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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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는 3년 전 서울을 떠나 하동 평사리로 거처를 옮겼다. 어느날 지인의 부고 소식을 듣는다. 순간 뜬금없이 예루살렘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결국 떠난다.

요르단 암만을 시작으로 갈릴래아 호수, 요르단 강, 쿰란, 나자렛, 베들레헴, 예루살렘 등을 순례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자아성찰의 시간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 보게 된다.

그 순례의 여정을《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에세이로 담았다. 이야기는 경남 하동의 현재와 예루살렘의 순례를 떠난 과거를 담담하고 진솔하게 들려준다. 그의 종교적 고백과 삶을 향한 통찰을 통해 나 또한 자신과 삶을 돌아 보고 사유하게 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에서 쓸쓸함이 묻어났다. 완독 후에는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를 알게 됐다. '당하면 외로움이고 선택하면 고독이 된다'라는 작가의 생각에 설득 당했다.

외로움은 누군가에게 유배당하는 느낌이라면 고독은 스스로 자신을 고립시켜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외로움이 다시 찾아오면 그곳에 갇히지 말라는 작가의 강한 바람이 제목에 담겨 있는 건 아닐까? 이제 제목에서 쓸쓸함은 온데간데없고 당찬 마음만 보인다.

역시 공지영 작가다. 어려운 단어나 문장이 없음에도 전혀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무거워 지루하지도 않다. 생각이 뚜렷하고 글에 힘이 있다. 작가의 고찰을 통한 울림이 깊고 그 파장은 잔잔하게 여운으로 남는다. 돌아보며 생각하고 무엇을, 어떻게를 고민하게 된다.




● 사랑하는 사람은 삼가야 할 일이 많고 헤아려줄 일이 많고 그래서 많이 약해 보이는 것이었구나.(41쪽)


● 이건 나이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서두르지 않는 것. 답이 언제나 그 순간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답은 없어도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51쪽)


● 언제나 선택은 포기를 동반한다. 가장 큰 원칙이 떠남이라고 정해졌으면 나머지 것들은 포기하거나 저절로 큰 원칙에 맞춰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것이 내가 예순 해를 살면서 깨달은 것들이었다. 어떤 선택이든 반드시 버림이 동반된다는 것.(52쪽)


● '할머니는 불운을 물리치는 유일한 방법이 뜻밖의 친절이라고 했다. 그것만이 삶이 구렁텅이에 빠질 때 우리가 무너질 거라고 믿는 악마를 혼란스럽게 할 거라고.(116쪽)


● 약간 깨달은 것 가지고는 삶이 바뀌지 않는다. 대개는 약간 더 괴로워질 뿐이다. 삶을 쪼개는 듯한 고통 끝에서야 바뀐다.(189쪽)


● 생각해 본다. 세상이 말하는 좋다는 것이 꼭 좋은 질까, 세상이 말하는 나쁜 것이 꼭 나쁜 것일까.(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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