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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책 + 오디오 CD)
이상교 지음, 한병호 그림, 신동일 음악 / 미세기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빈집]은 멋스러운 한 장의 카드 같기도 하고 한 폭의 그림 같기도 한 책이다 거실 중앙에 내 눈높이에 맞게 걸어 두고 시시때때로 바라보면 내 두 눈이 행복해 지고 온 마음이 포근해 질것만 같은 그런 책이다 이런 책은 차마 읽기에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이고이 모셔두고 싶어지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상교시인의 시와 한병호작가의 그림과 신동일작곡가의 음악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책으로 탄생했다
내가 생각하는 빈집의 개념은 오래되고 낡아서 쓸쓸하고 세월의 때가 묻어서 외롭고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영상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의 빈집은 내가 생각하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그 빈집으로 들어가서 살고 싶을 만큼 정겹게 나타내고 있다 그 정겨움을 시와 그림과 음악으로 표현 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라고 할까? 그것이 신선하게 느껴져서 이 책의 매력에 빠져 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지러운 마당에 곰 인형과 여자인형, 빈병, 책, 화분, 운동화 등등 그리고 작은 강아지 집을 다 가지고 고불거리는 산길을 초록트럭이 이사를 하고 있다 다 가져가면서 집은 그냥 두고 간단다 그것이 서운해 빈집은 ‘제일 좋은 우리 집이라고 자랑삼을 땐 언제이고’ 라고 홀로 남아서 원망 섞인 넋두리를 한다 그러면서 남겨진 다락, 툇마루, 문지방, 댓돌도 자기마음처럼 울었을 거라고 위안으로 삼는다 차마 너무 서운한 대문은 냉정하게 문을 닫지 못한다는 말로 작은 여운을 남긴다 주위에 들고양이, 들개, 산토끼, 들깨, 엉겅퀴, 도깨비바늘 함께 살자고 빈집으로 이사를 온다 빈집은 금세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로 꽃단장을 한다 그래서 작가는 ‘빈집이어도 비어 있는 않는 집’이라고 표현 했나보다
이 책은 읽고 읽어도 지루함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보고 보아도 마냥 정겹고 즐겁기만 하다 빈집이어서 허무하고 허망할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비어 있으므로 해서 또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법정스님의 모든 것을 버림으로써 다 가질 수 있다는 무소유 정신이 떠올랐다 비어있는 것에 원망하고 그 어떤 존재감으로 무게감으로 채우려고 하는 사람의 욕심을, 불안을 감싸 안아 주는 포용력을 이 책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나도 빈집처럼 무엇인가를 좀 비워내야 할 것 같다 비어 있는 것이 결코 가벼움이나 초라함이 아닌 새로운 것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임을 배웠다 그래서 더욱 값지고 소중한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