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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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기 도는 노란색 바탕에 초록 점들로 이루어진 고래 두 마리, 그리고 《죽음이 물었다》 제목과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묻는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책을 읽지도, 하물며 탐색도 하지 않았는데 뭔가 울컥한 마음이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표지 색이 노란색이라 것에 괜히 안도했다. 죽음과 반대되는 희망의 색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를 훑어보고 추천사를 읽는데 첫 줄부터 막혔다. '완화의료'라는 단어를 처음 봤다. 2002년 세계보건기구는 성인과 소아를 위한 완화의료의 정의를 마련했다고 한다. 20년 전인데 나는 그 단어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완화의료란 삶의 끝자락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 특히 통증을 완화시켜 인간이 존엄성을 가지고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돌봄의 의학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생소한 단어에 호기심이 생겼다. 동시에 의문도 생겼다. 통증을 완화시켜 죽음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

#소중한것들을지키고있느냐고

저자는 일곱 살 때 말초 동백 질환으로 아픈 할머니를 치료하기 위해 왕진 온 의사가 장래 희망을 묻는 말에 의사라고 답한다. 그리고 열여덟 살에 의사가 되었다. 병원에서 죽음을 마주한 환자들의 고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에 절망감을 느껴 학교를 떠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환자들을 위해서 완화의료 의사가 되었다. 완화의료 의사의 삶을 살면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 죽음을 대하는 마음, 어떻게 죽음을 잘 맞이할지에 대한 고민과 죽음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아픈 환자만큼이나 완화의료 의사로서의 삶도 아프게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20년을 넘게 자신의 일을 해 낸 저자에게 존경심이 생겼다. 저자를 의사로 만난 환자에게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나에게 죽음을 무서워하거나 회피하지 말라고 한다. 삶과 죽음은 경계를 지어서 분리하지 말라고 한다. '죽음은 삶을 이어주는 다리'라고 얘기한다. 저자에게 완전히 설득 당했다. 이제 나는 죽음의 단어를 회피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죽음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함께 나아가야 할 존재임을 배우게 되었다.

#해줄수있는게없어
#그들에게해줄수있는걸배우겠어

의사는 죽음을 앞둔 환자 보호자에게."할 수 있는 게 없어요."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여기 완화의료 의사의 보살핌을 받은 보호자(딸)는 다르기 표현 한다. "그래요. 언제라도 해 줄 수 있는 게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의마한다고.

비슷한 상황에서 너무나도 상반되는 말에 나는 환자도, 환자의 가족도 아닌데 코끝이 찡했다. 비록 의학적인 한계에 부딪혀 더 이상 해 줄 것이 없더라도, 그것이 현실일지라도, 환자의 정신적 고통까지 외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죽음도 삶의 일부라고 말한 저자의 생각을 책을 읽고 난 후, 지금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설득력 있는 말이 되었다.

인간은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면 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이것을 우리가 할 수 있기는 한 걸까?라는 의문이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어둡거나 마냥 답답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죽음에 관한 고정관념과 부정적인 선입견을 덜어 낼 수 있어서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그래서 추천한다. 깊어가는 겨울밤, 죽음에 관해 깊은 고찰의 여행을 떠나 보길 권한다.



● 세상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실을 이야기하자면 죽음음 삶으로 이어지는 다리이다. 우리 다수가 믿고 있는 '정상적인 것'을 뒤집어야만 한다.(27쪽)

● 의사가 환자들에게 해주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그들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163쪽)

● 인생을 살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보다 더 중요한 건'어떻게 살았는지'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이다. 삶의 끝에 이른 사람들을 돌보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왜'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가 과거의 동기를 상기시킨다면, '무엇을 위해'는 미래지향적이다.(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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