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 CEREAL Vol.3 - 영국 감성 매거진 시리얼 CEREAL 3
시리얼 매거진 엮음, 김미란 옮김 / 시공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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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에너지와 향기를 불어넣어주는 킨포크 매거진을 어렴풋하게 기억합니다. 제대로 읽어본 적 없지만 티타임의 여유로운 사진 속에 소품으로 등장했던 것이 강렬하게 남아 있지요. 그리고 이와 같은 느낌을 전해 주던 잡지 <시리얼>의 등장이 새삼 반가웠습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그 안의 담고 있는 내용이 호기심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지요.

  <시리얼>은 매호 전 세계의 흥미로운 장소 서너 곳을 선정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그곳을 이야기해줍니다. 자유롭게 행복을 만끽하며, 그곳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즐기지요. 자연, 예술, 음식을 넘어 휴식과 삶의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천천히 음미하는 즐거움을 더해갑니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 경험하며 새롭게 재구성 해나가는 과정들이 이 책의​ 즐거움이 아닐까 해요.

 

  이번 vlo.3호에서는 샌터 바버라 해변, 식용꽃과 곤충, 코즈웨이 코스트, 레이캬비크 등이 소개됩니다. 그 곳의 근사한 배경들과 이에 따른 지식과 견해가 돋보여요. 문체의 딱딱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더 쏠쏠했어요. 흥미롭게도 개인적으로 혐오했던 곤충편을 유익하게 봤답니다. 생각만해도 소름이 끼치지만, 글을 읽으며 조금 끄덕거려봅니다. [대전에서도 곤충요리 박람회를 했었는데, 차마 못볼거 같아 가지 않았던 기억도 났지요.]

  곤충은 장점이 많다. 영양가가 높고, 널리 분포돼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먹을 것으로 활용된다. 또한 고갈되지 않는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서도 커다란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맛도 좋다. 곤충은 감칠맛을 낼 수도 있다. 고급스러운 식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곤충을 먹을 수 있다고만 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설명이 아니다. 몇몇 곤충은 그야말로 진미다.​

​ 읽는내내 곤충요리 박람회가 떠올랐어요. 음식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거부감을 덜 들게 하기 위해 마련되었다지만, 어쩐지 영 내키지 않았더랍니다. 생각해보았지요. 그간 받았던 교육과 기억속에 자리잡은 인식이 '징그럽다' 였는데 이것을 벗어던지기가 여간 어려웠습니다. 모르고 먹을 수는 있을지언정, 알고는 못먹을 거 같다는 생각들이 한 가득. 그럼에도 끝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요리사들이 있어 언젠가 곤충을 아무렇지 않고 먹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어요.

  펜실베이나대학교의 폴 로진 교수는 "곤충이 세계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심리적인 것입니다. [...] 혐오감은 문화의 영향 속에서 진화하며, 육체가 해를 입히지 않도록 보호하는 방어시스템에서 정신이 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방어스시템으로 발전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거부감은 길들여진 방어 메커니즘에서 비롯된 것이다.

  잡지를 즐겨 읽지 않아 '왜?' 재미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려요. 그러나 단순하면서도 때론 웅장함이 담겨있던 사진과, 문화와 세계를 이야기하던 활자들이 아른아른 하기에 시리얼이 즐겁게 읽혔어요. 내심 다음에는 어느 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게 될까 궁금해지기도 하던 이 책.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정보의 적당함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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