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대로 낭만적인 - 스물여섯, 그림으로 남긴 207일의 세계여행
황찬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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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러 유명한 작가들이 묘사한 세상의 거리들은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 그들이 살았던 도시는 서울과 어떻게 다를지'에 대해 궁금해하던 호기심 많은 한 청년의 여행 에세이다.

아시아, 유럽, 남미 3개 대륙의 18개국 50여 개의 도시를 207일 동안 여행한 기록이다. 플러스 펜으로 여행의 순간을 스케치로 멋지게 담아냈다.

● 나를 배낭 여행으로 이끈 것은 세상에 대한 작고 단단한, 유리알과 같은 호기심이었다.(8쪽)

호기심 하나로 세계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저자의 추진력이 대단하다. 난 늘 생각만으로만 끝나는 일을 저렇게 멋지게 해 내는 사람들을 보면 박수를 보내 주고 싶다. 그 용기 있는 이 여행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인다.

중국 쓰촨성의 주자이거우 이동을 22시간 동안 입석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는 글을 읽고 내 눈을 의심했다. 뭐라고? 22시간을 서서 간다고? 세상에... 저자의 여행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기대감은 더 상승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사랑하는 고흐를 저자를 통해 만난 것이다.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 고흐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의 배경이 된 론 강변과 그가 자주 갔던 카페까지. 그야말로 낭만적이다. '밤의 카페테라스'를 저자가 펜 하나로 그린 무채색 그림은 차분하고 정적인 매력이 느껴져서 좋았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함께 여행도 한다.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관계를 쌓아가는 것을 보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우리의 현실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친절을 보여도 의심의 눈으로 봐야 하며 도움이 필요할 때조차도 망설이게 한다. 이것이 여행의 힘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낯섦이 전혀 어색하거나 부정적이지 않는 또 다른 하나의 소통이었다.

이 책이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사진이 아닌 스케치 그림으로 여행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 자체가 매우 낭만적이다. 그림은 온전히 그리는 이의 사적인 시선을 담아 그때 그 순간에 느꼈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서 더 의미가 깊다. 그림이 삶을 얼마나 풍요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는지를 또 한 번 알 게 한다. 그림을 보면서 저자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내가 저자의 나이 스물여섯이 된다면 나는 '되는대로 낭만적인' 여행을 계획하고 당장 배낭을 메고 떠날 수 있을까? 겁 많은 나는 아무래도 힘들겠다. 하지만 여행하는 곳곳에 기분 좋은 낯섦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익숙하지 않는 도시 배경의 신선함이 가득해서 도전해 보고 싶다. 그래서 책을 더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다. 덕분에 젊고 강한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직접 경험하는 여행도 좋지만 때때로 누군가의 여행 에세이로 간접적인 여행도 나름 꽤 근사하고 멋진 여행이 될 수 있다. 글을 읽으면서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으니까.

『되는대로 낭만적인』제목에서 자유로움과 로맨틱이 느껴져서 좋았다. 글의 내용과도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거나 숨통을 틔워줄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저자처럼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없지만 책을 통해 여러 나라, 다양한 사람, 특별한 경우의 수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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