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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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제목에 의문이 생긴다. 삶을 견디는데 기쁘다고? 견디다는 단어에 아픔과 고통의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견디다 와 기쁨, 두 단어의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했다. 제목의 의미도 알고 싶었다. 나아가 헤세만의 철학과 통찰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됐다.

헤세는 삶을 견디기 위해서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것은 절제가 필요한 일이며 사소한 기쁨을 내면에서 맛볼 수 있게 해 주는 능력이라고 했다. 결국,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은 기쁨으로 삶을 견뎌 내라는 뜻이었다.

누구에게나 찾아보면 분명히 있다. 힘들고 지친 일상에, 관계에, 사랑에 우리를 견디게 하는 것이. 나에게는 책, 음악, 영화, 드라마가 그랬다. 명문장, 명대사, 마음을 울리는 노랫말이 나를 버티며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의 기쁨이었다.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닌 이렇게나 평범한 존재들이 내가 단단하게 견디도록 지켜주고 있었구나. 평소에 크게 의식하지 못했다. 견디다 와 기쁨은 다른 종류의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서로 연결 짓지 못했다. 견디다는 수없이 많은 기쁨의 존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헤세의 통찰은 깊고 풍부하며 아름답다. 그의 생각들이 섬세한 묘사의 글로 의문이 공감으로 변해 마음에 와닿았다. 나의 짧고 깊지 못한 생각을 풍성하게 한다. 단어 하나, 문장 부호 하나까지, 어느 것도 소홀히 지나치지 못하게 한다. 반복해서 읽게 되는 부분이 많아서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이런 독자의 마음을 헤아려 책 뒷부분에 필사 노트를 부록으로 첨부했다. 한 문장씩 쓰면서 다시 또, 기쁨으로 헤세를 만난다.

지금 삶에 방황하고 있다면, 마음에 불안이 있다면, 관계에 힘들다면 헤세의 깊은 지혜가 담긴 이 책을 추천한다. 삶을 견디게 해 주는 많은 기쁨을 찾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 기쁨들로 삶을 더욱 강견하고 따뜻하게 만들길 바란다.




● 우리는 아름다운 그 모든 것들을 눈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19쪽)


● 시간이 부족하다며 늘 전전긍긍하고, 재미있는 일이 없다며 항상 따분해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날마다 벌어지는 사소한 기쁨들을 가능한 한 많이 경험하고, 거창하고 짜릿한 쾌락은 휴가를 즐길 때나 특별한 시간을 보낼 때 조금씩 맛보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지친 몸을 추스르고, 일상의 피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거창한 쾌락이 아니라 사소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21쪽)


● 자신의 육신과 생각을 다스리고 위로하는 방법에 대해 '잠 못 이루는 밤'만큼 제대로 가르쳐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군가를 부드럽게 감싸주고 배려해 주는 것은 스스로 그런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사물을 바라볼 줄 알며, 정신적인 아픔을 이해하고 인간격인 취약점을 감싸 주는 것은 참담한 고요 속에서 누군가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는 외로운 시간을 보내 본 사람만이 할수있다.(48쪽)


● 슬픔에 잠긴 채 혼자 멀리 떨어져 있다면 가끔은 아름다운 시의 구절을 읽고,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수려한 풍경을 둘러보고, 당신 생애에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라! 당신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렇게 했다면 곧 기분 좋은 시간이 찾아올 것이며, 미래는 든든하게 여겨지고, 삶은 어느 때보다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59쪽)


● 행복과 고통은 우리의 삶을 함께 지탱해 주는 것이며 우
리 삶의 전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고통은 사람을 부드럽게도 만들고, 강철처럼 단단하게도 만들어 준다.(67쪽)


● 힘든 시기에는 자연으로 나가서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인
자세로 그것을 즐기는 것보다 더 좋은 약이 없다.(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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