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지음, 김인중 그림 / 열림원 / 2025년 4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삶이 시끄럽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사람의 말도, 내 안의 생각도, 외부의 정보도 넘쳐나서 종일 무언가에 떠밀리며 살아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나에게 법정 스님의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는 삶의 소음을 한 톤 낮추는 조용한 주문처럼 다가왔다. 이 책은 단지 말의 절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고요함 속에서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담고 있다.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음에 들어온 글은 「침묵을 사랑하라」였다.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진리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문장은 너무도 단순하지만 지금 내 일상에 그대로 적용되는 문장이었다. 말로 가득 찬 하루 속에서 나는 과연 얼마나 ‘듣고’ 있었던가. 내 말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혹은 상처가 되었을까를 돌아보게 되었다. 침묵은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말의 무게를 아는 태도라는 사실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그다음으로 깊게 남았던 글은 「죽음에 대해서」였다.“살 때는 삶에 철저해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를 죽어야 한다.”

죽음을 회피하거나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던 나에게, 이 문장은 삶과 죽음이 결코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삶을 진심으로 산 사람만이 죽음 앞에서도 덤덤할 수 있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진실하게 다가왔다.

이 책의 또 다른 특별한 지점은 그림이다. 김인중 신부의 미발표 드로잉 30여 점이 글과 함께 실려 있는데, 간결한 선 하나하나에 담긴 고요함이 법정 스님의 글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그림을 보며 잠시 시선을 머무르게 되는 순간, 침묵의 감각이 시각으로 확장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여백처럼 다가오는 책은 흔치 않다.

책에는 짧지만 깊은 단상들이 실려 있고, 그 중 「좋은 책이란」이라는 글도 무척 인상 깊었다.

“읽고 나서 나에게 ‘무엇이 남았는가’를 말할 수 있는 책,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책이 좋은 책이다.”

각 글은 독립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고요함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여정’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따라간다. 마치 하루의 끝에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나를 다독이는 것처럼, 이 책은 그런 고요한 역할을 해주었다.무언가를 배우고 채우는 독서가 아니라, 비우고 정리하는 독서 경험이 필요할 때. 내 안의 소음이 너무 커졌다고 느껴질 때.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는 그럴 때 읽기 가장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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