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상상시선 3
김재윤 지음 / 상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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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중략)
사랑이 멈추면 시도 멈춥니다.
<시인의 말>중에서.

사랑이 멈추면 시도 멈춘다는 저 글이 자꾸만 나를 붙잡았다. 사랑과 시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서. 우리는 삶의 하루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시를 잃고 사는 것일까. 시가 사라진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아린다. 시를 지키려면 더 많은 것을 품고 사랑해야 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시인이 말한다.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제목에 끌렸다. 제목에, 표지에 혹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언제나 지고 만다. 다행히 끌리기를 잘 했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시들은 가슴 절절한 아픔과 슬픔과 인내가 보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아 더 마음을 울렸다. 그 깊이를 헤아리며 읽어내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에 속상했다. 그래도 하나씩 읽고, 또 읽으면서 시인의 마음을 담으려고 나도 애를 썼다.

■ 문(門).
몸을 뚫어야 문을 만들 수 있다 (중략) 더 뚫을 몸이 없어 몸은 사라지고 문만 남을 때 비로소 문은 완성된다.(14쪽)

몸이 사라져야 문이 완성된다는 시가 슬펐다. 하지만 납득이 됐다. 삶에서 부딪히고 깨지고 아프더라도 완성해야 할 것이 있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사랑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가족을 지키는 일, 원하는 한 가지의 바람, 자신을 찾는 일일 수도. 비로소 문이 완성되면 우리는 행복할까. 그 어떤 것이라도 자신을 너무 많이 희생하며 얻는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 새와 나무(19쪽)
새는 떠날 때를 알고
나무는 보낼 줄 안다
(중략)
어디서 왔는디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고
나는 누구인지 말하지 않는다

떠날 때를 알고 보낼 때를 안다는 것은 미련이 없다는 뜻일까? 너무 쿨하다는 생각에 살짝 화가 났다. 아마도 그건 떠나지 않으면 안 되고,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알기에 처음부터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를 묻지도 말하지도 않는 것이겠지. 그 속이 얼마나 쓰리고 아팠을까. 한 번쯤 매달려보거나 떼를 써볼 법도 한데 시인은 너무 상대를 배려하는구나. 멋져 보이기는 하나 내 마음은 슬프다.


■ 어머니의 손(37쪽)
수많은 세월이 별이 되었어요
무정한 세월과 다투지 않고
이 언덕 저 언덕을 쌓았어요
세상과 싸우지 않고
세상을 그저 살았어요
빚도 어둠도 함께 살았어요
별이 되어도 여전히 아픈 손
여전히 슬퍼도
한결같이 빛나는 손

살면서 엄마의 손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었나. 코끝이 매워왔다. 말로는 온갖 애교를 다 부리면서도 섬세하지 못한 무심한 딸이었구나. 별이 되어도 여전히 아프고 슬프면 어떡해? 빛난들 무슨 소용일까? 한 번이라도 더 엄마 손을 잡아야 했었다. 후회하지 않게.


■ 시(詩)
여러 해, 여러 달, 여러 날, 여러 시간을
한 문장이 울고 있습니다(54쪽)



■ 이름(95쪽)
이름 짊어지고 다니느라 힘들었다
이제 내려놓고

꽃이 되자 별이 되자
바람 되자
아무것도 아닌 것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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