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고향집 마당에 예쁜 감나무가 하나 있다. 2층에 올라가 그 나무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부리가 길고 뾰족한 산새가 날아와 가지 끝에 앉아서는 ‘삐~삐~’ 하면서 산 쪽을 보며 소리를 낸다. 그러면 또 어디선가 똑같이 생긴 새가 한 마리 더 날아온다. 친구, 가족을 불렸나 보다 하면서 한참을 보고 있었다. 여러 번 봐서 볼 때마다 ‘같은 새인가?’ 하면서 봤었다. 새소리도 얼마나 예쁘던지! 참 즐거운 기억이다.
잊고 있었는데, #스즈키도시타카 의 #나에게는새의말이들린다 를 읽으면서 그 기억이 떠올랐다. 나야 그저 동료를 부르나 보다 하고 추측만 하고 넘어갔었지만, 이 책의 저자는 본격적으로 새의 언어, 특히 박새의 소통을 연구했다.
박새가 상황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는 것을 다양한 테스트와 통계를 통해서 알아내고, 도심에 인공 새집을 놓고, 박새집들을 세세히 찾아보고 관찰하고, 발견한 것들을 논문으로 발표하고 수정하고 다른 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집요하게 이어간 연구는 언어를 지니는 것은 인간뿐이라는 통념을 부수는 결과에 도달했고 동물언어학의 개막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책을 보다보면, 한 동물학자의 집요함과 관심이 어떻게 하나의 학문적 결과물로 나오는지를 잘 알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대상물인 박새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그 과정에 더욱 공감되었다. 언어가 인간의 전유물로만 여기는 것이 얼마나 교만한 것인가....
오늘 아침 옆산에서 들렸던 새소리의 주인공이 궁금해지는 책, 자연이 내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책, 그리고 연구하는 동물들과 연구자도 닮아간다는 것 -마치 반려동물과 주인처럼-, 예상치 못한 연구 과정이 흥미로웠던 재미있는 책이었다. 덕분에 자연관찰일기를 쓰고 싶어졌다. 이 책,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_박새에게는 언어가 있다. 연구를 시작하고 5, 6년 지났을 무렵에는 자연히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하늘에 매가 나타나면 ‘삐삐삐’ 하고 울고, 뱀을 발견하면 ‘츠르르르르’ 하고 운다. 동료를 부를 때는 ‘치지지지’ 울고, 경계하라고 재촉할 때는 ‘삐-쯔삐’ 하고 운다. 하나하나가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_p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