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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 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
수전 구바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6월
평점 :
‘다락방의 미친 여자’, ‘여전히 미쳐있는’을 거쳐, 마침내 #피날레 로 #수전구바 를 다시 만났다.
노년기를 이끌어 주는 힘은 무엇일까? 여성 예술가들이 찾아낸 노년기 삶의 방식, 창조성이 발휘된 형태와 행보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피날레’!
“노화의 이중 잣대”로 형성된 편견들은 늙은 남자들 보다도 여자들에 대하여 더 심하다고 강조하며, 아울러 노년기는 삶의 가장 창의적인 단계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며 서론을 열고 있었다. 나도 이 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인데 창의성이라는 것은 켜켜이 쌓여진 경험과 혜안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또한 인상적인 점은 노년기는 언제 시작되는 것일까? 질문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서 확연히 다르므로 나이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짚어주고 있었던 전제였다. 이 부분은 중년을 지나오고 있는 나의 사이클도 함께 대입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등장하는 주인공들, 연인들, 이단아들, 현자들 챕터에 따라 조지 엘리엇, 조지아 오키프, 이자크 디네센, 루이즈 부르주아, 궨덜린 브룩스 등,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그들의 후반부에 집중해서 담아놓았다.
조지 엘리엇은 원했던 행복한 노년을 누리지 못했지만 콜레트는 여성에게 강요된 관습과 상품화를 꾸준히 비판하는 글을 썼고, 조지아 오키프는 자신을 소진시켰던 결혼에서 스스로 해방되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또한 파격적인 작품을 남긴 루이즈 부르주아는 미술 시장에서의 여성 배제를 직접 겪은 인물로, 회고전이 열리던 70대에 오히려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 많은 인물상을 다양한 색채의 직물로 만들어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3부 현자들 편 인물 중 하나인 궨덜린 브룩스도 인상적이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인물로 인생 후반부에 흑인예술운동에 자극을 받아서 많은 탄압 속에서도 유색인 예술가의 권리를 위해 애썼다고 한다. 자신의 노년을 결단력과 동지애로 다 바친 이 삶은 사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니 한 창작가가 세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이 책에서 언급된 여성 예술가들을 다 언급할 수는 없으나, 하나는 확실했다. 우리는 노년기를 어떻게 보낼 것 인가? 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창작자, 예술가이다. 몰입에 대하여 많이들 얘기하는데 이 몰임 자체가 창작의 기본이 된다. 내 경우에도 아쉬움 없이 몰입 해보고 싶은 한 가지를 중년인 최근에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공감되었고 용기를 얻는 시간이었다.
꼭 이 책 속의 인물들처럼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이들의 문제의식과 노년의 삶, 혹은 준비하는 기준을 보며 훌륭한 그림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참 든든한 아군을 얻은 기분이 든다.
_나는 감정이라는 삶과 인간관계라는 삶이 끝났을 때 문득, 예컨대 쉰 살쯤에 자기 앞에 완전히 새로운 삶이 열리고, 이 삶이 생각하거나 공부하거나 읽을 것들로 가득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찾아오는 두 번째 개화기를 무척이나 즐겁게 누렸다...... 그건 마치 아이디어와 생각의 신선한 수액이 내면에서 차오르는 것과 같다._p330
_더넘은 사람들에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물러일으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문화의 메카가 될 가능성이 가장 희박했던 곳, 생존 욕구가 매일같이 공격당하던 곳에서 더넘의 제자들은 그가 가장 좋아한 말을 소중히 간직했다.
“매일 내면으로 들어가 네 내면의 힘을 찾아라. 세상이 네 내면의 촛불을 꺼뜨리지 않도록.”_p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