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3
황경신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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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은 첫 키스를 하기에 좋은 나이인것 같아" 과연 그럴까? 나는 이 문장을 보고 이 책을 얕게 봤다. 평범하지만 재밌는 유쾌한 러브스토리를 다룬 내용이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책의 내용을 무엇이라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저자의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황경신은 이 책에 대해서 말한다. 무엇인가가 변하는 것을 힘겨워하고,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래서 자신의 마음 색깔이 변하는 것을 모른 척하면서 그리움을 평생 안고 가는 한없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러브레터라고!

 

가벼운 러브레터를 생각했던지라, 읽는내내 약간의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 피아노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할때에는 조금의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하고, 들어야 한다는것이 조금 피곤했다. 지나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이왕이면 피아노를 포함한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븐틴의 주요 인물은 다섯명이다.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사람은 니나와 시에나이다. 이 둘의 관계는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과 선생님이다. 그러나 둘은 친구와도 같은 사이라고 할 수 있다. 레슨이 끝나면 두 사람은 요리를 하고 저녁을 함께 하며, 음악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속시원히 터놓고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함으로 두 사람은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 두사람 주변에는 대니, 제이, 비오가 있다. 이들의 관계는 복잡하지 않지만 간단하게 이렇다라고 정의내리기에는 단순하지가 않아서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후 서로의 얽힌 관계들이 실타래가 풀리듯 해결되어 간다는것만을 알려주고 싶다. 결말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클래식함으로 끝나있는데 초심으로 돌아간 거 같아서 좋았다. 클래식한 데이트!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끝이 아닌 시작이 참 좋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장해가는 그들의 모습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엇을 깨닫게 해주는걸까? 나는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아서인지 많은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들의 내면적인 심정을 잘 이해하기에는 이 책을 한 번 읽고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무거운 느낌이 없지 않았다. 황경신님의 책을 처음 접해보아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두 세번 읽을수록 더 많은 깨닫음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 좋은글귀>

 

좋아한다고 직적접으로 얘기해주면 좋았을텐데, 그런건 어쩐지 쑥스럽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니까, 사람들은 대체로 여러가지 신호를 보내게 되거든. 상대에게 그런 마음이 없다면 신호는 목적지에 닿지 못하고  중간에서 사라져버리는거지 -p14

 

기억이라는건 순서에  따라 차곡차곡 쌓이는게 아니야. 만약 그렇게 되면 오래된 기억들부터 차례로 잊혀지겠지? 그런데 기억들은 언제나 순서를 어기고 뒤죽박죽이 되거든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기억이 불쑥 솟아오르는거야.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이를테면 꿈같은데서 말이야. 그런걸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 느낌은 뭐랄까, 그래 마치 멀미같은 거야. 그 기분 알지? 머리가 아프고 멍해지고 세상이 흔들리고 심장에 커다란 추가 매달려 있는 것처럼 거북해서 토해버리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고 그냥 이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아주 무기력하게 그냥 울면서-p29

 

말이란건 있잖아, 그 내용보다는 그 이야기할때의 느낌이랄까, 그런것과 더 가까울 거야. 상처를 주지 않겠다라는건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는 기분인거지. 생명이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것은 모두 다 상처를 주고 받는거라고 생각해. -p33

 

열일곱 살에 좋아하던 사람은 그런 거 아닐까. 아니, 사람이 아니라 좋아한 그 감정 속에 한계가 없는 아름다움이 숨어 있었던 거 같아. 그래서 차마 들추어볼수가 없었던 거지. 나를 완전히 집어 삼킬것 같았거든. 하지만 만약 운명이 그걸 원했다면,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가서 집어삼켜졌을거야-p36

 

한 가지만 기억해. 삶에서 가장 경계해야할것은 부주의한 친절이야. 그건 주어서도 안되고, 받아서도 안돼. 세상의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고, 좋은점과 나쁜점이 있지만, 단 하나 부주의한 친절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해. 그건 마치 약음기가 없는 피아노와 같은 거야. 처음에는 어떤 멜로디처럼 들리지만, 결국 모든것이 엉키고 엉망이 되어버려서 연주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무의미해져-p39

 

첫번째라는건 가끔 바뀌기도 하잖아. 그만큼 좋아하면 그만큼 상처를 받기도 하니까, 어느날 문득 감당할 수 없게 되거나 지겨워지면 그것으로부터 도망쳐버려. 하지만 두번째는 늘 그자리에 있고 좀처럼 바뀌지도 않아 -p68

 

'왜 사람들은 모두 떠나버리는 것일까 나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 의지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어째서 영원히 곁에 머물러 주지 않는걸까? 왜 가장 필요한 순간 가장 의지하고 싶은 순간에 사라지는것일까? 그들을 사랑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에 아무 예고도 없이, 잡을 수 없는곳으로 훌쩍 떠나버리는 것일까?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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