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의 얼굴들 - 철학은 지적장애를 어떻게 보아왔는가
리시아 칼슨 지음, 이예린.유기훈 옮김 / 심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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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정신지체 분류의 흥미로운 점은 이 분류가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다는 점이다. 이 분류가 이토록 오랫동안 존속한 이유는 이질성, 불안정성, 전형 효과를 만들어 내는 능력, 그리고 다양한 권력 구성체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 때문이지, ‘그럼에도가 아니다. 서로 다른 학문 분야의 전문가가 이들을 정의하고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존재하고 가르칠 학교가 있으며, 연구할 과학자와 검사할 심리학자, 분류할 교육자, 판단할 사람, 그리고 이 꼬리표 자체의 정당성을 논의할 이론가가 존재하는 한, 지적장애인은 계속해서 지식의 객체로 남게 될 것이다. 이제는 철학 분야의 전문가에게 관심을 돌릴 차례다._p200

 

어떤 개념의 이미지와 상식을 형성하는 데는 이것을 정의하는 어휘들이 결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따라, 기술의 발달과 발견, 등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한 번 정의 내려진 것들도 계속 변화된다.

 

이번에 #리시아칼슨 의 #지적장애의얼굴들 을 읽으며, 지적장애를 그동안 어떻게 취급해왔는지를 촘촘하게 들춰내며 비판하는 과정을 거쳐 새롭게 정의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고 느꼈다.

 

지적장애에 관심이 있다고 다른 철학자에게 말하면 자주 혹시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는 에피소드부터 서문에 등장하는 것을 읽으면서 지적장애에 대한 논제가 아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셸 푸코의 정신병원 수용소 탄생에 관한 논의를 가져와 19세기 중반 미국에 등장한 정신박약자를 위한 시설의 제도적 역사적 패러다임에 대한 탐구로 본문을 시작하고 있었다. 지적장애를 결함으로 보는 것을 넘어 젠더화 하면서 억압구조로 가는 과정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었다.

 

남북전정 이전에는 주로 남성형 이었던 도덕적 백치가 이후에 정신박약 여성 집단까지 확산되어간 과정을 읽다보면, 여성의 사회적 취약성을 이유로 더 오랜 기간 시설에 감금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익히 읽고 들어서 알았던 많은 미친 여자들.... 아니 미친 것으로 취급 받았던 여성 예술가, 작가들이 떠올랐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이 가족에 의해 이런 시설에 갇혀서 평생을 들락달락 하거나 그곳에서 시들어 갔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이런 분산된 스토리들이 하나로 모여서 투영되는 내용들이었다.

 

이러한 억압 구조를 지나오면, 후반부에서는 지적장애를 단순히 개인의 비극으로 다뤄오는 주류 철학을 비판하고 있었다. 철학 자체가 인간에 관한 탐구임에도 불구하고 지적장애인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고 단원적인 고통으로만 취급하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행태에서 벗어나 이제는 지적장애도 인간 자체로 사유하는 철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즉 우리와 뚝 떨어진 별개의 타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전반적으로 쉽지는 않은 책이었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잘 알 수 있었다. 철학자는 물론, 지적장애를 연구하는 사람,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이들,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적장애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변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함께 살아가고 나아가야 하는 우리 이웃, 우리 가족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장애가 흠이거나 불편함이 아닌, 인간 그 자체로 존중받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_명명하기: 장애 일반, 특히 지적장애와 관련한 언어, 명명, 그리고 라벨링의 정치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가 있었다. 자기옹호운동 내부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병에 라벨을 붙여라라는 외침이 있었으며, ‘정신지체용어의 문제적 성격은 미국 정신지체협회가 해당 용기를 폐기하고 미국 지적, 발달장애협회로 명칭을 바꾸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_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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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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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나는 입소자들의 장례식에 절대 가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돌보다가, 그들이 다른 쪽으로 건너가면 그 문 앞에 멈춰 선다._p125

 

누구나 인생의 화양연화가 있다고 한다. 이런 시기는 지나고 나서 더 뚜렷해지는데 요양원의 노인들이 떠올리는 이 시기는 어떤 것일까?

 

어려서 부모를 잃고 조부모에게서 자란 20대 요양보호사 쥐스틴은 프랑스 동부 시골 마을의 요양원에 근무하고 있다. 쥐스틴의 시선으로 요양원 노인들의 이야기가 시간을 되돌리며 펼쳐진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그들과 우정을 쌓으며 마음을 나누게 된다.

 

이렇게 가족의 발길이 끊겨서 홀로 일요일을 보내는 요양원 노인들의 삶 속으로 우리를 이끄는 소설, #일요일에잊힌사람들 을 읽었다.

 

평범하고 심심해 보이는 일상에 한 가닥 미스터리가 얹어지면서 글에 몰입하게 만든다. 쥐스틴이 마주한 한 가족의 비밀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흥미로운 전개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엘렌과 뤼시앵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비춰보는 인생이란 이야기, 이들을 향한 쥐스틴의 조용하고 따듯한 마음, 모두가 만들어 가고 있는 삶의 찬란한 순간들.... 이런 것들이 참 좋았던 소설이었다. 결국은 내 삶을 사랑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전 세계 15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역주행 신화가 된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런 삶에 대한 시선에 모두 공감해서가 아닐까 싶다. 개성 있으면서도 생생한 문체의 #발레리페랭 첫 소설, 역시나 추천이다.

 

_누가 그녀가 그를 사랑하듯이 그를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_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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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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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나는 입소자들의 장례식에 절대 가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돌보다가, 그들이 다른 쪽으로 건너가면 그 문 앞에 멈춰 선다._p125

 

누구나 인생의 화양연화가 있다고 한다. 이런 시기는 지나고 나서 더 뚜렷해지는데 요양원의 노인들이 떠올리는 이 시기는 어떤 것일까?

