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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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림원 출판사 인스타그램에서 이 어령님의 책,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개정판 출간 소식을 접했다. 출간 예고로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지금 나에게 그 삼십 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나님이 그런 기적을 베풀어주신다면, 그래 민아야, 딱 한 번이라도 좋다.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이 그때의 옛날로 돌아가자.>
코가 찡하고 매웠다.  저 글 속, 아버지의 애틋함이 그대로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 나는 무사히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을까, 읽기도 전에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읽어 보고 싶었다.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엄마인 내가 작가의 글에 공감하고 토닥여주고 싶었다.
이 책은 작가가 딸을 떠나보내고 쓴 편지글이다. 그 글이, 그리움이 모여 산문집이 되었다. 1부는 작가가 딸에게 하지 못 한 이야기를 실었고 2부에는 작가와 딸이 생전에 주고받은 편지를 담았다. 십여 녀 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를 만난다. 내용은 똑같지만 동화 같은 일러스트가 삽입된 예쁜 책으로 바뀌었다. 책의 분위기가 밝아져서 독자의 입장에서도 좋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아빠를 만났다. 하던 일이 바쁘다고 딸과 다정한 굿나잇 인사를 못해 준 아빠, 혼자 회전목마를 타겠다는 딸을 걱정하는 딸바보 아빠, 딸이 세상에 와서 비로소 다시 태어났음을 알게 된 초보 아빠, 흙냄새와 바다 냄새, 자연을 알게 해 주고 싶은 멋진 아빠, 딸에게 피아노를 사주고 뿌듯해하는 아빠, 시험 잘 치는 딸 덕분에 어깨가 으쓱한 아빠, 딸이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아빠, 딸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다고 후회하는 아빠 등. 다양한 아빠를 만났지만 특별하거나 위대하거나 대단한 것은 없었다. 보통의 아빠였다. 그래서 더 공감했다.
아직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꼭 읽었으면 좋겠다. 자녀를 키울 때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게 해 주는 책이었다. 지금 남편에게 이 책을 읽히고 있다. 처음엔 본인이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냐고 투덜거렸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은 자발적으로 잠들기 전에 몇 쪽씩 읽고 있다.
소중한 것은 왜 떠나간 다음에 우린 알게 될까? 하지만 작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죽음은 그 자체로 종결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 탄생을 의미한다'라고. 육체는 딸과 함께 하지 못하지만 글로서 영혼의 대화가 가능하니 끝이 아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딸과
연결되어 있으니 이제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다.
눈물 펑펑 쏟으며 쭉쭉 못 읽어 낼 줄 알았은데 다행히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할 것을 건네줘서 더 좋았다. 아빠가 딸과의 이야기를 회상하며 그때의 관점과 지금의 관점에서, 아빠의 시선에서, 아빠가 딸의 시선에서 작가의 여러 생각을 만날 수 있어서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랑의 깊이를 우리는 알 수가 없다. 특히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더욱 그렇다. 조건이 붙지 않는 유일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죽음으로 더 이상 보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는 또 이렇게 오늘을 살아야 한다. 어쩌면 남겨진 이가 떠나간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 멋진 일은  때때로 그리워하며 추억하며 잊지 않는 것이다.
'슬펐다'라고 끝나는 책이 아니어서 참 좋았다.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어서 더 좋았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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