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자본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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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읽었던 '월든'은 판타지 소설같은 이야기였다. 대단해 보였지만 실천은 불가능한 동경의 존재.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살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못한 현실은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만나게 된 <숲속의 자본주의자>는 월든의 삶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잘 활용하며 자신에게 맞는 그들만의 월든을 만들어 냈다.

숲속과 자본주의자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두 단어가 만나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저자는 한국에서 남편과 함께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을 했다. 큰 딸을 출산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원하는 공부를 하지만 결국 선택한 삶은 화려한 도시가 아닌 자연이었다. 그녀는 자연 속에서 살지만 자본주의 혜택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 점이 가장 좋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떤 것으로부터 포기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월든'은 철저한 자연주의를 바탕으로 실천하는 이야기라면 '숲속의 자본주의자'는 자연주의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에 필요한 것들을 적절히 접목시켜 합리적인 자연주의가 되는 이야기였다. 그들처럼 자연에서 자급자족하며 살 수는 없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힐링이 되었다. 어떻게 필요한 만큼만을 가지고 넘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지 부러웠다.

바쁘게 돌아가는 각박한 현실에 찌든 자본주의에서 허덕이며 살아가는 오늘이 때때로 자연으로 돌아가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을 상상하며 꿈꾸기도 한다. 그때 모든 것을 뒤로하고 달려갈 수는 없지만, 아직은 그런 용기가 내게는 없지만, 그럴 때면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펼쳐야겠다. 그 속에서 나만의 숲에 집을 짓고 좋아하는 과일나무를 가꾸며 딱 필요한 만큼만 수확하며 하루를 느릿하게 보내야겠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삶은 흘러넘치는 풍족한 삶보다 훨씬 더 풍요로워 보인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생각하게 한다. 저자와 같은 삶을 살 수는 없겠지만 저자의 마인드만큼은 꼭 배워보고 싶다. 그래서 적절히 자연과 자본주의를 활용하는 도시 속 자연주의자가 되어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겠다.


● 우리가 타인에게 기대지 않으려고 하고, 남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건 우리에게 진짜 완전한 자립을 이룰 능력이 있거나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혼자일 때 인간은 타인의 문제는커녕 자신의 문제도 시원하게 해결할 만한 능력이 없다. 불완전하고 그래서 남에게 자연히 기대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실패하기 위해서. 그리하여 이렇게까지 애써도 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기대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 우리는 그렇게 불완전한 남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면서 남에게 기대는 용기를 얻게 된다.(156-157쪽)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중에서(189쪽)


● 인간은 순간을 살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끝을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괴롭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삶의 충만한을 이해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끝의 아름다움을 그렇게 이해한다.(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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