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 속의 아이
오틸리 바이 지음, 진민정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벽장 속의 아이, 장-

 새장에 갇힌 작은 새처럼, 여리디 여린 한 아이가 있다. 오줌을 쌌다는 빌미로 벽장 속에 갇힌 다섯살 난 이 아이는 새 아빠로부터 전 남편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학대를 당하고, 아이의 엄마는 이를 알면서도 새 남편이 자신을 버리고 떠날까봐 두려워서 벽장속의 아이를 꺼내주지 않는다. 그렇게 9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캄캄한 벽장 속에서 공포와 절망을 맛보는 다설 난 아이 장의 이야기다.

 시간의 흐름과, 장의 내면 심리의 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이 책은, 가족으로부터 보호받아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이를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변의 학대를 남의 일이라 여겨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았는지와 같은 것들을 많이 생각하게 한다. 비단 아이들을 포함하여, 동물 학대 등을 심심치 않게 티비나, 뉴스를 통해 듣곤 한다. 그럴때면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저도 당해봐야알지, 지금이라도 저 개가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은 생각들이 든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나의 일이 아니면 신경을 잘 쓰게 되지 않는 것 같다. 주인이 알아서 어련히 잘할까? 다른 사람들도 알겠지 하는 마음에 모른척 뒤돌아서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었던 분노도, 그새 사그라지는듯한 마음이 드는게 사실이기에, 지금의 나 자신을 매우 반성하게 된다.

까마득한 우물 같은 벽장. 아이는 이벽장 벽에다 몸을 부딪치며 어둠 속을 더듬는다. 어둠은 잔인하다. 커다란 빨판이 달린 낙지처럼 어둠은 장을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움직이지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소리 내지도 않지만, 공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사악한 짐승처럼 몸을 도사린, 끈덕지고 강렬한 공포. 독버섯, 독사처럼 독살스럽고 독기 어린 그 검은 공포. -p43

 벽장 속의 어둠은 눈을 감은 것과는 다르게 비좁은 공간에 움츠려 앉아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그것이 잠깐의 놀이일지라도 누군가 나를 재빨리 찾아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을만큼 두려운 공포를 가진다. 어두운것은 너무도 불안할때가 있는데 9개월이라는 시간을 컴컴한 벽장안에만 있었다면 어찌 살아갈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세상과의 단절은 물론, 빛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힘든 일인데 말이다. 시간의 흐름을 모르고, 매끼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던 상태였다면 애써 좋은 생각들을 하려해도 할 수 없을거만 같아 너무도 마음이 아파온다.

 햇빛을 보는 날보다 보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으며, 그나마 먹을 수 있었던 빵과 물도 먹지 못하는 날이 많고, 잊혀져가던 장이 안타까워 마음이 쓰려오는 책이다. 외로움과 어둠, 두려움에 싸워가는 작은 소년이 가슴을 먹먹하게 적셔온다. 벽장속에 갇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장이, 귀로 듣고, 냄새를 맡아가며 그간 지내온 일들을 터놓았을 걸 생각하면 무어라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책이라, 어쩌면 이보다도 더 심했을 상황들이 눈에 보여지는 듯 가슴아프다. <이웃집 소녀> 라는 책 속의 상황들이 어렴풋이 지나가며, 학대받는 아이들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람들이 주변의 일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