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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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된다고 한다. 하지만 큰 흐름 한쪽에 언더독들의 꾸준한 목소리가 있어왔고 때로는 조그마한 균열로 시작해서 나비효과처럼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음이 나중에 평가받기도 한다.

 

바로 이런 역사를 짚어볼 수 있었던 이 책, #세계사에균열을낸결정적사건들 , 생존을 위한 전략, 용기 있는 행보, 강자에 맞선 약자/결의, 지혜로운 대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사례들, 이렇게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940년대에 소련에 맞섰던 핀란드의 거국적 단결과 생존, 베트남의 보응우옌잡, 합스부르크 군대를 이긴 스위스 동맹군, 칠레의 민중 가수 빅토르 하라, 히틀러에 대항한 거사를 처음 행동으로 옮긴 평범한 목수, 포르투갈의 은징가 음반데, 네덜란드의 진중한 오라녜공 빌럼, 등 잘 몰랐었던 타국의 역사는 물론, 우리나라의 기록도 포함되어 있었다.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에서 눈길을 끌었던 양규 장군에 관한 내용, 명량해전의 이순신의 행보, 읽으면서 당시의 상황에 답답했었던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대응과 그들의 용기, 그리고 이를 필름에 지켜낸 이기복 사진사, 백정 해방 운동을 이끈 양반 강상호 등.. 우리역사도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모두 처한 상황이나 시대와 같은 많은 것들이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주로 소수자, 압박받는 자들에게서 이런 움직임들이 있어왔다는 것이다. 물론 기득권자들 중에서도 자신이 가진 것들을 털어내고 혹은 잘 이용해서 세상에 변화를 가져온 사례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부조리함, 옳지 않음을 바로잡아가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역사 속의 이런 내용들을 읽으며 한편 안도감이 드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가려는 많은 언더독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나 될 수 있다고도 믿어지기 때문이다.

 

세계사를 좀 더 촘촘하게 해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 책, 여기에 나오는 사건들도 같이 찾아 보면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_글로스터 대대는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당했다. 대대 병력 600여 명 중 죽거나 포로가 되지 않고 생환한 이는 67명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영국인답게전투를 벌였고, 극한의 열세 속에서도 자리를 침착하게 지켰던 그들 덕분에 주변의 유엔군은 질서정연하게 후퇴할 수 있었다._p116

 

_"1972년 전국섬유노조 등 동일방직지부 조합원은 1,383명이었다. 그 가운데 1,204명이 여성이었다. 그런데도 조합 간부는 회사 말 잘 듣는 기술직 남자들이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부녀부장이던 주길자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민주적인 여성 지부장으로 선출되었다. 사건이었다. 노동조합은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바뀌어갔다.“_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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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소담 - 간송미술관의 아름다운 그림 간송미술관의 그림책
탁현규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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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올해로 설립 76주년을 맞는 #간송미술관 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문화재와 유물 5천여 점을 보유한 국내 최고의 사립 미술관이다._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우리 미술품을 지키는 데 쏟아 부은 간송 선생이 만든 보화각이 지금의 간송미술관이라고 한다. 이 책, #그림소담 은 간송미술관 소장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학과 미술사 전공인 저자 #탁현규 의 입을 빌어 작품들에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사실 진한 유화의 서양화 작품들과 화가들에 대한 인생과 작품배경 등에 관한 내용들은 많이 접해본 것 같다. 헌데, 왠일인지 동양화 특히 한국화에 대해서는 이렇게 차분히 얘기 나눠본 적이 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일 수도 있고 관심이 덜해서였기도 했을 것이다.

 

얼마 전 한국문화예술 관련 도서를 한 권 읽고 보면서 사회상과 정치적 배경을 생각하게 되었다면, 그림소담을 통해서는 제목 그대로 긴긴 겨울밤 벽에 걸린 족자 하나를 보면서 옛이야기를 듣듯이 읽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여백이 가득한 한국화를 보면 저절로 힘이 탁 풀린다. 그래서 풍경과 인물들, 자연 속으로 이질감 없이 편안하게 빠져들게 하는데, 이번에는 그에 못지않게 역동적인 인물그림들도 발견하게 되어 색다른 면도 알게 되었다. 특히 이인문의 #동정호의검신 은 -제목처럼 검신이 등장한다- ‘당나라 때 신선 종리권에게 가르침을 받고 신선이 되어 종남산에 들어가 수행했던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검법에 뛰어나서 요괴를 물리치기도 했었고 시문에도 능해서 조선 선비들이 좋아하던 신선이라고 한다.

