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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준비하는 시간 - 세상을 바꾸는 위험한 생각은 어떻게 살아남고 확산되는가
갈 베커만 지음, 손성화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5월
평점 :
_우리가 말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혹은 활자화된 글이나 텔레비전 카메라를 통해서 세계를 경험하건 간에, 이러한 미디어-메타포는 우리를 위해 이 세계를 분류하고, 배열하고, 틀 지우고, 확대하고, 축소하고, 색을 입히고, 세계가 어떠한지 나름의 논지를 제시한다._닐 포스트먼
어떤 책은 읽으면서 울컥 한다. 슬프거나 그런 감정적으로 적시는 느낌이 아니라 너무 공감되고 바르기 때문에 그러기도 한다. 어쩌면 예전의 내가 어렴풋이 가지고자 했었던 길을 떠올리게 돼서 일지도 모르겠다. #혁명을준비하는시간 이 그러했다. 참 오랜만의 느낌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순간들을 강렬한 열기나 큰 사건으로 되짚어 보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다. 일단 눈에 보이는 변곡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런 변곡점이 생기게 되기까지의 부단한 노력에 대하여 말하고 있었다. 단순히 어떤 발견을 위한 연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 부조리를 깨부수고 함께 공평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한 긴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에게 알리고 다른 이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생각을 나누는, 그리고 뜻을 관철시키는 수단이 필요하다. 인류는 사회를 이루면서 말과 글을 통해서 이런 문화를 이뤄왔는데, 그 수단은 시대를 거듭하면서 꾸준히 변화되어 왔다.
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주고받은 수만 통 편지, 19세기 노동자들이 뜻을 모은 청원서, 서늘한 정치적 상황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나누었던 신문과 소식지, 소녀들이 남성위주로 사용된 언어에서 벗어나 언어를 자신의 무기로 만든 독립잡지... 그리고 온라인으로 넘어가 가상 현실, 소셜 미디어가 등장했다. 더 나은, 더 민주적인 사회를 원하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끈 히피가 이뤄낸 것들, 팬데믹에 맞서서 이메일로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전달하면서 소통하려고 했었던 모임 등, 조용하지만 고요하게 유의미한 변화를 이뤄낸 예들을 다루고 있었다.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어느새 쏟아져 들어온 정보들을 너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는가’, ‘이런 류의 생각을 나눌 사람이 있는가’, ‘만약 정확한 정보를 알고자 한다면 어떤 통로를 이용하고 있는가’.. 등 이었다. 답하기 쉽지 않았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연결의 확장성은 글로벌적으로 커졌지만 차분히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하는 시간은 오히려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갈베커만 도 이런 점을 짚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고요한 시간’을 가지기 어려운 지금 시대에, 왜 ‘느리고, 깊이 있는 생각의 시간’이 더 필요한지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었고 충분히 설득력 있었다. 깊은 사유가 먼저 있어야 제대로 된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으로 끊임없이 나오는 게시물들과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SNS 메카니즘에 익숙해지고 있는 우리를 뜨끔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당장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보며 우리가 만들고 싶은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느리지만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짚어보게 만들어 줬던 책이었다.
_변화는 달리 이해하기 어려운 듯하다.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폐쇄된 또는 반쯤 폐쇄된 그룹 안으로 들어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처럼 끝이 안 보이는 잿빛의 두껍고 단단한 현실의 석판을 마주하는 것이 덜 외로워 보인다. 그 석판을 줄기차게 조금씩 깎아나가는 것이 덜 어리석어 보인다. 당신은 다른 존재가 된다._p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