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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된 전쟁 -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허상이 가린 두 개의 내전
박홍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9월
평점 :
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부쩍 많이 오르내리고 있는 중국과 미국 경쟁구도, 이 흐름을 20세기 후반부터 자세히 짚어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바로 한국외대 중국학 특임 강의 교수 #박홍서 의 #은폐된전쟁 이다.
인공지능 쪽은 물론 바이오 등에서도 중국이 관심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20세기 후반 부터의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며 저자가 가지게 된 문제의식을 독자에게 제시하고 있었다.
중국의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다가도, 경제 이익으로 전격적으로 철회한 미국정부 사례들, 미국 정부의 위챗과 틱톡 금지 행정 명령에 바로 아이폰과 애플 생산품 금지로 대응한 중국 정부, 하지만 또 선거에 틱톡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미국 대선후보, 그리고 중국에서 돈을 빌려서 ‘중국 위협론’을 생산, 유통하는 미국.....
책 전체가 하나의 논문 같아서 한 번의 독서로는 모두 이해하고 기억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파트는 4장 디커플링의 정치학과 5장 트럼프라는 변수 이다.
4장은, 미중 갈등과 국가 안보 논리 등으로 양국이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혀있다면, 과연 이들은 완전한 디커플링이 가능한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디커플링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다른 국가나 세계 경제 흐름과 다르게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저자는 국경 등 바운더리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자본의 ‘탈주 본능’을 제시하면서, 중국에 대한 높은 관세와 교역의 통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제3국이나 페이퍼 컴퍼니, 밀수 등으로 미국 내로 흘러들어오고 있는 중국 물자들, 그리고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고 짚어주고 있었다. 최근 미국 무역관련 행보만 봐도 디커플링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하며, 국가 차원이 아니라 각 국가의 내부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면밀하게 해석해주고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마지막 5장에서 다뤄주고 있는 것은 말 그대로 ‘트럼프라는 변수’에 관한 내용이었다. 정치나 경제에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트럼프 정부 시기에 발생한 많은 일들을 모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트럼프를 영웅시 하는 이들의 심리를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보고 트럼프 정부의 ‘이중 기만’을 비판하고 있었다. 즉 트럼프의 거짓말을 두 가지로 요약한 내용이었다: ‘미 대중의 경제적 빈곤이 중국 등 외국과 그에 결탁한 미국 내 세력 때문이라는 게 첫 번째 거짓말이라면, 자신만이 그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두 번째 거짓말이다.’
체계적인 트럼프의 모순에 대한 분석 및 문제제기는 배우면서도 답답함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두 나라의 대립 경쟁과 그 이면의 교묘한 결착을 보다보면, 정치권력 다툼과 경제적 이익 생리로 돌아가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비정함이 함께 느껴졌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차가운 머리로 읽어내야 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래도 이면에 깔려있는 이들의 의도가 무섭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읽는 국제 정치경제 도서라서 쉽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세계정세를 잘 챙겨봐야 한다는 것도 짚어보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 사이에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이 남기 때문이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서 한국 외교에 대한 방향을 짚어주고 있었는데, 국가, 조직, 개인을 망라한 국세 사회의 모든 행위자와의 전방위적 접속을 시도해야 하는 ‘리좀 외교’를 제시하고 있었다.
미디어 매체만 열면 나오는 미국과 중국, 이들의 정치 경제 외교적 관계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잘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