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에세이
발터 벤야민 지음, 새뮤얼 타이탄 엮음, 김정아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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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람 없는 지적인 탐구시간을 선사하는 #현대문학 의 #인문에세이 #무우시리즈 , 이번에 만난 이는 19세기말에 태어나 20세기초를 살다간 독일 출신의 유대계 학자, #발터벤야민 이였다. 비록 100년 전 사람이였지만 그의 비평과 철학은 지금도 유효한 것으로 생생히 살아있었다.

 

바로 실종되고 있는 인간의 이야기에 관한 내용, #이야기꾼에세이 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문부터 꼼꼼히 읽어야 한다. 시대를 잘못 태어난 저자를 대신해서 그의 글을 모아서 세상에 내어놓은 #새뮤얼타이탄 의 서문을 통해 발터 벤야민에 대한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본문은 짧은 것, 긴 것, 길이가 다양한 에세이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길이나 배경과 상관없이, 모두 이야기로 통하는 내용들이였다. 특히 이집트의 왕 프사메니투, 영웅담의 필연성 등 역사적 에피소드는 물론, 오스카 마리아 그라프, 에드거 앨런 포, 요한 페터 헤벨 등의 소설, 많은 신화 및 동화들을 통해 시대를 거치며 다양하게 발아하는 해석들이 가지는 이야기의 힘을 강조하고, 고정된 방향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흘러가며 다시 쓰이는 이야기들을 세대를 거치며 구전되는 공동체적인 경험의 매개자로서의 기능을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적 고찰도 잊지 않고 있어서, 글쓴이의 철학자, 비평가로서의 면모도 느낄 수 있었다. 내용들만 보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놀랍게도 무척 재미있게 페이지가 넘어갔다. 이야기에 관한 것이라 그런가? 아니면 작가의 필력이 그만큼 대중적이여서 그럴까?

 

이유가 뭐가 중요할까... 이 시점에서 짧은 영상, 요약된 드라마스토리 등이 인기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 형식과 태도로 다시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던지는 책이였다. 스토리텔링이 브랜딩 마케팅, 정치적으로 사용되고 치유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그 본연의 기능을 찾아 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과 함께 말이다.

 

발터 벤야민에 의하면 생명력 있는 이야기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권태’, 즉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시간.... 사회적인 공동체적으로 어떻게 다시 경험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도 당장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가? 타인과 어떤 내용을 나누고 있는가? 나는 이야기꾼이 될 수 있을까?

 

 

_소설가가 기억하는 것은 하나의 주인공, 아니면 하나의 여행, 아니면 하나의 전쟁인 데 비해, 이야기꾼이 기억하는 것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사건들이다. 표현을 바꾸면 서사시가 와해되고 뮤즈의 기원이었던 기억이 둘로 갈라진 뒤, 기억하고 기리는 일이라는 소설의 뮤즈 원리는 기억하는 힘이라는 이야기의 뮤즈 원리로부터 한발 멀어졌다._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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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
박현구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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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고객은 디테일과 스토리텔링에 감응한다._

 

2022년 서울 북촌에 문을 열었다는 #한옥호텔 #노스텔지어 의 성공을 CEO #박현구 의 소리로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도심한옥에서브랜딩을찾다 를 통해 브랜딩 디렉터로서의 사고 접근법부터 실제로 호텔에 적용해나간 과정과 철학, 고객 심리 등을 노스텔지어 라는 공간 속에 어떻게 녹여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한옥의 불편함을 체험 공간으로 제공하면서 그 불편함들 조차도 상품으로 매력적으로 만들어낸 관점의 변환이 인상적이였다. ‘비일상적인 희소한 경험이라는 매력적인 문구도 새로운 관점을 나에게 주는 지표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_서구권 관광객들은 일반적인 호텔이 아닌 한옥에서 머물며 한국 문화를 깊이 있게 경험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관광 트렌드의 변화를 넘어선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진지한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옥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한옥은 거주 공간으로서 여러 제약이 있습니다.

.....

