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벨로 2 ㅣ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43
솔 벨로 지음, 김현우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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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란 일종의 임시 거처이자 지친 영혼이 비바람을 피하는 가냘픈 오두막이다. 소설은 모든 인간에게 저마다의 다양한 삶이 존재함을, 그리고 단 하나의 삶만이 전부라는 생각 자체가 일종의 환상임을 말해준다.” #솔벨로 의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 중에서

 

소설도 여러 장르가 있는데, 리얼리즘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안에서 우리의 내면 바닥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불편한 경험을 문학으로 제대로 만날 수 있었던 솔 벨로 중단편집 , 솔 벨로는, 뉴욕타임즈에서 “포크너가 천둥이라면 벨로는 번개”라는 극찬을 받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다.

 

이 책은 #현대문학 #세계문학단편선 43번째 도서로 5편의 작품을 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챙기게 된 사촌들의 송사에 주인공의 피곤함이 글 밖으로 스며나왔던 ‘사촌들’ - 시니컬한 현실주의가 잘 표현되어 좋았던 작품이었다-, 이 두 사람은 언제쯤 제대로 관계정리가 되나 싶었던 ‘어떤 도둑질’- 사회적으로 제법 성공한 듯 보이는 여자임에도 상대방에게 끌려다니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듯한 느낌이 남는다 -,

 

홀로코스트 생존자 폰스타인에서 시작된 진실찾기가 흥미로워서 후다닥 읽었던 ‘벨라로사 커넥션’, 말 그대로 ‘나를 기억하게 해줄 것들’은 무엇일까? -노인이 된 ‘내’가 자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 죽을 고비를 넘긴 렉슬러가 대학에 강연을 위해 가던 중에 고향 라신에 들렸다, 그가 만나는 이들과 그들과의 기억들은 그의 기형을 더 도드라지게 만드는 듯 느껴졌다.

 

지극히 현실적인 시니컬함이 밀려오다가도 문득 진실이 불투명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적나라한 묘사에 머릿속이 어지러워지기도 하는 독서였다.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의 질문이 남을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었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허세와 거짓말, 파멸에 이르는 인간, 인간 자체의 모순을 불편하게 풀어주고 있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품위를 지키는 이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이 무게감이 오랜 시간 함께 할 것 같다. 추운 겨울밤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_자연은 그 자체의 법칙 안에서는, 인간의 형태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는다. 우리보다 먼저 자연에 맡겨진 사람들의 몸은 먼지로 돌아간다. 우리의 몸은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형태이다. 가시적인 세계는 생명이 떠날 때까지 우리를 지탱해주지만, 그다음엔 철저히 파괴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현태가 만들어진 세계가 어디에 있는 것인가?_p360 '나를 기억하게 해줄 것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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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디의 펜 한 자루로 끝내는 뻔뻔한 드로잉
리피디(이승익) 지음 / 성안당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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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드로잉 으로 기록하기는 많은 사람들의 워너비 중 하나일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종종 관련 드로잉북을 찾게 된다. 평소 SNS로 관심 있게 봐왔던 리피디 작가님의 펜드로잉북, #리피디의펜한자루로끝내는뻔뻔한드로잉 으로 펜그림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기초적인 선연습부터 공간 입체적인 구성, 자연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법,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물들과 풍경 그리기, 등 꼼꼼하게 챙겨놓은 책이었다.

 

한옥 그리는 법, 생동감 있는 자연 표현, 색채를 살짝 넣은 멋스러운 펜드로잉, 그리기 어려운 사람의 몸을 도형으로 접근해서 그리는 법 까지, 비전공 초보자들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자세한 설명과 그림이 있어서 누구나 하루 10분으로 충분히 원하는 펜드로잉을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점이 이 책의 큰 추천포인트이다.

 

밋밋할 수 있는 매일의 삶에, 멋 하나 그으며 집중할 수 있는 근사한 시간을 선사해줄 수 있다면 이것 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리피디 가 안내해주는 드로잉 세계, 펜 한 자루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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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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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행복보다는 불행이 우리의 관심을 더 끌어당긴다고 우리는 결론지었다. 인간은 불행을 겪어야 더디고 잔잔한 날의 소중함을 깨닫는 법이다.

 

창밖을 내다보니,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들과 새 한두 마리가 보였다.

