마음을 조용히 정화시켜주는 느낌을 준다. 그림이 주는 치유란 어쩌면 이런 것일까. 먹그림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며 마음 한켠에 고요한 어백을 만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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