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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감각 - 먹고 마시며 건너는 계절
이주연 지음 / 샘터사 / 2026년 6월
평점 :
_복숭아는 달다. 실제로 당도가 높은 과일이다. 그러나 복숭아의 매력은 단순히 당도가 높다는 데 있지 않다. 대부분의 복숭아는 높은 당도와 함께 은은한 산미를 품고 있다. 그 덕에 단맛이 무겁게 늘어지지 않고, 입안에서 또렷하게 맺힌다. 달지만 둔하지 않고, 분명하지만 과하지 않다._p147
사계절 뚜렷한 곳에 산다는 것은, 간절기 건강 이슈,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로 관절들이 늘어났다 줄었다 하면서 등등 문제도 많이 생겨서 신체적으로는 힘들 때가 많지만, 과즙 가득한 제철과일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행복 그 자체다. #이주연 작가의 #절기감각 속에서, 지금 한창 나오기 시작한 복숭아에 대한 글을 읽으니 침이 꼴딱 넘어갔다.
계절마다의 취향이 확실한 책 속, 저자의 공간들은, ‘그래, 바로 멋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읽으면서도 혀와 머리가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모른다. 제주 당근라페와 우리 봄나물을 좋아하고, 한여름에 테킬라, 메스칼로 속을 달래며 찬바람이 불면 위스키를 찾는다.
노지오이를 챙기고, 무화과를 음식에 넣어 먹는 것을 즐긴다. 추분쯤에는 향긋한 송이를 멋스럽게 먹을 줄 안다. 입동에는 토란을 먹게 된 스토리가 길게 들어가 있었다. 내 경우에는 고향에서 많이들 먹는 거라서 어려서부터 토란국을 많이 봐왔지만 아직까지도 손이 안가는 음식인데,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가 풀어주는 토란국 이야기가 참 맛깔스러웠다.
그렇다고 한국 식재료만 있는 것도 아니다. 대설편에는 뜻밖에 올리브오일이 나온다. 올리브오일도 품질 차이가 커서 맛이 제각각일 때가 있는데 책 속 올리브오일은 풍미가 느껴지는 듯해서 즐거웠다. 그리고 마지막 두 챕터는 굴과 삼치회!.... 정말 한국에서만 겨울에 제대로 실컷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이다. 밖에 나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판매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제철과일/야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마트에 가면 1년 내내 다양하게 식재료를 만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지만, 그때그때 나오는 야채나 과일로 계절의 흐름을 몸으로 느꼈던 기억이 종종 떠오른다. 잊고 있었던 감각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말 그대로 ‘절기 감각’이 깨어나는 듯 했다. 물론 저자 개인 경험 위주이지만 해당 절기나 식재료에 얽힌 역사 속 이야기, 본인만의 요리비법 등을 함께 보고 읽으면서 삶의 감각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기의 리듬에 내 취향을 멋스럽게 쌓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맛있는 책이다.
_나는 잘 사는 것이 별거 아니라고 여긴다. 계절마다 기다리는 맛이 있고, 함께 먹을 사람이 있고, 그 기억으로 오늘을 조금 더 견딜 수 있다면.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_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