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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거울 나라의 앨리스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7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1월
평점 :
#도미닉북카페한줄 : 섬세하게 읽어보는 앨리스는 수수께끼와 어른의 이야기였다.
_모자 장수가 말했다.
“아하, 그런 말을 하다니! 시간은 맞는 걸 못 견딘단 말이지. 자, 네가 시간하고 잘만 지낸다면, 시간을 네가 시계로 하고 싶은 건 거의 다 들어줄 거야. 예를 들어, 아침 아홉 시라고 해보자. 수업 시작 시간이지. 그런데 네가 시간에게 슬쩍 신호만 주면, 시곗바늘이 순식간에 돌아갈 거야! 한 시 반으로 말이야. 점심시간이 되는 거지!”
.....
“그렇게 되면 진짜 좋긴 하겠지만 그 시간에는 배가 안 고플 텐데요.” 앨리스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마 처음에는 그렇겠지. 하지만 네가 원하는 만큼 한 시 반에 머물러 있을 수 있어.”_p92
상대성 이론인가? 순간 이 생각이 드는 것은 너무 오버한 것이겠지? 앨리스와 모자 장수의 대화 중 하나이다.
#루이스캐럴 의 앨리스를 떠올리면 이상한 나라에서 하는 신기한 모험들, 루이스 캐럴의 정신병이 의심되는 시각적인 표현들, 그리고 영상 시리즈로 시대를 따라 계속 재현되는 판타지 화면들과 모자장수 번외편 등이 생각난다.
이번에 #문예세계문학선 덕분에 읽고 싶었던 ‘거울나라의 앨리스’까지 책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이상한나라의앨리스 는, 예전에는 그저 순수하게 즐겼던 캐릭터들의 모습과 비정상적인 재판 같은 소동, 신기한 나라의 여러 가지 시각적 묘사들 너머로, 이들의 대사들이 이번에는 더 와닿았다. 무슨 선문답처럼 오고가는 대화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는데 어쩌면 삶의 순간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작가가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여운이 남는다.
_앨리스의 언니는 눈을 감고 앉아 자신이 이상한 나라에 있다고 반쯤은 믿게 되었다. 그래도 눈을 다시 드기만 하면 모든 것이 따분한 현실로 되돌아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_p166
그리고 새끼 고양이 키티를 보면 혼잣말을 하는 앨리스로 시작하는 #거울나라의앨리스 , 마치 연극의 1인극처럼 중얼중얼하는 앨리스의 등장에 잠깐 당황스러웠었다. 그러다 바라본 거울 속 세상을 보며 저기 복도 너머를 궁금해 한다. 그곳은 ‘우리 집’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상상만으로 벽난로 위의 거울 안으로 사뿐히 들어간다. 그렇게 들어간 세상은 체스판의 규칙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곳이였는데 뭔가를 해야하는 혹은 하지 않아야 하는 동의받지 못한 규율이 있는 곳은 나에게는 숨이 막혔다. 그리고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이상한 나라보다 더 세밀하고 의미 있게 그려져 있었다. 읽다보면 산문시 같은 글이 많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와 감정들이 보충설명 되는 듯했기 때문이다. 영상으로 만났었던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얼마나 심플했었는지를 잘 알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어른들의 세계였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경험이 그렇듯 아름다운 추억으로 앨리스에게 남았다는 암시의 마무리는 이 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고전이란 이런 것이다. 매번 다르게 읽히는 것,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것들도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 그런 경험으로 보람 있었다.
_거울 나라를 여행하면 보았던 온갖 이상한 일 중 앨리스는 이 모습을 언제까지나 가장 또렷이 기억했다. 세월이 지난 후에도 앨리스는 마치 어제 일인 양 이 장면을 그대로 기억해낼 수 있었다. 기사의 부드럽고 파란 눈과 친근한 미소, 머리카락 사이로 빛나던 석양, 앨리스의 눈이 부실 만큼 갑옷에 반사되어 빛나던 햇빛, 목에 고삐를 늘어뜨리고 앨리스의 발치에서 풀을 뜯으며 조용히 거닐던 말, 그리고 뒤쪽 숲이 만들어낸 거무스름한 그림자, 이 모든 것을 앨리스는 한 폭의 그림처럼 간직했다._p325