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밍들의 세계 - 주목받는 작가 8인의 SF 단편 앤솔러지
양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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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장르는 처음에는 서구적 시각으로 접했고 그 뒤로도 접해온 영상이나 도서들도 주로 그 관점이라서 한국작가들의 SF물들을 읽을 때마다 이물감이 약간 느껴지기도 했다아마도 은연중에 내 안에 스며든 습관 같은 것이였을 거다.

 

그런 어중간한 상태일 때, ‘브릿G에 게재된 1700여 편의 SF 중 엄선된 창작 단편 앤솔러지라 안내된 <나와 밍들의 세계>를 만났다읽는 동안 얻은 큰 수확은 위에 언급한 이물감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그래서 충분히 집중할 수 있었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7편 단편으로 대략적인 소감은 아래와 같다:

 

한편의 SF영화 같았지만 결국 시대불문 환경불문 극적인 쾌감을 쫓는 중독에 무력한 한 인간이 느껴졌던 나의 단도박수기’,

 

정말 이런 기술이 가능하다면 외롭지 않겠다는 엉뚱한 부러움이 들다가 그 애틋한 서로의 마음이 가슴 아팠던 나와 밍들의 세계’,

 

결말이 살짝 이해가 안되었지만, ‘인간으로 정의되는 면면이 얼마나 나약하고 불안정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최애 아이돌이 내 적수라는데요?’,

 

자살 시도자를 방문해서 도와주는 시스템은 당장 시행되었으면 좋겠다 싶었던 상실에 대한 이야기상실의 기억의 가치에 대한 사유, ‘시금치 소테’,

 

어떡하지어떡하지 하면서 마음 졸이며 읽었던 멀지 않은 우리 현실일 것 같은 이야기, ‘피드스루와 초인의 나라’,

 

미래판 돈키오테를 읽는 듯해서 색다르게 기억에 남는 라만차의 기사’,

 

과학전공인 작가가 쓴육체는 죽고 정신만 불멸한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추리물로 풀어가는 재미가 솔솔 했던 유니크’ 까지.

 

각기 다른 작가여서 이야기 또한 매우 달랐는데한 가지 공통이라 느낀 점은 인간의 본성내 사람을 아끼는 법어딘가에서 혹은 언젠가는 벌어질 것 같은 소재와 주제였다 이다한 편 한 편 단막극을 보는 듯 생생했다. SF 장르를 좋아하든순수문학을 좋아하든스토리와 감동을 좋아한다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_자아는 오만하게도 자의식으로 똘똘 뭉쳐있지만오히려 무언가의 명령을 항상 받아요그러면서 그 명령을 정확하게 해석하지는 못하죠.

 

그렇지만 자아는 그것이 자신인 줄 알죠자신이라는 총체적 착각그게 없으면 자아가 아니에요데이터를 객관화할 수 있으면 자아가 아니죠인간은 뇌의 각 부분이 협력하여 그 환상을 만들어 내지만 기계는 그런 게 없었어요그럴 필요가 없어요._[‘최애 아이돌이 내 적수라는데요?’에서]

 

_“이제 집을 갈 준비를 하자돈 산초오늘부터 너는 명실공히 라만차의 기사다.”_[‘라만차의 기사에서]

 

_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는 그렇게 쉽게 판타지가 된다._['초인의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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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괜찮은 결심 - 예민하고 불안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정켈 지음 / 아몬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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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주인공이 보도블록 금을 밟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을 보고 어렸을 때의 나를 떠올려 본 적이 있다어렸을 때 했던 나의 강박행동이나 생각들이 떠올랐었는데보도블록 금을 밟지 않고 걷는다던가가로수등 숫자를 습관적으로 센다던가책표지를 종이로 쌀 때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균등하게 밀리미터 단위까지 맞춰서 완료해야 안심이 된다던가노트정리할 때 기호를 통일하고 주제의 크기에 따라 한 칸씩 들여서 줄맞춰서 쓴다던가 하는 그런 수많은 것들이였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타지에서 공동생활을 하게 되면서 이런 강박증도 많이 없어졌는데 지금도 가끔 지나친 꼼꼼함과 정확성으로 일과 관계 속에서 불쑥불쑥 나올 때가 있다.

