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약국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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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에서 핀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에세이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나 올 책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PIN 001의 첫 번째 에세이는 소설가 김희선 님의 『밤의 약국』( 2021년 8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주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것을 묶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소설가이자 약사이다. 약국에서 본 풍경과 만난 사람들, 동물, 달과 우주 등, 다양한 이야기로 풍성하다. 동물을 좋아하고 관찰력이 좋고 상상하기를 즐기며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녀의 글에서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앵무새와 할머니, 슈퍼마켓 할머니, 춤추는 걸 좋아하는 리어카 청년에서도 그들의 안부를 걱정하고 잘 지내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예뻐서 참 따뜻한 사람이 쓴 다정한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 편이 더 궁금했고 페이지 수가 줄어드는 게 아쉬웠다.

소재가 특별하거나 화려한 것은 없다. 일상에서 본 것들을 그녀의 시선과 생각과 철학을 담아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 놓아서 편안하게 읽혔다. 내가 몰랐던 혹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에 호기심이 생겼다. 동적인 나를 정적인 나로 이끄는 느낌이 들었다. 그 낯섦이 좋았다.

'밤이 깊다. 아직 잠들지 못한 모든 이들이 행복하길. 꿈속에서 나는 그들의 머리맡에 반짝이는 은어를 놓아둔다.'라는 그녀의 마지막 글에서 잔잔한 여운이 흐른다. 내 머리맡에 놓인 은어를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오래도록.

당신의 머리맡에도 반짝이는 은어 하나쯤은 놓아두길 권한다.



● 호퍼의 그림을 보면 오래전 그때가 떠오른다. 밤늦게 까지 불을 켜고 있던 약국. 나는 밤을 지키는 듯한 기분이었고, 어둠은 내게 세상의 작은 틈을 보여주었지. 아침이 되고 해가 비쳐들면 서서히 닫혀버릴, 아주 좁고도 가느다란 틈을.(99쪽)


● 아세트아미노펜 300밀리그램과 카페인 30밀리그램을 먹어서 나아지는 것이 몸의 통증만일까? 마음이 아플 때도 누군가는 진통제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기엔 내가 너무 어렸던 건지도 모른다.(107쪽-108쪽)


● 그러고 보면 지구에서 보는 달은 언제나 그 한쪽 면이라고 하지. 그런데 달의 뒷면, 그 부드러운 비밀의 영역을 알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265쪽)


● 만약 그렇다면, 그들이 이야기 지어내길 멈추는 순간 우리의 운명도 어떤 두꺼운 책의 결말처럼 종결되고 마는 거겠지. 혹은, 바라건대 그들의 꿈과 상상은 무한하여 우주와 그 너머 다른 우주, 또 다른 우주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덕분에 우리의 이야기 역시 영원토록 끝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기를.(277쪽)


● 밤이 깊다.
아직 잠들지 못한 모든 이들이 행복하길.
꿈속에서 나는 그들의 머리맡에 반짝이는 은어를 놓아둔다.(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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