 

지금처럼 평온무사한 삶을 언제 또 누릴 수 있을지, 이런 삶이 얼마나 지속할지 알 수 없었다. 이 삶을 음미했다. 이 삶이, 이 지루함이 영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_p147

 

그렇다, 사실 평온무사함에 익숙한 매일이지만 또 갑작스런 이슈가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이기 때문에, 지속은 장담할 수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평온무사함’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고향, 그곳에 있는 부모님 인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엄마....... 엄마를 어떤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 그냥 눈물겹다. 언제 연락해도 밥 안부를 묻는 엄마라는 존재는 항상 그곳에 있어줄 것 같은 든든한 내 편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엄마가 그렇지는 않다-.

 

이런 나의 마음을 글로 만날 수 있었던 #브루나단타스로바토 소설, #푸른빛이내리는시간 , 학교 때문에 일찍 집을 떠나 줄곧 객지생활을 해 온 내가 투영되어 어찌나 공감되던지! 주인공은 스카이프가 있어서 영상통화를 엄마와 할 수 있었지만 모바일도 없었던 때라 문득 밀려오는 그리움이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아있다.

 

책 속의 모녀는 물리적인 거리로 새롭게 서로를 발견해가는 듯 했다. 멀리에서 서로를 챙기는 그들은 모녀를 넘어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별 것 아닌 대화나, 문득 현실의 삶에 지친 딸의 독백을 문장으로 만날 때,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기도 하고, 스카이프로만 봐왔던 딸의 방에 들어서는 엄마의 기분이 너무 알 것 같아서 내 어머니도 생각나기도 하고, 딸이 없는 공간에 변화를 주는 어머니의 일상에 대한 묘사는 조용히 흘러가는 우리네 삶이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렇게 서로의 고향으로 남으며 나아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언젠가 나의 엄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될까? 아마도 완전히는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영원히 내 곁에 있었으면 하는 소망은 언제나 1순위일 거라는 것을 나는 안다.

 

생각만 해도 눈물 나는 ‘엄마’, 그 그리움과 사랑을 함께하고픈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간직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_딸이 “엄마가 여기 있다는 게 안 믿겨”라고 말하자 엄마는 “엄마는 네가 진짜라는 게 안 믿긴다!” 라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서로 팔을 붙든 채 공항 밖으로 나갔다. 어머니는 자시 입김이 눈에 보인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공기에서 얼음 냄새가 났다._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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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시대의 종말
비비언 고닉 지음, 홍한별 옮김 / 엘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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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속 여성캐릭터, 남녀 간의 관계형태, 연애의 단계 등이 시대에 따라서 변화가 되듯이, 문학작품 속 남녀 관계, 여성과 남성 캐릭터들도 시대에 따라 동서양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왔다.

 

#비비언고닉 은 #비평에세이 #연애시대의종말 을 통해서 전통적인 서구 세계의 사랑 소설의 뻔한 설정과 전개를 벗어나는 소설들이 출연하기 시작한 20세기 문학작품들을 통해서 어떻게 사랑에 대한 탐구가 달라졌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해 주고 있었다.

 

여기에서 다뤄주고 있는 작품들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여자 주인공들이 오롯이 스스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돈 많고 잘 생긴 남자에게 구원받아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하며 스스로를 녹여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통념도 이겨낼 의지가 있고, 결혼생활이 불행하다면 벗어나고자 노력하며 자신을 찾고, 낭만적인 사랑과 앞이 안보이는 열정을 냉철하게 바라볼 줄도 안다.

 

_영국에는 ‘불안정한’ 여성 작가의 전통이 있다. 앤토니아 화이트, 애나 캐번, 진 리스, 버지니아 울프가 이 계보에 속하는데, 하나같이 남녀 관계의 저변에 깔린 야만성에 영영 마비 되어버린 듯 보이며 저마다 무척이나 내면적인 산문을 썼다._p80

 

 

흥미로운 것은 ‘마음이 여린 남자들’ 파트를 통해서는 레이먼드 카버, 리처드 포드, 안드레이 더뷰스의 작품들 속 인물들이 이상적인 존재로만 그려지는 것에 대하여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애에 대한 환상, 남성과 결혼에 대한 기대를 현실적으로 깨뜨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읽으면서 왜 이런 과정이 필요한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 생각에는 전통적인 사랑, 연애, 결혼의 서사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시점에서 꼭 필요한 태도와 관점, 더 이상 사랑만으로는 우리의 삶을 정의할 수 없다는 깨달음의 필요성, 온전한 한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조건들을 성찰할 수 있어야 하고, 문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랑 앞에서 주체할 수 없이 분노하면서도 녹아내려버리는 우리 자신의 내면을 잘 살피라고 조언해 주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까지도 우리 삶은 전통적인 사랑과 연애, 결혼의 서사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 이여서 -우리나라는 더 그렇다- 조금만 달리 보여도 참 말도 많고 섣불리 재단해버리는 문화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출간된 지 30여 년이 되었다는 이 책이 전혀 낯설어 보이거나 옛날 책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유효한 이 책의 논제는 연애 시대 다음을 만들어 가게 도와주고 있다. 끌려가기 쉬운 나를 섬세하게 잡아주었다. 삶의 균형이 흔들릴 때마다 찾게 될 것 같다.