 

커서 보니이런 강박이나 결벽은 흔하게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보면적당하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은데이 책, <이만하면 괜찮은 결>에서는 적당보다 조금 더 심한 강박불안에 관한 이야기이다.

 

글자로만 풀어놓았으면자칫 전문용어들로 가득 차게 되거나심각하고 무거울 수 있는 내용들일 텐데그래픽노블로 그려놓아서 더 친밀하면서도 공감을 많이 불러일으킨다매우 이해하기 편해서 관련 내용에 대해서 잘 몰랐던 이들도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일상 속에서의 해프닝과 등장인물들의 생각들이 재밌게 넘어간다한편 내 경험과 비슷한 내용들이 나오면 ㅎㅎ 나만 그러는 게 아니였어” 하게 되기도 하고측은해 지기도 한다.

 

그렇게 다 읽고나면독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있구나 싶어진다이런 행동이나 생각은 저런 이유로 그러는 것이다고.... 또한 무엇보다도불안은 내가 가진 문제점이나 단점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라고도 하고 있는 듯하다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잘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만화를 통해작가 스스로를 드러냈다고 하는데 그 용기가 정말 대단하고 고맙다이 책을 통해서누군가는 이해를누군가는 용기를 얻어갈 수 있으리라~

 

 

_고결과 조심의 이야기는 내가 불안한 사람들을 향해 바다 위에 띄우는 유리병이다. “너 참 유별나고 이상하다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에게내 삶을 잘 책임지고 싶기에 자주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결코 혼자가 아님을 알리는 나의 메시지가 닿기를 바라며.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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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생리학 인간 생리학
루이 후아르트 지음, 홍서연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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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로드 출판사의 생리학 시리즈는, 읽을 때마다 블랙코미디 같다고 생각해왔습니다.이번에는 의사생리학입니다. ˝200년 전 프랑스나 한국이나 다를 바 없다! 의사는 자신들의 배부른 파업을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처럼 여겼다.˝ 라고 이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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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인문학 -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 반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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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종종 걷기에 대하여 이야기하곤 한다그 친구는 지금까지 속상한 일이나 안 풀리는 일이 있으면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무조건 나갔다고 한다고맙게도 가까이에 호수를 끼고 있는 산책로가 있어서 언제나 그렇게 나가서 몇 바퀴를 돌고 나면 해결책이 떠오르거나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게도 걷기의 좋은 점을 적극 어필한다굳이 운동을 목적으로는 행동하지 않는 성향이 강한 내게는 그저 걷기만 목적으로 나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출퇴근을 하는 직장을 다닐 때는 먼 거리도 걸어서 퇴근할 만큼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그런 의무감이 사라진 뒤로는 혼자서는 잘 안되는 행동이다....

 

하지만 걷기가 좋은 것은 잘 아는 지라마음속에 숙제처럼 항상 지니고 있다한 켠에 놓인 스텝퍼를 오가며 작동여부를 확인한 정도만이라도 꼼지락거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생각이 가득할 때읽게 된 리베카 솔닛 작가의 걷기의 인문학’. 단순히 작가 범주로만 넣기에는 그 역량이 너무 풍부한존경하는 인물이다역사가활동가사상가로 이 시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의 걷기에 대한 사유는 어떤 것일까?!!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면서부터 걷기라는 행위가 타 동물들과 구분되기 시작했을 것이다진화론적으로 모두 잘 알고 있듯이두 손이 자유로워지며 인간의 뇌는 발달속도가 빨라졌다한편 출산의 위험성은 높아졌고 성행위의 신체구조적인 평등성에 변화가 생겼다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직립보행이 찬사를 받는 진화과정인 이유는이 행위로 도구사용이 좀 더 자유로워지고고차원적인 생각을 촉진시켰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리베카 솔닛은 이런 진화론적 당위를 넘어보행/걷기에 대해 다양한 도시의 길을 해석하고역사적으로 보행행위를 분석해놓았으며또한 철학적으로 접근하고인문학적인 즐거움을 이 책을 통해 언급하고 있었다솔직히 걷기라는 단순하고 익숙한 행위를 가지고 이렇게 까지 풀어낼 수 있는 그녀의 사유와 지식의 깊이는 짐작하기도 힘들었다.

