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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0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8월
평점 :
당신의 MBTI는 무엇인가요?
별자리는요? ....
재미로 한다지만 이런 질문들에는 ‘나’는 누구인가,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궁금증이 들어있습니다.
저는 이런 궁금증의 시작이 10대 때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연히 접하게 된 데미안으로 알게 된 #헤르만헤세 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는 인간의 내면과 성장, 철학 등을 평생 다뤘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도, 그의 책들을 다 찾아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 #나르치스와골드문트 를 수십 년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어렸을 때는 정신과 사유를 대표하고 뭔가 깔끔하고 깊이 있어보이는 나르치스에게 끌렸던 것 같아요. 왠지 이것이 더 맞아보였기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이번에 읽었을 때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골드문트에게 더 집중했습니다. 그의 삶이 우리네 그것과 닮아서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몸과 마음으로 직접 겪은 경험들은 결국 예술로 귀결되는 것도 무척이나 공감이 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시간 속에서 그만큼 성숙된 제 자신을 느낄 수 있었던 독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감성, 감각과 사랑, 예술, 자연으로 해석되는 골드문트와 이성과 정신, 사유로 말해지는 나르치스가 정말 다른 존재일까요? 인간 안에는 이것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 가능성에 대한 문제인거죠... 바로 이 점이 헤르만 헤세 문학을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철학적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가능성을 선택하는 지는 개개인의 몫이겠지만, 꼭 한 가지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 혼재되어 있되 질서와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것이 삶이고, 그렇게 인생이 성숙해 지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골드문트의 마지막을 보며 여운 깊은 감동이 남는 것을 보니, 역시 고전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만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이제 자주 봐야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문장]
_그러나 골드문트와 같은 삶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유치하고 더 인간적인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속세를 떠나 손을 씻고 깨끗한 생활을 하며 조화에 가득 찬 아름다운 사상의 정원을 설계하고 안전한 꽃밭 사이를 몸에 티끌 하나 묻히지 않고 거니는 대신에 무자비한 격류와 혼미 속에 몸을 던져 죄를 저지르고 그 쓰디쓴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국 좀 더 용감하고 좀 더 위대한 삶은 아닐까.
헐어서 너덜너덜해진 신발을 신고 숲속이나 시골길을 헤매기도 하고, 햇볕을 쬐고 비를 맞고 굶주리며 궁핍을 견디고, 관능의 향락에 놀아나다 그 대가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좀 더 힘들고 용기가 필요하고 희생이 따르는 고귀한 삶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골드문트는 나르치스에게 보여주었다._p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