 

 

_결국은 이런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평생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감정을 이해하더라도 삶에 통합하지 못하면 오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 감정을 부인하고 감정의 힘을 무시하면, 완전히 망한다. 토머스 하디와 입센 작품의 위대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게 바로 이것이다. 감정의 손아귀에 붙들린 남녀. 하디 소설에서는 투쟁하지만 실패하고 슬픔에 잠긴다. 입센 작품에서는 억누르고 부인하다가 파멸한다._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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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이야기 ㅣ 이야기의 낮과 밤 2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김희용 외 옮김 / 유선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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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외로움 인지 고독인지 공허함인지 모를 것이 훅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러면 한발자국 물러서서 그 원인을 찾아보기도 하고, 물리적 이유 혹은 현실적인 걱정 때문은 아닌지 저 위에서 관조하듯 챙겨보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것도 아니고 정답은 없이 그냥 그 상태를 견디며 푹 젖어 넘길 때도 있다.

 

인간의 이런 면은 존재 이후 꾸준히 철학과 문학의 주제로 다뤄져 왔다. 나 또한 평생 숙제인데, 이번에 #고독이야기 를 통해서 소설로 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단편과 시로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모두 애정하는 작가들이여서 뜻 깊은 시간이었다. 시작부터 #헤르만헤세 의 시 중 제일 좋아하는 ‘안개 속에서’ 였다는!

 

혼자가 되는 연습이 1부, 첫 챕터였는데 고독의 감정선이 너무 섬세하게 느껴져서 잊히지 않는 #나쓰메소세키 작품, 그리고 가슴 쓰린 결말에 ‘아.... 모파상’ 하며 탄식하게 만들었던 그의 소설 ‘산책’, #카뮈 의 이력이 엿보였던 ‘손님’ 이 기억에 남는다.

 

_...심지어 그 울리는 방식이 점점 가늘게, 점점 멀리, 점점 진하게 귀에서 귓속으로, 귓속에서 뇌 속, 뇌 속에서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간 다음에 마음 깊은 곳에서 마음이 이어지는 곳을 지나, 그러나 마음이 뒤따라 갈 수 없는 아득히 먼 나라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서늘한 종아리가 내 육체를 꿰뚫고 내 마음을 통과해서 한없이 은밀한 경지까지 나아가는 이상, 몸도 영혼도 빙판처럼 맑고 눈 담은 사발처럼 차가워야만 한다. 후토오리 침구 속 나는 더욱더 추웠다._p24

 

2부는 어둠 속의 목소리들, 3부는 고독 이후로 묶여져 있었는데 홀로 적막한 집 안에 있었을 때 경험해봤을 법한 이상한- 현실인지도 구분이 안되는- 상황들이며, 정말 현실적인 외로움과 고독이 느껴지는 개인의 푸념, 마침내 그럼에도 혼자임을 인지하고 단단하게 서게 만드는 내용들 까지, 훌륭한 작가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소설과 시로 채워져 있었다.

 

예전에 봤는데 싶은 작품들도 지금의 나와 만나 새롭게 해석되었고, 낯설었던 작품들은 해당 작가를 더 잘 알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예전보다 더 자주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사유하며 견디고 풀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이 책을 읽으며 필사도 조금씩 하면서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의 소설집(시도 몇 편 있지만)으로 만나는 고독이야기....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평생 함께할 이야기다 - 통필사 하고 싶은 책이다 -.

 

 

_나는 여기 있는가, 저기 있는가? 아니면 참된 자아란 이도 저도 아니고 여기도 저기도 아닌, 너무나 다채롭고 끊임없이 떠도는 것이어서 오직 그 바람대로 고삐를 풀어주어 방해받지 않고 제 갈 길로 나아가게 내벼려둘 때만 비로소 나 자신이 되는 것일까?_p245 #버지니아울프 의 ‘거리의 유령: 런던 모험기’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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