 

그러나 거주 공간에서 체험 공간으로 한옥의 정체성을 전환하면, 오히려 제약의 요소가 한옥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 비일상적인 희소한 경험을 보증합니다._p99

 

 

전문성이 느껴지는 글도 글이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사진들로 눈호강을 제대로 할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호텔이 아니고 #문화플랫폼 이라고 소개하며 펼쳐진 공간들은 고유 문화와 문명의 편리로 채워져서 그 가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읽다보면 어떻게 어려운 숙제들을 풀어갔는지도 알 수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브랜드 세계관을 어떻게 확장시키는 지를 프리미엄 막걸리, K기념품 등의 판매, 객실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통해 잘 알려주고 있는 점도 이 책의 좋은 점이다.

 

 

어떻게 보면 나 같은 사람에게는 참 멀리 느껴지는 이 곳 이였는데, 책 속에 담겨있는 스토리와 조언들은 어디에나 혹은 무엇이나 적용되는 꿀 같은 내용이였다. #브랜딩 에 대하여 궁금하다면 눈이 즐거운 이 책에서 답을 찾아봐도 좋을 것 같다.

 

 

_요즘 고객들은 #호피스탈리티 경험이 풍부하고 아주 세련된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비스의 전개 과정을 예상하는 이들에게 예상 밖의 놀라움을 주어야 서비스 만족감을 줄 수 있습니다._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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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먹는 존재들 - 온몸으로 경험하고 세상에 파고드는 식물지능의 경이로운 세계
조이 슐랭거 지음, 정지인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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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식물의 몸은 특정 정보들을 기록하고 그런 다음 그 정보에 따라 움직인다. ... 몇몇 덩굴식물들도 수를 세고 판단 착오도 정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일에는 모두 기억이 필요하다._p224

 

_난초, 사시나무, 딸기, 개미식물, 그리고 은행나무까지 이 모든 식물에는 결정적으로 변칙적인 뭔가가 있다. 양자택일을 무시하고 종간 경계선을 넘나들며 이성애적 번식 방식을 거부하는 관능적 얽힘의 감각이 그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자연의 모든 것을 승자가 명확히 판명나는 전쟁으로 보는 관념에서 벗어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때로 그것은 즉흥적인 선택일 수도 있고 협력일 수도 있으며, 또 전혀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_p262

 

 

지금을 인류세 라고 하는데, 이 말은 인류인 우리는 인간의 관점에서 지구상의 생명체들을 인식하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류가 아니면, 일단 아무런 지능도 없거나 낮을 거라는 전제를 먼저 하고 바라보고 해석한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혹은 어렴풋 짐작만 했었던 세상이 열리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인류외의 생명체들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다. 해서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는 과학책들을 만나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창이 되고 있다.

 

이번에 만난, #조이슐랭거 의 #빛을먹는존재들 ,-제목도 얼마나 멋진지- #식물지능 의 경이로운 세계를 알려주는 책이였다. 두 말도 필요 없이 놀랍다!, 흥미롭다!, 재미있다!... 이렇게 나의 리뷰는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지능이라는 것은 뇌가 있어야 한다는 동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아니 지능이라는 것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의 신경계와 유사하게 몸체로 전기신호를 보내고 아주 빠른 속도로 흐르며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해변달맞이꽃은 꿀벌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들으면 3분 내로 꿀의 당도를 높인다고 한다.

 

다른 종을 이용하거나 협력하면서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는 예들, 식물이 어디에 기억을 저장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히 기억과 지능이 있다는 다양한 예시들과 후손에게 생존 기술을 대물림하는 내용까지... 기존의 수동적인 형태로만 보였던 식물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도 남는 내용들이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바로 옆에 있는 화분의 식물들이 혹시 나에게 무슨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내 공간과 이 책의 세계가 맞물려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벅차다! 적극 추천하고 싶은 식물에 관한 #과학책 이다.

 

 

_하나의 식물은 경이로움이다.

식물의 공동체는 생명 그 자체이자,

들끓는 현재 속에 얽혀들어 있는 진화의 과거와 미래이며,

우리 역시 거기 얽혀들어 있다. 식물은 우리에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스템을 들여다볼 기회를 주고 있다._p404

 

 

#TheLightEaters #ZoeSchl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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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편한 심리학 -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 뒤숭숭한 사람들을 위한
우에키 리에 지음, 서수지 옮김 / 생각지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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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알기 힘든 것이 사람속인 것 같다. 당장 내 마음, 감정조차도 하루에도 들쑥달쑥 하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복잡한 심리학 용어를 다 알기 힘들고 심리상담을 받아보러 가기에는 뭔가 내키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권할 만한 #우에키리에 의 #속편한심리학 .

