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키
한수지 지음 / 엣눈북스(atnoon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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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키
#한수지
#엣눈북스

#도서제공

 

 

 

 
 
그린 톤이 깔린 예쁜 표지가 시선을 모은다. 표지가 코딩이 되어 있지 않아서 가슬 가슬한 그 느낌이 좋다. 흰 색깔로 <카키>라고 적혀있다. 제목이 표지와 관련이 있나? 긴 길을 걸어가는 소녀와 강아지가 보인다. 둘은 다정한 친구 사이일까? 표지가 예뻐서 책을 세워 잘 보이는 책상의 한자리를 주었다.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아침 같아서.
 
 
소녀는 새엄마가 생긴 후로 방학이 되면 시골 할머니 댁에 보내진다. 낯설고 무료한 그곳에서 마당 감나무에 묶여 있는 강아지를 만난다. 감나무 색을 이름으로 주었다. 카키라고.
 
 
#내시간은고인듯흐르지않았다
 
 
원하지 않는 곳에 보내진다는 것은 버려졌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소녀의 아빠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아이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방학 내내 시골 할머니 댁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다니 너무 화가 났다.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든 이겨 내려고 애쓰는 소녀의 모습이 짠했다. 그에 비해 그림의 색감은 예뻐서 더 슬펐다.
 
 
블루와 그린이 이렇게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나. 차가운 색감과 따뜻한 색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 책에는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에 표정이 없다. 글을 읽고 나만의 해석으로 상상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우리를둘러싼모든것들만힘있게반짝이는듯했다
 
 
소녀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지만 보살핌이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카키를 보면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겠지. 그런 카키에게 다정하게 대하지는 않지만 밖을 나갈 때는 카키를 데리고 나갈 만큼 챙기기도 한다. 표현하지 않지만 카키에서 위로를 얻는 것이 분명하다.
 
할아버지 장례식에서 카키의 소식을 듣게 된다. 소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시골 마당에 홀로 남겨진 카키에게 죄책감을 느낄까? 어쩌면 자신도 카키를 외롭게 만들었던 또 다른 어른이었다고 생각할까?
 
 
대학생이 된 소녀는 더 이상 카키와 같은 처지가 아니다.  할머니 댁에 보내지지 않아도 되고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카키는 알까? 소녀는 혼자 어디를 가는 것이 즐겁지 않고, 홀로 걸을 때면 카키 생각에 쓸쓸한 기분이 든다는 것을. 카키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우리는어디론가계속떠나는중이었다
 
 
낯선 환경에 혼자 일 때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 준 이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마음에 큰 위로가 된다. 안심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힘든 일에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나에게 카키는 무엇일까, 누구일까를 생각하게 했다. 가족, 친구, 책, 영화, 음악, 꽃 등등 때때로 각기 다른 카키로 나와 함께 했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든든한 카키를 많이 가진 사람이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나만의 카키를 찾으라고 한다. 자신만의 카키로 지치고 힘든 우리의 삶을 버티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당신의 카키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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