 

어려서 부모를 읽고 조부모에게서 자란 20대 요양보호사 쥐스틴은 프랑스 동부 시골 마을의 요양원에 근무하고 있다. 쥐스틴의 시선으로 요양원 노인들의 이야기가 시간을 되돌리며 펼쳐진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그들과 우정을 쌓으며 마음을 나누게 된다.

 

이렇게 가족의 발길이 끊겨서 홀로 일요일을 보내는 요양원 노인들의 삶 속으로 우리를 이끄는 소설, #일요일에잊힌사람들 을 읽었다.

 

평범하고 심심해 보이는 일상에 한 가닥 미스터리가 얹어지면서 글에 몰입하게 만든다. 쥐스틴이 마주한 한 가족의 비밀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흥미로운 전개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엘렌과 뤼시앵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비춰보는 인생이란 이야기, 이들을 향한 쥐스틴의 조용하고 따듯한 마음, 모두가 만들어 가고 있는 삶의 찬란한 순간들.... 이런 것들이 참 좋았던 소설이었다. 결국은 내 삶을 사랑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전 세계 15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역주행 신화가 된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런 삶에 대한 시선에 모두 공감해서가 아닐까 싶다. 개성 있으면서도 생생한 문체의 #발레리페랭 첫 소설, 역시나 추천이다.

 

_누가 그녀가 그를 사랑하듯이 그를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_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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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가끔 시가 되느냐
김영춘 지음 / 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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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들이 5권 중 4권이 진하고 예리해서 촉이 예민해져 있었다. 이런 나를 차분하게 진정시켜준 책이 #김영춘 시집, #너는왜가끔시가되느냐 이었다.

 

슴슴 하면서도 담백하게 화자가 보이고, 화자의 생활이 보이고, 바다와 하늘, 비가 느껴졌다.

 

여운이 남는 시란 생활언어로 그림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매일 보고 만나는 사람과 길, 자연으로 글을 만들어 냈을 때 읽는 이의 곁으로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들이 잘 느껴졌던 시집이었다. 학교에 아이들과 있다고 하는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는 시들이었다.

 

덕분에 수채화 같았던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12-

 

날은 차갑고

하늘은 멀다

여기저기 빈자리가 늘어가는구나

어디에 마음을 붙여봐야 할 텐데

바람만 이리저리 오간다

모두가 떠나간 듬성듬성한 자리

다시 올 날은 그만 접어두고

지나간 날들을 불러서 그리워할까

여기가 제자리였다는 듯이

눈보라 그리고 또 눈보라,

몰려오고 싶어하는

한 해의 그만큼이다_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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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인
정윈만 지음, 김소희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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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홍콩은 참 희한한 곳이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업무 겸 여행으로 여러 번 오가면서, 그곳에서 머물면서 먹고 자고 걷는 것은 다른 곳들과 다를 바 없지만 막상 떠나와서 다른 나라에 있다 보면 몹시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고향도 아닌데 가끔 앓곤 한다. ‘참 희한한 곳이야... 이런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홍콩을 계속 찾게 하는 것일까?’..

 

내가 본 마지막 홍콩은, 본토의 간섭이 심해지면서 산발적인 시위에 군데군데 진압군이 있으면서 길이 봉쇄되어 돌아서 다녔던, 글로벌 코로나 팬데믹 직전이였다. 이미 예전의 분위기를 많이 잃어서 안타깝기도 하고 살짝 허탈한 기분이었다. '곧 다시 와야지'하며 비행기를 탔었는데 글로벌적인 국경봉쇄로 국내에 발이 묶여서 시간이 흐르고 벌써 오늘에 이르렀다.

 

사적인 경험과 어렸을 때 봤었던 홍콩영화의 향수로도 가득한 곳으로 나에게 자리 잡고 있는 이 곳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막연한 감정들을 현실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소설이 #정원만 의 #유심인 이었다. 홍콩에서 태어난 작가가 -홍콩 아이콘 중 하나인- 고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와 노래 제목으로 쓴 13개의 단편이 들어있는 책이다.

 

잠시 머무는 여행자가 아니라, 홍콩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오늘을 담아내고 있었다. 온갖 굴곡이 많은 홍콩을 지켜내고 있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의 현재와 다르지 않았다. 상실과 건강이 걱정되는 반려묘, 내 의지와 상관없는 현실에 영향 받는 이들, 오늘 나와 함께 살지만 내일 격려하며 헤어질 인연도 있었다. 한 세대가 지나 다음 세대로 넘어오며 그 갭을 알 수 있는 대화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홍콩이 생각나는, 잦은 태풍의 전조와 냄새, 아침으로 먹었던 딤섬과 자스민차, 달달한 디저트와 맛있는 밀크티 등이 생각나는 음식들과 겨울에도 벽이 울고 있나싶었던 높은 습도가 몸으로 떠올리게 되는 풍경이 가득해서 혼자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진한 밀도의 녹진한 소설을 읽고 나면 몸이 노곤하면서도 지친다. 이 책이 그랬다. 단편집이여서 더 여운이 있었고 장국영의 이미지와 닮아서 그가 그리워졌다. 결국은 굴곡진 삶 속에서도 오늘을 살고 있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였다.

 

 

_“잘 알겠지만, 저는 혼자 사는 게 익숙해서요.”

제니가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그러니까, 자유롭게 드나드는 삶을 살고 싶거든요. 누군가에게 봉쇄당하지 않고 또 내가 누군가를 봉쇄하지도 않는 그런 삶.”_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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