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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고요한 지음 / &(앤드) / 2021년 7월
평점 :
_“제가 생각한 뉴요커는 백인이었어요. 노천카페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는 백인에게선 여유가 느껴졌죠. 저와 같은 동양인을 보고 우아하게 느낀 적은 없어요. 그들은 언제나 초조하고 급해 보였어요. 오 분 만에 커피를 마시고 나갔죠. 물론 저한테도 그런 여유가 안생겼어요.”
마거릿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뉴요커들은 생각보다 돈이 많아. 돈이 여유를 주는 거야. 그들은 이미 여유를 누릴 준비가 되어 있는 거지.”
마거릿이 커피를 마시고 나서 말했다. 장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영주권 따면 여유가 생길 거야. 결혼 역시 조금 다른 식으로 생활의 여유를 주거든.”_
뉴욕시에서 스너글러로 연명하고 있는 한국인 불법체류자, 장은 영주권을 위해 73세 뉴욕에서 나고 자란 할머니 마거릿에게 청혼을 한다. 서울에서는 서른아홉 살의 남자가 일흔셋의 여자가 결혼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지만 뉴욕이니깐 여기는 뉴욕이니 가능하다고 장은 생각했다.
마거릿은, 장이 적당히 수중에 든 돈에 맞춰 들고 간 반지를 흔쾌히 받아줄까? 받아준다면 마거릿이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들은 결혼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읽었던 ‘결혼하지 않는 도시’의 한 대사, “.... 과거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남녀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현재의 결혼은 근대 낭만주의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생아일지도 모르겠네요.”와, 정말 오래전에 봤던 ‘그린카드’를 동시에 떠올리게 했던 이 소설은, 책을 받아들었을 때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전개를 선보였다.
대도시의 외로움을 대변해주는 ‘스너글러’라는 직업부터 경제적인 여유만이 삶을 완전히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부자들의 이야기, 불법체류자의 생활, 이유, 생존의 문제, 백인 위주 사회에서 체감하는 인종차별까지... 이해 가능한 많은 것들을 담고 있었다.
_“몸을 팔진 않아요. 난 잠옷을 입은 채 섹스 없이 하룻밤 동안 여자를 안아주는 스너글러라고요. 이 일이 부도덕하지 않은 건 몸을 팔지 않고 정당하게 여자를 안아주기 때문이죠.”_
_사실 뉴요커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만들어냈고 필요에 따라 이용을 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는 게 뉴요커였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게 뉴요커였다. 지금은 개를 산책시켜 주는 독 워킹 서비스맨이 있고 여자를 안아주는 스너글러가 있지만 조금 지나면 이보다 더한 직업이 생길 수 있었다.
사람의 몸을 안아주는 직업이 아닌 사람의 마음까지 안아주는 직업이 생겨날 수 있는 곳이 뉴욕이였다._
보통 원초적 ‘고독’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다루는 소설이나 철학적 내용들은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생존적 ‘외로움’에 대해서 따로 생각해 보게 만드는 내용들은 적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바로 그런 ‘외로움’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고, ‘장’보다는 뉴욕의 외로운 여자들 중 하나인 ‘마거릿’에게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그녀가 ‘장’에게 원하는 바는 오히려 더 솔직하고 인간적이였기 때문이다.
_“음식이란 누구와 먹었는지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나도 어느 땐 게리의 얼굴보단 같이 먹은 음식이 생각나. 이럴 줄 알았으면 게리가 좋아하는 걸 더 만들어줬을 텐데. ...”_
로맨스코미디로 시작했다가.... 씁쓸한 뒷맛으로 끝난 이 책,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