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되는꿈#최진영#현대문학#핀시리즈#PIN033⠀서점에서 <내가 되는 꿈>을 봤다면 표지를 열어 보지도 않았을거다. 제목은 진부하고 표지 그림은 별로다. 호기심이 전혀 생기지가 않는다.⠀우연히 인스타그램 소개 글에 '성장 소설'이라는 문구를 보고 궁금해졌다. 어른인 나는 아직도 자아가 성장하고 싶은 건가? 성장 소설에는 끌린다. 한 사람의 생각이 커가고 삶이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함께 발전하는 것만 같아서.⠀두 명의 태희가 등장한다. 어른 태희와 중학생 태희. 온전히 다른 인물처럼 그려지지만 결국엔 한 사람인 것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게 된 요인이기도 하다.⠀어른 태희는 카페에서 우연히 1년 뒤 편지를 전달해 주는 이벤트에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 태희의 삶은 힘겹다.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부당한 비난을 듣고 5년 사귄 남자 친구 선우는 바람을 피웠고 자신을 키워 준 외할머니는 돌아가셨다. 모든 것에 짜증이 나고화가 나서 견디기가 힘들다.⠀중학생 태희의 인생도 어른 태희 만큼 만만치가 않다. 부모는 별거 중이고 엄마는 경기도, 아빠는 부산, 태희는 외할머니 댁에 보내진다. 태희에게 아무도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태희는 버려졌다고 생각한다.⠀어른 태희가 보낸 편지는 미래가 아닌 과거 중학생 태희에게 배달된다.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왔다 갔다하며 두 사람의 태희를 보여준다.⠀#아무도내가될수없고나도남이될수없다#내가될수있는건나뿐이다#자칫하면나조차도될수없다⠀이 소설은 나에게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묻는다. 나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자신을 속이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루가, 삶이 힘들면 더욱더 우린 자신의 내면을 외면하려고 한다.⠀작가가 '내가 되는 꿈'이라고 제목을 지은 이유를 알았다. 진부하다고 미리 선입견을 그은 내 생각이 좁았다. 진짜 내가 되는 일은 힘들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내가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태희에게 배웠다.⠀표지 그림의 마트료시카는 10대 태희와 어른 태희 사이에 수없이 많은 태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단계별로 여러 개의 인형으로 나눠지지만 마지막에는 큰 인형 하나가 모두를 품는다. 태희도 한 걸음씩 나아가 불완전 했던 자아를 결국엔 온전한 '내'가 되도록 성장해 갈 것을 믿는다.⠀이 땅의 모든 태희이게 토닥토닥 등을 쓸어주며 이 말을 해 주고 싶다.'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할 거라고.'⠀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면 어떤 말을 할까? 하지 말 것에 대한 충고?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당부? 아니 나는 지금의 나여서 좋다고, 너도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고만 쓰자.⠀⠀📒 '또 울겠지만 절대 같은 이유로 울지는 않을 것이다. 비관에 사로잡힌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너와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너는 어딘가에서 행복할 것이다. 나는 불행하지 않다.'- 정용준, 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