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제공#건널목의유령#다카노가즈아키#황금가지#장편소설 ● 정상적인 판단력과 합리적인 사고로 인지되는 세계만이 현실이라면, 비합리적인 관념으로만 감지되는 세계는 없는 것인가? 마쓰다는 그곳이야말로 영혼의 거처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즉 인간의 혼이란 마치 한 편의 이야기나 음악, 흑은 살아 있는 인간의 의식처럼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관념 속에서만 발현되는 무언가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듯 영혼과 교감할 수 있지 않을까?(121쪽)여성 잡지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마쓰다는 1월 호에 실릴 특집으로 심령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 독자들의 제보 중에서 시모키타자와 3호 열차 건널목에서 촬영된 흐릿한 여성 사진을 선택한다. 취재 중 그곳에서 1년 전 살인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여성이 사진 속에 찍힌 동일 인물임을 확인 후 조사를 시작한다.날짜 : 1993년 12월 6일시간 : 오전 1시 3분장소 : 도쿄 시모키타자와 3호 건널목신원 : 불명사건 : 말단 야쿠자가 호스티스 여성을 살해함사람이 죽었지만 이름도 주소도 가족도 친구도 알 수 없는 신원 불명의 시체만 남았다. 여자를 추적하면서 유흥가의 조직폭력배와 부패 정치인과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면서 사건은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심령사진 속 여자의 신상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무섭기보다는 슬펐다. 한 여자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잔인했는지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너무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겪으면서 웃는 법을 알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과장된 거짓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여자가 너무 가여웠다.소설 마지막에 마쓰다가 죽은 여자가 칼에 찔리고서도 3호 건널목 앞까지 피를 흘리며 갔던 이유를 알았을 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의 간절함이 그녀를 그곳으로 가게 만들었구나. 나도 마쓰다처럼 그 바람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빌었다.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마쓰다는 기자의 냉철함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위로가 되었다. 억울하게 죽은 여자의 한도 조금은 풀어졌으리라. 세상에 억울한 죽음은 없었으면 좋겠다. 소설에만 존재하는 이야기이길...● 저 비탈길을 매일 오가며 계속 일했을 그 어머니는 아이들에 게 종이접기를 가르쳐 주면서 어렸을 적 딸과 함께했던 추억 속에 잠겨 있었으리라. 그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홀로 시름하는 현재와 그리운 과거 사이에서 늙어 가는 것 말고 무얼 더 할 수 있을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뒤 인간은 무얼 의지하여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지금도 마쓰다는 알지 못했다.(321쪽)● 이제 건널목은 오로지 조용해졌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마쓰다는 또다시 홀로 이 세계에 남겨졌다(3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