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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ㅣ 누구나 교양 시리즈 6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유혜경 옮김 / 이화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철학은 막연히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낯설고, 철학사를 읽어도 정리되지 않은 채 인물들만 머릿속에 맴도는 경우가 많죠 《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는 이런 독자들에게 딱 맞는 책이라 생각이듭니다. 철학자들의 생각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주되, 결코 얕지 않게 다룬다. 철학을 어렵지 않게 소개하는 책은 많지만, 이처럼 철학의 흐름과 연결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책은 흔치 않다고 생각이 든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철학자 페르난도 사바테르가 30년 넘게 학생들과 나눈 질문과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철학 입문서로,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철학의 주요 시대와 주제에 따라 철학자들을 엮는다. 예를 들어 ‘지극히 인간적인’ 장에서는 피코 델라 미란돌라, 에라스뮈스, 몽테뉴, 마키아벨리 등 르네상스와 초기 근대의 사상가들을 다루며, 인간의 본성과 자율성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렇게 각 장이 하나의 주제와 시대 흐름을 중심으로 엮여 있어, 철학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


특히 기존 철학사에서 중심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스페인과 라틴 문화권의 철학자들을 비중 있게 소개하는 점이 가장 인상 깊다. 미겔 데 우나무노, 오르테가 이 가세트, 마리아 잠브라노 등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의 철학자들이 등장하지만, 사바테르는 이들의 사상을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내어 철학의 지평을 넓혀 준다. 철학이 독일과 프랑스, 영국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는 이 구성 덕분에, 독자는 서양 철학을 훨씬 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 이 책은 읽기 쉽다. ‘쉽다’는 말이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저자는 복잡한 개념도 명료하게 풀어내며, 철학자들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전달한다. 그래서 철학이 지식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질문하는 법을 익히는 일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와닿는다.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는 도덕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처럼, 철학적 사유가 어떻게 현실의 고민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문장도 많이 담겨있습니다.
또한 각 장의 시작에는 철학자의 얼굴이 그려진 삽화가 들어가 있어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주며, 마지막에는 ‘네모’와 철학은 특정한 지식을 갖춘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철학자들은 우리보다 먼저 질문을 던졌던 사람들일 뿐이고, 우리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며 또 다른 방식으로 그 질문에 답해가고 있다.
《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는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출발점이 되고, 익숙한 독자에게는 철학의 본질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다. 사유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고 싶다면, 이 책만큼 친절하고 깊이 있는 안내서는 찾기 어렵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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