 

이런 그림 속에 숨은 스토리들이 재미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술술 맥락을 따라가게 하는 힘이 저자에게 있었다. 또한 그림들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들도 동양화를 감상하는 법을 한 단계 높여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김득신의 어부 노인이 취해 잠들다에서 언급한 _그림을 볼 때는 조그마한 소품을 신경 쓰면 이야기가 보인다._ 이 문장이 참 마음에 든다. 서양화도 마찬 가지겠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가 감상의 핵심중의 하나를 각인하게 된 순간이였다.

 

, 보름달, 해돋이, 봄바람, 푸른 솔, 독락, 풍류, 이렇게 우리네 선조들이 많이 다뤘던 소재들로 만나는 그림들은 그냥 그대로 마음에 와 닿았다. 눈이 편안해지고 저절로 명상에 빠지게 되었다. 그냥 이대로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간송미술관으로 만나는 우리네 역사적 배경, 그리고 그림과 이야기로 만나는 우리네 정서와 여유를 이 책으로 다시 찾아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오늘 하루가 더 여유 있어지지 않을까!

 

 

_해 주변은 붉게 물들고 바다와 하늘은 푸르게 물들어 붉은 태양이 더 붉어졌으니 겸재 그림의 특징인 음양의 조화는 색에서도 온전하다. 또 너른 호수 가운데가 허할 것 같으니 큼직한 바윗돌 하나를 박아 넣어 음 가운데 양으로 삼았다._p96:정선의 문암에서 일출을 보다

 

_홀로 있는 사람 그림을 감상자가 마주한다면 훨씬 쉽고 깊이 감정이입이 될 것이다. 이 순간 세상에는 저 그림 속 인물과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_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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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필사 - 지금보다 더 단단한 삶을 만드는
요한 G. 치머만 지음, 이민정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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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에 필사하며 정리하기 좋은 이 책,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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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링크로스 84번지 (20주년 기념판 양장본)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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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사는 헨렌 한프는 희귀 고서적을 애정하는 가난한 작가이다. 특히 절판 서적이나 고가의 희귀 고서는 간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가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지내던 중에 우연히 토요문학평론지를 통해 영국의 희귀 고서점의 절판 서적을 전문으로 다룬다는 광고를 보게 된다.

 

그렇게 한 권당 5달러가 넘지 않는 중고책으로 조건을 붙여서 절박하게 구하는 책들의 목록을 이 서점으로 보내게 된다. 맨처음 편지를 쓴 날짜는 1949105, 이 때의 유럽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모든 것이 부족했었던 때였다.

 

런던 채링크로스가 84번지, 마크스 서점 관리인 프랭크 도엘, FPD가 같은 해 1025일에 답장을 보내면서 이들의 교류가 시작되게 된다.

 

_리 헌트의 수필은, 쉽지는 않겠으나 부인께서 원하시는 목록을 모두 갖춘 탐스러운 서적으로 구할 수 있는지 애써보겠습니다. 저희 서점에는 부인께서 말씀하신 라틴어 성서는 없지만 라틴어 신약이 있고, 그리스어 신약도 있습니다. 요새 흔히 볼 수 있는 판형에 헝겊으로 장정된 것입니다. 이 책들도 구매하시겠습니까?_p11

 

헬렌은 책들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가감없이 적고 있었고, 프랭크는 헬렌의 투정 비슷한 말들까지도 특유의 예의 바른 어투로 친절하게 대응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도서에 대한 설명이나 추천을 하고 있었다. 이들의 오고가는 내용이 더 정다운 이유는 책에 대한 그들의 사랑이 온전히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박한 지식들과 뚜렷한 주관들이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더불어, 세상사는 재미가 이거지 하고 느끼게 했었던 것은 바로 서점의 다른 직원들의 편지들이었다. 때로는 프랭크 몰래, 귀했던 식료품들을 선물로 보내준 헬렌에 대한 고마움을 진심을 다해 전하고 있었다. 바다를 건너며 오고가는 마음들이 애틋하고 감동적 이였다. 너무 멀리 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채링크로스 84번지는 영화로 먼저 만난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너무 좋아~ 하면서 봤었는데, 책으로 만나니 그 느낌이 더 섬세해졌다. 두 사람외의 다른 이들의 스토리가 더 자세히 들어와서 맞아, 헬렌은 마크스 서점 전부와 소통을 한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만났으면 좋았겠지만, 어쩌면 헬렌이 너무 늦어버려서 그 여운이 더 짙어졌는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헬렌의 친구가 런던방문시에 이 서점을 들른 후에 보낸 편지 속의 서점에 관한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든다.

