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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과 무릎들 - 성기게 엉기는 남해살이 이야기
김소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_이사 온 다음날, 온종일 비가 왔다. 배가 고팠다. 여기가 어딘지, 왜 내가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밥할 기운이 없었다. 집 옆 식당에 냄비를 들고 가 생선구이와 된장찌개 세트를 시켰다. “돈 때문에 파는 거 아닌 거 알지?” 식당 아주머니는 냄비 가득 된장찌개를 담고 생선 두 마리를 구워줬다. 이튿날 아침에 신발달인이 김치볶음밥과 들깨로 끓인 미역국을 줬다._p29
언젠가 낯선 장소에서 경험했었던 기억이 나는 따뜻함이 묻어나는 이사 온 다음날의 페이지, 반려견 몽덕이와 남해로 이사해 책방에서 일하게 된 기자 출신 저자, #김소민 의 #책방과무릎들 에 있는 장면이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쓴 이의 결이 살아있다.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현실감각과 사회상, 역사 속 문제의식, 그리고 사람냄새까지 느껴져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이다.
혼자가 싫어서 내려온 곳이지만, 잘 운영되지 않는 책방고민, 사람들에 대한 스트레스는 여전하고... 갈등이 오락가락하는 내면을 솔직하게 만날 수 있었다. 혼자와 어울림, 그 사이의 조율이란 것은 어디서나 힘든 것 같다.
그 와중에도, 여유가 느껴지는 유머러스함은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누구에게나 기댈 무릎이 필요하다. 어디까지 그 경계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화자처럼 애증의 시간을 기꺼이 지내는 것이 삶일 것이다.
<책속 문장>
_나와 몽덕이는 남해에서 얻어먹고 산다. 밥때가 되면 개를 끌고 책방 앞 마을빵집이나 옆집 동고동록협동조합 사무실로 가 밥을 먹는다. 다이어트 사료 먹으면 뭐하나. 뚱뚱했던 몽덕이는 살이 더 올라 물개를 닮아가고 있다._p108
_푸름이의 고통은 푸름이의 것, 푸름이의 질문은 푸름이의 것, 푸름이는 자기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몸을 부딪쳐 찾았다. “다들 공부, 공부 하잖아. 걱정 안 돼?” 푸름이가 파전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음, 별로요. 자기가 뭘 좋아하는 줄 모르면 다 소용없잖아요.”_p145
_친구는 해가 뜨기 전 푸르스름한 새벽하늘을 등지고 노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냈다. 노을이가 마지막으로 본 새벽이었다. “암이 퍼졌다는데 아픈 줄 몰랐어. 숨 한 번 크게 쉬고 대견하게 혼자 힘으로 갔어.” 친구는 한강 변에서 버려진 한 살 아기 노을이를 발견해 함께 9년을 살았다. 그는 열 살에 떠난 노을이가 자신의 ‘진짜 사랑’이었다는 걸, 그 새벽 깨달았다._p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