 

익숙하게 들어본 칵테일파티 효과, 허위 기억 증후군, 바넘 효과, 등부터 낯선 개념들까지, 인지심리학과 기억심리학을 기초로 한 실험과 해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페이지를 넘기는데 거부감이 없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챕터는 억지로 잊으려 애쓰지 않아도 마음 편해지는 심리 기술이다. 나 역시도 괴로운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부터 분석, 벗어나기에 도움 되는 법까지 알려주는 내용이 공감도 되면서 실제 적용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이 많은 회의일수록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집단적 부실편에서는 실소가 나왔다. 사람들 모인 곳은 다 비슷하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심리학 이라는 것은 타인에 적용하고 싶어지는 것이라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지금의 내 안을 점검해보기 좋은 분야이다. 이 책은 관계위주의 내용이 많았던 것 같지만 혹시 이 안의 상황들이 경험했었던 것이 있었다면 깊이 더 알아봐도 좋을 것 같다.

 

속 편하게 해주는 심리학 책이었다.

 

_여러 개의 정체성이 나를 지킨다._p63

 

_화가 치밀어 오른 순간에 내뱉는 말은 대부분 언어적 은폐의 결정체다. 진짜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지고 싶지 않다는 감정만 앞서 무작정 말을 내뱉는 것이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분노와 슬픔을 빌어 나온 말은 본심과는 대체로 관계가 없다._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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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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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청춘은 영원할 것처럼 사랑하고,

영원할 것처럼 꿈꾼다.

이 믿음은 삶의 가장 순순한 불꽃이다._p175

 

#영원히살것같은느낌에관하여 , 인간이면 누구나 최소 한 번 이상은 이런 착각에 빠진 시기가 있지 않을까? 아니 평생 그렇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은 특히 소위 청춘이라는 때에 더 심한 것 같다. 이 시기에는 온통 이런 느낌에 사로잡혀있다... _청춘은 죽음을 믿지 않는다._

 

#윌리엄해즐릿 의 #혐오의즐거움에관하여 , #왜먼것이좋아보이는가 모두 좋았지만, 이 책이 제일 친밀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제일 순한 맛 같았으나 좀 더 삶에 관한 통찰이 깊게 느껴졌다고 할까!....

 

그렇다고해도, 매운맛 그의 #비평 은 여전했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타인에 관하여 판단하는지, 종교의 가면으로 저질러지는 위선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인도인 곡예사를 예로 들면서 다룬 기계적 숙련과 예술작업에 관한 내용은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파트와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챕터이다. 위대한 인물은 어떤 기준에 따라 인정되어야 하는지 은근히 언급하면서 인간의 능력에 관하여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통해 다뤄주고 있었는데 깊이 공감되었다.

 

그리고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을 지나 서서히 닳아 없어지는 우리를 지나, 필연적인 고통과 고독으로 이르는 마지막 챕터 병상의 풍경으로 끝나있었다.

 

다 읽고 나니.... 나를 더 반하게 하는 윌리엄 해즐릿... 매운맛 뿐 아니라 이런 깊이가 있구나 하는 발견에 즐거우면서도, 뜨끔한 비판들 속에 다시금 둘러볼 수 있었던 생각이였다.

 

스스로를 경계 또 경계하면서 생각을 정리했을 것 같은 이 학자의 책들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만약 그의 책들이 다가가기 힘들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먼저 봐도 좋을 것 같다.

 

 

_원칙이란 진실을 향한 열정이고, 어떤 신념에 대해 절대 흔들리지 않는 집착이다. 반면에 온화함은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 인도주의에 불과하다. 온화한 사람은 종교든 정치든 어떤 대의를 위해 희생된 적이 없다. 그는 흐름을 거슬러 싸우는 게 뭔지조차 잘 모른다._p44

 

_자유로운 감성이나 지식을 지닌 사람들은 문명 속의 야만인들과 뒤섞인 이런 종류의 교류 속에서 이들에게 이해받지도,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못한다._p80

 

 

_기계적 숙련에서 말하는 완벽함이란, 어떤 동작을 일정한 정확도로 반복해서 수행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 할 수 있는 데까지만 시도하는 것이다.

.....

예술은 다르다. 예술가는 다른 존재를 모방하거나, 자연이 이미 해낸 일을 재현하려 한다. 그런데 이 작업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_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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