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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평점 :
#2025년5월22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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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에는 봄에만 주목받는 벚꽃이 아닌, 사계절을 꿋꿋이 살아내는 벚나무가 등장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누군가의 삶을 오래 지켜본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다. ‘푸르다’라는 형용사 하나에도 세월이 스며 있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다채롭다.
한때 외할머니의 호텔, 어머니의 레스토랑을 거쳐 지금은 손녀 히오가 운영하는 카페 '체리 블라썸'의 마당에, 100년을 살아온 벚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세 모녀와 그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시간이 겹쳐지고 이어지며 피어난다. 벚나무는 사람들의 삶을 기억하며, 겹겹이 쌓이는 시간 속에서 제 자리를 지키고 수많은 이야기를 품는다.
이 소설의 매력은 담담한 시선에 있다. 극적인 전개 없이도 삶의 단면이 고요히 다가오며, 인물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풍경 속에도 누군가의 기억과 시간이 스며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벚나무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존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에도 형태는 다르지만 한 그루의 벚나무 같은 존재가 있을지 모른다. 그 존재를 떠올릴 때, 우리는 비로소 일상의 가치를 깊이 깨닫는다. 《그해 푸른 벚나무》는 계절이 바뀌듯, 천천히 자신만의 걸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다정한 응원이다.
📍모두가 신록을 향해 나아갈 때 보리는 결실의 계절인 가을 을 맞이한다.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다른 이의 정답을 쫓아갈 필요도 없다. 그때 그렇게 가르쳐줬건만 그새 잊은 걸까.(104쪽, 105쪽)
📍말로 위로하기는 쉽다. 행동으로 옮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생각하지 않고 한마디 쉽게 내뱉으며 타인을 위로하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차갑게 들리겠지만 그게 가장 빠른 지름길 이라고 나는 생각한다.(160쪽)
📍외할머니가 지켜낸 벗나무가 오늘을 살아가는 나와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 앞에서 또다시 꽃을 피운다. 나는 끝이 없는 이 순환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기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어졌다. 어떠한 시련이 찾아와도 극복하고 다시 살아나는 재생의 기적. 그때 부드러운 빛 이 방 안을 빙 둘러샀다. 시선을 들자 창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장지문을 하양게 비추고 있었다.(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