 

_소중한 친구야, 디킨스 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고색창연한 멋쟁이 서점이더라구나. 직접 와서 보면 너도 완전히 넋을 잃을 거야.

 

외부에 진열대가 있길래 우선 발길을 멈추고 이것저것 들쳐보면서 구경꾼 태세를 갖추고 나서 방랑을 시작했지. 안은 어둑어둑해서 눈에 보이기 전에 냄새가 먼저 손님을 반기더구나. 참 기분 좋은 냄새야.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먼지와 곰팡이와 세월의 냄새에, 바닥과 벽의 나무 냄새가 얽히고설킨 냄새라고 하면 될까...._p52

 

 

책에는 프랭크가 죽은 후에 그 가족들이 보낸 편지들로 마무리 되어있는데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혀졌다... 사람 사는 일은 이래야 되는데... 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준 책이었다. 영화도 책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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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린다 러틀리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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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뉴욕- 922(특보). 증기선 로빈 굿펠로호는 동부 해안 지방을 휩쓴 <그레이트 허리케인>을 뚫고 오늘 아침 방치된 채 죽을 뻔한 기린들과 함께 가까스로 뉴욕학에 입항했다...._p9

 

_내 평생 몇 안 되는 진정한 친구 중 둘은 기린이었다. 나를 뒈질 만큼 발로 차지 않은 한 친구와, 고아였던 나의 가치 없던 삶과 소중한 너의 삶을 구해 준 또 다른 친구였다._p14

 

 

10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우드로 윌슨 니켈의 유품을 정리하던 젊은 연락 담당자는 그의 기린에 관한 기록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기록을 읽게 된다. 우드로는 모래 폭풍, 더스트볼의 생존자였고 그렇게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우연히 부두에서 기린을 만나게 되고 함께 캘리포니아주로 희망을 찾아 떠나게 된다.

 

기린 이송 책임은 영감이란 호칭으로 통하는 라일리 존스, 2미터가 넘는 기린 두 마리를 트럭으로 싣고 가는 길은 쉽지 않은 것이 당연했었다. 가는 길에 만나는 인간들, 그들과 겪은 경험들로 위로도 절망도 얻어가는 우드로... 하지만 우드로/우디는 기본적으로 동물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였다. 동물을 돌보는 법도 잘 알고 있는 편이였다. 그는 기린들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굽히지 않는 희망에 대한 마음으로 헌신적으로,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계속해 간다.

 

 

오랜 기간 여행 작가, 기자로 일했던 저자 린다 러틀리지가 샌디에이고 동물원 기록 보관소의 자료들을 살펴보다가 발견했다는 기린들과 한 남자의 이야기, 바로 이 기록을 바탕으로 #기린과함께서쪽으로 라는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기린이라는 단어부터가 현실적이지 않은 이 책은, 실화 기반이라서 더 감동으로 다가온다. 동물과 한 인간과의 깊은 교감은 언제 만나도 아름답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문득 파이이야기에서 환상일지 모르는 호랑이와 소년의 대치가 생각나기도 했었는데 아마도 교류와 한 사람의 성장이 느껴져서 일 것이다.

 

어떤 이는 인생을 살면서 믿기지 않는 큰 계기가 되는 사건들을 맞딱뜨리게 된다. 그럴 때에 어떻게 맞이하는 가가 당사자의 나머지 시간을 결정짓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이렇게 용기있는 이야기는 읽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들을 남긴다. 당시의 사회분위기와 편견들,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었던 소설이였다.

 

 

_그녀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조용히 말했다. “우디. 너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노력해서라도 해야 할 만큼 정말 원하는 일이 없었어?”

물론 있었다. 그런 마음이 든 지 고작 이틀도 채 안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녀는 트럭 쪽을 응시했다. “야생에서 사는 기린들은 고작해야 25년밖에 못 산다는 것 알고 있어? 기린들의 심장은 긴 목의 혈관을 위아래로 펌프질하며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빨리 멈춰 버리는 것 아닐까. 그래도 쟤들이 그런 사실을 모른다는 건 정말 축복이야. 하지만 오, 쟤네들의 하늘처럼 높은 눈을 좀 봐. 쟤네들은 세상을 다 보았을 거야.”_p235

 

_살다 보면 때로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격렬하게 변해서 그저 힘들게 버티는 수밖에 없는 시기가 있다. 그렇게 더스트 볼과 묘지와 허리케인은 나와 분노를 벼려 놓고 지나갔다. 하지만 때로는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변화를 느끼는 때도 있다._p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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