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
김영희 지음 / 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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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살때, 자연은 가끔 여행에서 만나는 동경 같은 존재였다. 가까이하기에는 현실과 맞지 않는 조건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욕심낸 적도 없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크게 필요하거나 절실하지 않았기에 관심사에 있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은 나이를 먹은 것일까?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하루, 한해 더 깊어진다. 지나치며 만나는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에도 시선이 가고 쓰러진 꽃에게도 마음이 간다. 자연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초록 바람이 불어오고 식물이라는 말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자연이다.

'숲에서 걷는 것을 좋아하고 풀과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을 즐긴다.', '예쁘던 시절, 다른 누구도 나를 반하게 하지 못했다.', '그렇게 꽃에 반해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쓴 촌스러운 글이다.'
저자가 자신을 소개한 글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길 줄 아는 멋진 사람처럼 보였다. 촌스러운 글이라고 했지만 촌스러움이 전혀 촌스럽지않고 여유를 장착하고 느릿느릿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 즐거운 글 읽기가 되었다.

책이 참 예쁘다. 글도, 그림도. 이 책 한 권 들고 어디를 가든 마음은 행복 모드 일 것만 같다. 한 페이지 펼칠 때마다 식물이 튀어나와 내게 인사를 한다. 화려하고 거창한 꽃이 아니라도 꽃이 될 수 있고 멋지고 큰 이름있는 나무가 아니어도 숲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운다.

<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라는 제목에 공감했다. 코로나로 예전의 일상을 사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됐다. 힘든 일상, 숨 막히는 세상 속에서 훌쩍 벗어던지고 떠나지 못한 현실에 이 책은 초콜릿 같은 달콤한 에너지를 넣어 주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숲속 다양한 꽃과 식물과 자연의 이야기는 평화로움을 선물해 준다. 숲속에 누워 풍성한 초록 잎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에 달달한 이름 모를 들꽃향기가 불어오며 일상의 찌든 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나조차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숲이 되었다.




🌿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애정도 함께 있어야 원하는 꽃을 만날 수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존재도 모를 작은 꽃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 주변도 함께 눈에 담아야 한다.(6쪽)

🌿 지금에라도 꽃 선물을 하고 싶다면, 그 꽃이 굳이 장미가 아니어도 좋다면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안다. 각시현호색 백만 송이를 선물하기 위해선 이른봄 천마산으로 가면 되고, 천마산에서 때를 놓치면 광덕산을 찾으면 된다. 나도바람꽃 백만 송이를 선물하기 위해서는 보현산을 찾으면 되고, 얼레지를 선물하려면 태백산 유일사에서 문수봉까지 걷기만 하면 된다. 하얀 조팝나무 는 한적한 시골 어디에서나 산과 맞닿은 곳이면 쉽게 만날 수 있다. 꼭 장미를 선물하고 싶다면 올림픽공원을 찾으면 된다.(36-37쪽)

🌿 숲은 늘 조용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직 지나가는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와 한창 새끼를 키우고 있을 새들이 우짖는 노랫소리, 가까운 곳에서 쉼 없이 흐르고 있는 물소리뿐이다. 변함없이 평화로운 이 숲속에서 나는 오늘도 비교적 행복하다.(90-91쪽)

🌿 빠르게 변하는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울 때가 많다. 그 속도를 꼭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냥 이렇게 게으른 듯 느리게 살아도 나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111쪽)

🌿 상추꽃이나 쑥갓꽃은 본 적이 있지만 배추꽃은 처음 보았다. 먹을 줄만 알았지 꽃을 볼 목적으로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작은 접시에 앉힐 때만 해도 설마 꽃을 피울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었다. 다만 잎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생각했다. 그 모습을 보는 동안에 작은 위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은 있었던 것 같다.(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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