 

산책을 즐겼던 많은 사상가철학자작가들과학자들이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 생각을 이끌어 냈을지 그녀를 통해 상상해볼 수 있었다책 속에도 많은 실례가 언급되어 있어서 읽은 이의 성향에 따라 느끼는 바가 색다를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유명 도시들이나 장소들을 가지고 풀어내는 길공간걷기에 대한 해석들이 인상 깊었다파리나 샌프란시스코뉴욕과 같은 도시에 관한 내용들은 정말 풍부한 지적 즐거움과 더불어사회비판적인 관점도 열어주고 있었다.

 

 

한 번의 독서로는 충분하지 않으며읽을 때 마다 얻어가는 부분이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글은 또 얼마나 잘 쓰는지.... ‘매혹적인 글쓰기라는 안내문구의 뜻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젠단순히 집 앞에 걸어 나가는 일도낯선 나라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나의 작은 행위도 예사로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진정 추천하고픈 책이다.

 

 

_“.... 도시를 헤매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간판들도로의 이름들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집들노점들술집들로부터 메시지를 듣는 방식은 숲속을 헤매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자기 발에 밟힌 잔가지로부터멀리 어느 황새의 요란한 울음소리로부터갑자기 나타난 고요한 빈터에 불쑥 피어 있는 한 떨기 백학으로부터 메시지를 듣는 방식과 비슷하다.

 

내게 이 배회의 기술을 가르쳐준 도시가 파리였다. ...“_[‘플라뇌르또는 도시를 걷는 남자에서]

 

 

_ ... 생각에 잠겨서 걷는 사람이나 밤거리를 걷는 사람의 속도는 다르다도시에서는 집 밖으로 걸어 나가는 일이 진짜 여행이 된다대문 바로 뒤가 위험과 추방과 발견과 변화의 공간이기 때문이다._[‘혼자 걷는 도시에서]

 

_<오만과 편견>의 어디를 보나 걷는 이야기가 나온다여주인공은 걸을 수 없는 상황만 아니면 온갖 곳에서 걷는다.

... 점잖은 사람들(오스틴의 등장인물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걷는 일은 일상의 근간이었다잉글랜드에서 18세기 내내그리고 19세기 이후까지 보행은 특히 여자들에게 중요한 일상이었다._[‘숙녀와 크로스컨트리에서]

 

 

_보행의 리듬은 생각의 리듬을 낳는다풍경 속을 지나가는 일은 생각 속을 지나가는 일의 메아리이면서 자극제이다마음의 보행과 두 발의 보행이 묘하게 어우러진다고 할까마음은 풍경이고보행은 마음의 풍경을 지나는 방법이라고 할까마음에 떠오른 생각은 마음이 지나는 풍경의 한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는 일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는 어딘가를 지나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보행의 역사가 생각의 역사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_[‘걸어서 곶 끝까지서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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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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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부터 관심 집중을 받으며,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차트 1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선정, 2021 커커스상 최종후보에 오른, ‘할렘 셔플: Harlem Shuffle‘! 그동안 좀비 아포칼립소, 사회구조 문제 SF까지 고루 다뤄온, 콜슨 화이트헤드 작가의 신작이네요. 긴장감 있는 블랙 유머,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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