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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사람을 위한 것
슬론 크로슬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4월
평점 :
_그다음은 찬란한 꿈이다. ..... 나는 발코니에 서 있고 러셀은 바다를 풍덩풍덩 헤엄치는 중이다.... 러셀 주위로 매너티며 돌고래들이 등장한다. 장난기 많은 바다사자가 러셀의 이마를 자기 이마로 들이받는다. 걱정이 든다. 러셀은 영원히 저렇게 물 위를 걷게 되는 걸까? 물이 빠지면 어쩌지?
“그는 물에 빠질 수 없어요.” 컨시어지가 사무적인 투로 말한다._p89
상실의 시간을 지나는 과정은 부정에서 시작해서 수용에 이르기까지 비슷하지만, 그 형태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종종 알게 된다. 작가 #슬론크로슬리 는 가장 가까웠던 친구 러셀의 죽음을 보내는 시간을 #슬픔은사람을위한것 을 통해 세상에 내놓았다.
책의 시간은 보석 도난 사건인데 이 일은 안전하다고 믿었던 나의 공간에 대한 불안을 증폭 시킨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러셀이 자살을 한다. 도저히 알 수 없었던 자살의 이유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저자는 앞서 발생한 도난 사건의 보석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투영시키며 본인만의 방법으로 상실과 애도를 해나가게 된다.
_나는 캐비닛의 목제 뼈대에 이마를 가져다 댄다. 나는 사랑하는 사물들이 내게 돌아오기를,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_p40
_사진들은 이 보석들의 존재를 증명한다._p105
어느 지점에서는 비유에 비유로 자조적인 글로 풀어낸 글이 언뜻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었고 어느 지점에서는 슬픔이란 인간 공통의 감정에 공감되어 내가 떠나보낸 것들에 대한 상념에 젖어들기도 했다.
당장 그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던 아픔과 상실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이 가까운 이의 부재다. 물건을 보며 기억을 떠올리고 공간에 있으면서 실감한다.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한 직면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잘 풀어내주고 있는 듯 하였다. 이렇게 러셀을 기억하기로 한 듯한 결심이 보였고 사랑이 느껴졌다.
나의 상실에 대해서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책이였다.
_... 좀처럼 잠들 수 없을 때면 나는 내가 한 시간 이상 잠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코네티컷의 그 갑갑한 방에 누워 있는 나를 상상한다. 그곳을 생각하기만 해도 나는 곧바로 곯아떨어진다. 다시는 볼 수 없으리란 걸 아는 장소에 담긴 매력은 묵직하다._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