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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이길보라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평점 :
_2021년 BTS가 수어 안무와 함께 선보인 신곡 ‘퍼미션 투 댄스’가 미국 빌보드 차트를 휩쓸자 수어에 대한 관심 또한 전세계적으로 높아졌다. 국내 언론매체에서도 안무가 어떤 수어를 사용했는지 궁금해 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의견을 농인이 아니라 언어적 접근이 쉬운 청인 수어통역사나 청인 수어 아티스트에게 물은 것이다.
이들에게 수어는 모어가 아니다. 수어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고 농사회의 반응을 생생히 들려줄 수 있는 건 농인 당사자다._p58
_나는 모어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모어와 모국어를 오가면 기존의 집을 무너뜨린다. 재일조선인 김민관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소수자라고 불리는 이들의 존재와 삶을 경유하여 국가, 민족, 언어, 문화의 경계를 흔든다. 단일민족국가라는 환상에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_p59
차별, 다름, 장애에 관한 글을 꼽으라면 단연 이길보라님을 들고 싶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를 계기로 글을 다 챙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도 그 연장선상이였다. 제목을 보고 대략 이런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하였었는데 뜻밖에 역사속의 사례들, 코다를 넘어 다른 내용들까지 폭넓게 들어있어서, 솔직히 깜짝 놀랐다.
이 글 시작에 넣은 BTS 수어 안무에 대한 내용은 누구나 읽어보았으면 하는 내용이였다. 우리가 장애를 가진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는 지를 단면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던 부분이였다.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들의 언어를, 그들 당사자들이 아니라, 접근자의 편리성에 따라 제3자에게 묻는 행동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뜨끔하던지! 나는 어떤가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였다.
그래서 그 후, 수어 안무의 잘못된 부분을 농인들이 지적을 했으나 묵살 당했다고 하니.... 수어의 주인이 무시를 당한 어처구니없는 사례였다.
이렇듯 예시를 들어가며, 1부 나를 만든 세계, 2부 나와 우리가 만드는 세계, 두 챕터로 나로 시작한 이야기를 나와 우리로 완성시켜 놓았다.
개인경험 사례부터, 사회적 패러다임, 역사 속에 있었던 차별에 대한 내용, 돌봄에 대한 내용들 등, 작은 책자 안에 풍부하게 담겨져 있다. 모두 하나 이상씩은 거쳐져 있을 것 같다. 은연중에 행하고 있는 다름에 대한 나의 착각, 타인에게 공감한다는 착각, 사회분위기 속에서 휩쓸리는 은연중의 차별, 케어의 문제 등... 많은 배움을 잔잔하게 때론 깨달으며 읽을 수 있다.
적극 추천하고 싶은 도서다. 역시 이길보라님..... 존경스럽다.
_뒤늦게 운전을 배우며 엄마를 떠올린다. 농인이자 여성으로 비장애인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살아온 엄마의 생을 가늠해본다.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_p41
_그러나 공진초등학교 폐교를 막기 위해 싸웠던 이들은 특수학교 건립을 위해 투쟁하는 장애학생 부모들에게 연대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당한 분리와 차별을 어떻게 보면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_p89
_영 케어러의 경험은 단일하지 않다. 돌봄의 범위가 넓고 다양한 것처럼 영 케어러의 범위와 역할 또한 마찬가지다.
다문화가정 자녀와 코다는 집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집 바깥에서 사용하는 모국어가 다르기에 통역을 비롯한 일상의 전반적인 돌봄을 수행한다. 통역 돌봄 또한 영 케어러의 경험이다._p151
_..무책임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서 영화 [그레타 툰베리]를 보자. 시대의 아이콘이지만 그 누구보다 평범한 시민인 그레타가 짊어진 부담감을 나눠지자._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